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비평] 크루즈 환대행사, 세금 쓰고 박수만 치면 관광정책인가

속초시와 강원관광재단이 웨스테르담호 입항 환대행사를 열고 한국 문화 체험과 셔틀버스 운영, 기념품 판매 등을 진행했다. 보기 좋은 장면은 많았다. 하지만 공공예산이 들어간 관광행사라면 ‘무엇을 했는가’보다 ‘무엇을 남겼는가’를 먼저 말해야 한다. 지역 상권 매출, 승객 이동, 소비 효과, 재입항 가능성 같은 실질 성과가 빠진 환대행사는 결국 퍼주고 끝난 행사로 읽힐 수밖에 없다.

밤바다를 배경으로 웨스테르담호가 속초항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웨스테르담호가 야간 조명 속에 속초항 인근 해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속초항 웨스테르담호 입항… ‘무엇을 했나’보다 ‘무엇을 남겼나’를 말해야 한다

박예슬 기자 ㅣ야헹레저신문

속초시와 강원관광재단이 웨스테르담호 입항 환대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승객과 승무원 2,700여 명을 대상으로 환영 공연, 관광 안내, 한복 체험, 한글 캘리그래피, 기념품 판매, 셔틀버스 운행 등을 진행했다. 문장만 보면 그럴듯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런 행사를 하고 나면 반드시 따라붙어야 할 말이 빠져 있다. 그래서 얼마를 썼고, 얼마를 벌었으며, 무엇이 실제로 남았느냐는 것이다.

지방정부와 지방관광기관의 관광 프로모션 자료를 읽다 보면 늘 비슷한 지점에서 멈춘다. 행사 규모, 체험 프로그램, 현장 호응, 대기 인원, 환영 분위기는 길게 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숫자는 거의 없다. 셔틀버스를 7대 돌렸다면 몇 명이 실제로 시내로 이동했는지, 속초관광수산시장과 청년몰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 크루즈 승객 1인당 평균 소비액이 얼마였는지, 이번 행사로 향후 재입항이나 여행상품 확대 가능성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같은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자료 없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쓰는 것은 행정 문장일 뿐, 성과 보고가 아니다.

밤바다를 배경으로 웨스테르담호가 속초항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웨스테르담호가 야간 조명 속에 속초항 인근 해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관광은 분위기로 하는 일이 아니다. 더구나 공공예산이 들어간 관광은 더 그렇다. 민간기업이라면 판촉 행사 하나를 해도 비용과 결과를 바로 따진다. 얼마를 쓰고 몇 명을 끌어왔는지, 실제 매출로 이어졌는지, 재구매 가능성이 있는지부터 본다. 그런데 지방 관광행정은 종종 그 기본을 잊는다. 환대행사 자체를 성과처럼 포장하고, 퍼준 것을 자랑으로 바꾸는 데 익숙해 보인다. 세금은 쓰는 순간 끝이 아니라, 그 돈이 어떤 결과로 돌아왔는지까지 설명해야 비로소 공공사업이 된다.

이번 속초 사례도 마찬가지다. 승객들이 한복을 입어봤다고 해서 관광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캘리그래피 체험에 줄이 길었다고 해서 지역경제가 살아난 것도 아니다. 셔틀버스를 운영했다면 그 동선이 실제 구매와 체류로 이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기념품 부스를 열었다면 판매액과 재구매 가능성, 외국인 선호 품목, 결제 방식, 언어 대응 수준까지 남겨야 한다. 그래야 다음 번에는 더 나은 방식으로 예산을 쓸 수 있다. 그런데 보도자료는 늘 행사 장면까지만 이야기하고, 행사가 끝난 뒤 남은 숫자는 말하지 않는다.

더 답답한 것은 이런 방식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크루즈 환대행사는 보기 좋다. 사진도 잘 나온다.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보도자료 쓰기도 쉽다. 그러나 크루즈 관광은 원래 돈이 많이 드는 분야다. 터미널, 교통, 안전, 인력, 통역, 환대 프로그램까지 비용이 계속 들어간다. 그만큼 더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이번 입항 한 번으로 무엇을 얻었는지, 다음 입항을 위해 무엇이 개선돼야 하는지, 단순 환대가 아니라 실제 소비와 재방문 가능성으로 이어졌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결국 남는 것은 행사 사진 몇 장과 “성황리에 마무리”라는 문장뿐이다.

속초항 터미널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전통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속초항 국제크루즈터미널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공공관광 마케팅은 ‘많이 해줬다’가 목표가 아니다. ‘얼마나 남겼느냐’가 목표다. 크루즈 관광객에게 웃으며 맞이해주는 일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필요하다. 다만 환대는 수단이지 성과가 아니다. 성과는 그 뒤에 나와야 한다. 속초에 몇 시간을 더 머물렀는지, 시장과 상점가에서 무엇을 얼마나 샀는지, 지역투어로 얼마나 연결됐는지, 선사와 여행사에 어떤 후속 계약 가능성을 만들었는지, 다음 입항을 위한 협상이 얼마나 진전됐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만약 그 아웃풋을 낼 자신이 없다면, 세금은 더 조심해서 써야 한다. 관광예산은 보기 좋게 쓰라고 있는 돈이 아니다. 지역경제에 실제 도움이 되라고 있는 돈이다. 1달러, 1만 원을 써도 결과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지방 관광행정은 비용보다 분위기, 성과보다 장면, 투자 회수보다 행사 자체에 더 익숙해 보인다.

이번 웨스테르담호 환대행사 보도자료를 읽고 남는 생각은 단순하다. 이 행사가 정말 자랑할 일이라면, 무엇을 해줬는지보다 무엇을 받아냈는지를 먼저 말했어야 한다. 그게 없다면 이번에도 또 퍼주고 끝난 행사에 가깝다. 관광은 박수로 남는 산업이 아니다. 숫자로 남아야 하고, 계약으로 이어져야 하며, 지역 상권의 매출로 증명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