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1위·에어서울 최하위, 항공서비스 평가가 드러낸 ‘한 지붕’ 격차

대한항공 1위·에어서울 최하위라는 국토교통부 항공교통서비스 평가 결과는 단순한 순위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에어서울까지 한 그룹의 통합 과제 안에 들어오면서,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 사이의 서비스 격차를 어떻게 줄일지가 더 뚜렷한 숙제로 떠올랐다. 여행 소비자 입장에서도 항공권 가격뿐 아니라 정시성, 안내, 현장 대응을 함께 따져야 하는 흐름이 분명해졌다.

푸른 하늘 아래 활주로에 서 있는 에어서울 항공기
에어서울은 국토교통부의 2025년 항공교통서비스 평가에서 국내 항공사 이용자 만족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만족도 1위와 최하위가 한 항공그룹 안에 들어왔다

대한항공 1위·에어서울 최하위라는 2025년 항공교통서비스 평가 결과가 항공업계에 묘한 장면을 만들었다. 국토교통부가 17일 발표한 평가에서 국내 항공사 이용자 만족도는 대한항공이 7점 만점에 6.07점으로 가장 높았고, 에어서울은 5.45점으로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한쪽은 대형 국적항공사의 서비스 경쟁력을 보여줬고, 다른 한쪽은 저비용항공사 서비스 개선 필요성을 드러냈다.

이번 평가는 국내외 51개 항공사와 국내 6개 공항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항공사 이용자 만족도 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실제 항공기 이용객 3만1천16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국내 항공사 만족도 순위에서는 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부산,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로케이 등이 뒤를 이었다. 에어서울은 최하위에 머물렀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항공기가 이륙하고 여러 항공기가 계류한 모습
대한항공은 2025년 항공교통서비스 평가에서 국내 항공사 이용자 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결과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이후의 흐름과 겹친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했고, 아시아나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서울도 통합 항공그룹의 정비·노선·브랜드 운영 과제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향후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통합 작업이 이어질 경우, 이번 평가 결과는 단순한 개별 항공사 성적표를 넘어 그룹 전체 서비스 관리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결과를 단순히 “대한항공은 잘했고 에어서울은 못했다”는 식으로만 볼 수는 없다.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는 운임, 노선, 기내 서비스, 운항 규모, 고객 기대 수준이 다르다. 그러나 이용자 만족도는 승객이 실제로 체감한 경험을 반영한다. 예약 단계의 정보 제공, 지연·결항 안내, 공항 현장 대응, 기내 서비스, 사후 처리까지 여러 접점이 쌓여 점수로 드러난다. 가격이 낮다고 해서 정보 부족이나 응대 미흡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시대는 지났다.

에어서울 입장에서는 더 민감한 성적표다. 에어서울은 일본·동남아 중심의 중단거리 국제선에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온 항공사다. 젊은 여행객과 자유여행 수요가 많은 노선에서는 항공권 가격이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다. 하지만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된 뒤 승객의 기준은 달라졌다. 저렴한 운임뿐 아니라 정시성, 안내의 정확성, 공항 대기 과정, 수하물 처리, 모바일 사용 편의성까지 함께 본다. 이용자 만족도 최하위는 이런 세부 접점에서 보완할 지점이 남아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반대로 대한항공의 1위는 통합 항공그룹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은 이번 평가에서 이용자 만족도뿐 아니라 국내선 운항 신뢰성 부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형항공사로서 장기간 쌓아온 예약·정비·운항·고객 응대 체계가 점수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수준을 통합 LCC 영역에 어떻게 이식하느냐다. 단순히 이름을 합치는 것보다 고객이 느끼는 서비스 편차를 줄이는 일이 더 어렵다.

항공업계의 통합은 보통 노선 조정, 기재 운영, 인력 재배치, 정비 효율화 같은 숫자로 먼저 설명된다. 그러나 승객이 체감하는 통합의 성패는 더 일상적인 곳에서 결정된다. 항공권을 예매할 때 안내가 충분한지, 지연이 발생했을 때 설명이 빠른지, 공항 카운터에서 혼선이 없는지, 환불·변경 과정이 불편하지 않은지가 브랜드 신뢰를 만든다. 대한항공과 에어서울의 만족도 격차는 통합 이후 내부 운영 효율만큼이나 고객 경험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에어서울에 부정적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평가에서 안전성 부문은 별개의 지표로 다뤄졌고, 에어서울은 안전성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항공사에 포함됐다. 만족도 최하위가 곧 안전 문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안전 기본선을 유지한 상태에서 정보 제공, 현장 응대, 편의 서비스, 지연 대응 같은 고객 접점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 가깝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비교적 명확한 개선 과제를 받은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번 평가는 항공사 선택 기준을 다시 보게 한다. 항공권 가격만 비교하면 저비용항공사의 매력이 크지만, 가족 여행이나 환승 일정, 새벽 출발, 일정 변경 가능성이 있는 여행에서는 서비스 대응력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특히 국제선은 한 번 문제가 생기면 숙박, 교통, 현지 일정까지 영향을 받는다. 운임과 서비스 품질의 균형을 확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이유다.

통합 항공그룹의 과제는 분명하다. 대한항공이 가진 높은 만족도와 운영 경험을 그룹 전체의 표준으로 확산시키되, 저비용항공사의 가격 경쟁력과 운항 효율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LCC 고객은 풀서비스 항공사 수준의 모든 서비스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정확한 안내와 예측 가능한 대응은 요구한다. 에어서울의 낮은 만족도는 통합 과정에서 가장 먼저 손봐야 할 고객 접점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신호다.

국토교통부는 항공교통서비스 평가를 통해 항공사의 서비스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부터는 운항 신뢰성 평가에서 장시간 지연율을 반영하는 등 이용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요소를 강화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순위표가 일회성 발표로 끝나지 않는다. 평가 결과가 반복적으로 누적되면 항공권 선택, 브랜드 이미지, 제휴 협상, 통합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한항공과 에어서울은 이제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로만 보기 어렵다. 한쪽은 국내 항공사 만족도 1위, 다른 한쪽은 최하위라는 결과가 같은 통합 흐름 안에서 나왔다. 격차가 크다는 것은 부담이지만, 동시에 개선 방향이 뚜렷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대한항공의 서비스 관리 역량이 에어서울을 포함한 LCC 영역까지 얼마나 빠르게 내려가느냐다. 통합 항공그룹의 진짜 평가는 운항 규모가 아니라 승객이 느끼는 차이를 줄이는 데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