
13개국 23명 팸투어 참가… 정림사지·궁남지·부소산성 돌며 백제 문화유산 체험
김미래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충남 부여군의 밤이 세계와 만났다. 부여군이 지난 4월 17일부터 19일까지 정림사지 일원에서 연 ‘2026 부여 국가유산 야행’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 행사는 백제의 옛 수도가 지닌 고요한 품격 위에 빛과 체험, 공연과 전시를 겹쳐 올리며, 낮과는 다른 부여의 얼굴을 보여줬다. 특히 외국인 팸투어가 함께 진행되면서 이번 야행은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부여가 품은 문화유산의 국제적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로 이어졌다.
부여 국가유산 야행은 백제 국가유산을 밤에 즐기도록 기획된 야간 특화 문화체험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백제목간, 나무에 새겨진 비밀’을 주제로 내걸고 이른바 ‘8야(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공연·체험·전시 등 모두 56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관람객들은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배경으로 부여의 봄밤을 걷고, 보고, 듣고, 만지며 오래된 왕도의 시간을 몸으로 체험했다. 문화유산 관광은 유적의 숫자만으로 힘을 얻지 못한다. 공간의 이야기와 이동의 리듬, 현장 체험의 기억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목적지가 된다. 그런 점에서 올해 부여 야행은 보여주는 행사에 머물지 않고, 밤이라는 시간대까지 관광 콘텐츠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한층 완성도가 높아졌다.
눈길을 끈 것은 4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외국인 팸투어였다. 이번 팸투어에는 칠레, 투르크메니스탄, 벨라루스, 콜롬비아, 러시아, 케냐, 알제리,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미국, 이라크, 튀르키예, 중국 등 13개국 출신 23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첫날 부여향교에서 한국의 전통 예법과 다례 문화를 체험한 뒤 정림사지 오층석탑 소원 탑돌이에 참여하며 백제 왕도의 밤을 직접 느꼈다.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도 외국인 참가자들의 존재 자체가 또 하나의 풍경이 됐다. 부여의 전통과 세계인의 시선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장면은 이번 야행의 상징처럼 보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백제목간’ 미션 투어에도 참여했다. 백강문화원과 국립박물관 등으로 이어지는 동선 속에서 다섯 개의 도장을 모으는 방식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단순 관람보다 한 걸음 더 깊은 몰입을 이끌었다. 유산을 설명으로만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장소를 따라 움직이며 이야기의 조각을 맞추게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좋은 문화유산 행사는 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머물게 하고, 걷게 하고, 찍게 하고, 다시 찾게 만들어야 한다. 이번 부여 야행은 그 기본을 비교적 충실하게 갖춘 사례에 가깝다.

둘째 날 일정은 더 넓게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궁남지, 국립부여박물관, 정림사지 박물관, 부소산성을 조별로 돌아보며 백제 문화유산의 결을 살폈고, 롯데아울렛과 백제문화단지 일원에서는 ‘베스트 샷’ 미션 투어를 진행하며 부여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관광과 문화유산, 기록과 확산을 한 흐름으로 묶은 구성이다. 외국인 팸투어를 단순 초청 행사로 끝내지 않고 SNS 확산과 현장 체험형 동선으로 연결한 점도 눈에 띈다. 오늘의 관광 홍보는 안내문보다 경험의 공유가 더 오래 남는다. 부여군이 이번 팸투어에 공을 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벨라루스 국적의 참가자 카테리나 양은 “백제의 왕도 부여에 온 경험은 매우 특별했고, 부여가 세계의 문화유산을 품은 아름다운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부여를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는 이번 행사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지역 축제가 지역 안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한 사람이 스스로 전달자가 되는 구조다. 관광 홍보의 언어보다 체험의 언어가 더 멀리 간다는 점에서, 이번 야행은 스마트한 접근이었다.
부여는 원래 얘깃거리가 넘치는 곳이다. 송국리 문화의 뿌리와 백제 사비시대의 기억이 켜켜이 남아 있고, 도시 전체가 오랜 시간의 층위를 품고 있다. 그러나 문화유산 도시는 설명만으로 살아나지 않는다. 직접 걷고, 머물고, 사진을 찍고, 밤의 공기를 맡아야 비로소 기억으로 남는다. 이번 부여 국가유산 야행은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건드렸다. 고도(古都)의 품격을 지키면서도 오늘의 관광 문법으로 다시 풀어낸 것이다.
지방 도시의 문화행사가 자칫 한 번 열고 끝나는 이벤트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 부여 야행은 문화유산의 보존 가치와 관광 콘텐츠의 체류 가치를 함께 높이는 야간형 문화관광 모델로 읽힌다. 낮 시간 중심의 관람형 관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밤 시간대 체류와 현장 경험, 온라인 확산을 한 흐름으로 묶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부여가 가진 강점은 유산의 양이 아니라, 시간의 밀도를 도시 전체에 품고 있다는 데 있다. 그 시간을 밤의 콘텐츠로 다시 풀어낸 점이 이번 야행의 가장 큰 성과로 보인다. 행사 종료와 함께 불이 꺼졌다고 해서 그 효과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부여의 밤을 걸은 사람들의 사진과 기억은 이제 또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향해 퍼져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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