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비평] 지방공항이 안 뜨는 이유는 ‘팀’이 없어서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토교통부가 지방공항 연계 지역관광 활성화 포럼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방공항 관광이 지금까지 힘을 못 쓴 이유를 단순히 협업 부족으로 보는 시각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문제는 공항이 아니라 공항 밖이다. 외래관광객이 내린 뒤 이동할 교통, 머물 숙박, 살 만한 관광상품, 소비할 상권이 약하면 어떤 회의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지방공항 관광정책이 왜 반복해서 힘을 못 받았는지 짚어봤다.

한국의 지방공항 터미널 앞에서 외국인 여행객들이 버스와 택시, 관광안내 동선을 찾고 있는 모습
지방공항 관광 활성화의 성패는 공항 자체보다 공항 밖 이동과 체류 동선에 달려 있다.

회의와 포럼은 이미 여러 번 있었다… 안 된 이유는 공항 밖의 길, 숙박, 상품, 소비 동선이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만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토교통부가 대구·김해·청주를 돌며 ‘지방공항 연계 지역관광 활성화 협력 포럼’을 연다고 밝혔다. 두 부처가 한 테이블에 앉는 일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관광과 항공을 따로 떼어 다루던 관행보다는 낫다. 다만 이번 발표를 읽고 먼저 드는 생각은 하나다. 아직도 실패 원인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공항 연계 관광이 안 된 이유가 부처 간 회의가 없어서였나. 팀이 없어서였나. 그 정도로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다. 정부가 이번 포럼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힌 항목만 봐도 슬롯, 편의 서비스, 숙박, 교통, 관광콘텐츠, 홍보·마케팅, 업계 애로까지 다 들어가 있다. 문제의 범위를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늘 알고만 있었고, 제대로 고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 과제가 처음 나온 것도 아니다. 정부는 예전에도 지방공항을 인바운드 거점으로 키우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연구기관들도 국제노선 한계, 교통 접근성, 환승관광, 지역 수용태세를 계속 짚어왔다. 결국 포럼이 없어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름이 없어서도 아니고, 조직도가 비어 있어서도 아니었다. 같은 말이 몇 년째 반복됐고, 비슷한 처방도 여러 번 나왔다. 그런데 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외래관광객은 여전히 서울로 몰린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방문률은 2019년 76.4%에서 2023년 80.3%로 오히려 높아졌다. 반면 부산·제주·강원 등 주요 지역의 방문률은 2019년보다 낮아졌다. 지방공항에 비행기를 내려도 관광객의 시간과 돈이 서울보다 지역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여건이 약하다는 뜻이다. 공항은 입구일 뿐이다. 입국장이 지역관광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공항에 내린 뒤 바로 이동할 교통, 늦은 시간에도 움직일 수 있는 연결망, 외국인이 예약하기 쉬운 숙소, 짧은 일정에도 살 만한 코스, 소비할 상권과 체류 명분이 없으면 관광객은 다시 서울로 올라가거나 처음부터 인천으로 간다. 지방공항 정책이 번번이 헛도는 이유는 활주로보다 공항 밖 동선이 약했기 때문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계산은 냉정하다. 항공사는 구호가 아니라 수요를 보고 움직인다. 한국공항공사는 올해 지방공항 국제선 노선 확대 성과를 설명하면서도, 김포·김해·제주·대구를 제외한 지방공항의 적자가 지속돼 왔다고 밝혔다. 이 말은 분명하다. 협의체 하나 더 만들고 인센티브를 조금 얹는다고 외항사가 바로 들어오는 시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항공사가 보는 것은 첫 해 행사장이 아니라 몇 년 뒤 손익계산서다. 도착 승객이 꾸준히 차고, 돌아갈 승객도 안정적으로 있어야 하며, 화물이나 환승, 연계 수요까지 붙어야 노선이 산다. 지금까지 지방공항 정책은 이 기본 셈법을 너무 자주 가볍게 봤다.

그래서 이번 포럼이 성과를 내려면 말의 순서부터 바꿔야 한다. 먼저 “지방공항을 띄우겠다”가 아니라 “왜 항공사와 여행사가 이 공항을 외면했는가”부터 숫자로 써야 한다. 공항별로 외래객 비중, 야간 교통, 숙박 객실, 단체 수용 능력, 2박 3일 상품 수, 다국어 예약 가능 여부, 소비 가능한 상권, 공항-도심-관광지 이동시간을 먼저 공개해야 한다. 그다음에 노선 인센티브를 붙여야 한다. 문체부는 상품과 체류를 책임지고, 국토부는 운수권과 공항 운영, 지상교통을 책임지고, 지자체는 숙박·상권·이동 동선을 책임져야 한다. 이 역할이 예산과 일정, 성과지표로 묶이지 않으면 이번 포럼도 사진만 남고 끝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 구호가 아니라, 공항 밖에서 관광객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실행표다.

결론은 간단하다. 지방공항 관광 활성화가 안 된 것은 ‘항공-관광 원팀’이 없어서가 아니다. 팀은 여러 번 꾸렸고, 계획도 여러 번 세웠다. 안 된 이유는 공항을 열어놓고도 관광객이 그 지역에서 자고, 먹고, 움직이고, 돈을 쓰게 만드는 현실 조건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방공항을 살리고 싶다면 먼저 회의실이 아니라 현장을 봐야 한다. 입국장 밖에서 관광객이 바로 막히는 지점부터 고쳐야 한다. 백날 포럼을 열어도, 공항에서 시내로 나가는 마지막 한 구간이 불편하면 그 정책은 또 실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