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비엔나 미식 여행은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놓이는 경험이다. 1858년부터 골목을 지켜온 전통 선술집 바이슬에서는 황제가 즐겼다는 소고기 요리가 여전히 식탁에 오르고, 시립공원 안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에서는 오스트리아의 제철 식재료가 정교한 파인 다이닝으로 다시 태어난다.
비엔나 관광청은 5월 미식의 계절을 맞아 전통 노포, 도심 포도밭, 유기농 농장, 현대 파인 다이닝이 함께 만드는 비엔나 미식 여행의 흐름을 소개했다. 비엔나는 단순히 오래된 음식 문화를 보존하는 도시가 아니라, 도시 안에서 식재료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레스토랑의 식탁으로 연결하는 푸드 프로듀싱 시티로 주목받고 있다.
160년 전통 바이슬에서 시작되는 비엔나의 맛
비엔나 미식 여행의 출발점은 전통 선술집 바이슬(Beisl)이다. 바이슬은 비엔나 사람들이 대를 이어 찾아온 동네 식당이자 도시 생활의 한 장면이다. 그중 1858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그모아켈러(GmoaKeller)는 비엔나 전통 미식의 뿌리를 보여주는 장소로 꼽힌다.

이곳의 대표 메뉴 가운데 하나는 타펠슈피츠(Tafelspitz)다. 프란츠 요제프 1세 황제가 즐긴 것으로 알려진 소고기 수육 요리로, 맑은 육수와 부드러운 고기, 사과와 고추냉이를 곁들인 소스가 특징이다. 화려한 장식보다 재료와 조리의 균형을 중시하는 비엔나식 품격이 담긴 음식이다.
전통 바이슬도 변하고 있다. 로지 바이슬(Rosi Beisl)은 고기 요리 중심의 바이슬 문화를 채소 요리 중심으로 다시 해석한 공간이다. 미쉐린 3스타 슈타이레렉 출신 틸 뵈르너 셰프가 오스트리아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비엔나 바이슬의 현대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세르비텐비어텔의 탄테 리슬(Tante Liesl)은 버섯 굴라쉬와 비엔나 슈니첼, 일요일 전통 구이 요리 등으로 동네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아늑한 식당이다.
지하철을 타고 포도밭에 가는 도시
비엔나 미식의 또 다른 특징은 도시 안에서 식재료가 생산된다는 점이다. 비엔나는 약 600헥타르의 포도밭을 보유한 수도로 알려져 있다. 여행자는 도심에서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 포도밭과 와인 선술집 호이리거(Heurige)를 만날 수 있다.
호이리겐 키어링어(Heurigen Kierlinger)는 도심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빚어 선보이는 대표적인 호이리거다. 비엔나의 대표 화이트 와인인 비너 게미슈터 자츠(Wiener Gemischter Satz)는 여러 품종의 포도를 한 밭에서 함께 키워 양조하는 전통 와인으로, 비엔나의 생물 다양성과 로컬 미식 문화를 상징한다.

비엔나는 도시 전체 면적의 상당 부분을 농업용으로 활용한다. 아우가르텐 시티 팜에서는 양배추와 허브, 식용 꽃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비엔나 11구의 파이겐호프에는 유기농 무화과나무가 자란다. 미술사 박물관, 국립 오페라 극장, 시청사, 오스트리아 조폐국, 호텔 다니엘 등 주요 건물의 옥상은 도시 양봉의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렇게 생산된 식재료는 멀리 이동하지 않고 인근 레스토랑의 식탁에 오른다. 유통 과정을 줄이고, 도시 안에서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비엔나의 팜 투 테이블은 유행어가 아니라 도시 구조 속에서 작동하는 생활 방식에 가깝다.
미쉐린 3스타가 보여주는 현대 비엔나의 정점
비엔나 파인 다이닝의 정점에는 시립공원 슈타트파르크(Stadtpark)에 자리한 슈타이레렉(Steirereck)이 있다.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인 슈타이레렉은 하인츠 라이트바우어 셰프의 철학 아래 오스트리아 제철 식재료를 정교하게 재구성한다.
이곳의 대표적인 장면은 손님 테이블 앞에서 생선 필레 위에 뜨거운 밀랍을 부어 은은하게 익혀내는 밀랍 속의 송어 요리다. 음식이 완성되는 과정을 손님과 공유하는 방식은 비엔나 파인 다이닝이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조리 기술, 식재료의 이야기, 서비스가 결합된 경험임을 보여준다.
올해 미쉐린 1스타를 받은 졸라(JOLA)와 헤어츠히(Herzig)도 주목할 만하다. 졸라는 비건 파인 다이닝을 중심으로 계절과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멀티코스 메뉴를 선보인다. 헤어츠히는 오스트리아 고유의 풍미를 새로운 기법으로 재해석하며, 세심한 서비스와 식재료에 대한 철학을 강조한다.
비엔나 미식 여행의 매력은 어느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래된 바이슬, 도심 포도밭, 유기농 농장, 도시 양봉, 미쉐린 파인 다이닝이 서로 다른 시대의 음식 문화를 한 도시 안에서 이어준다. 여행자는 한 끼 식사를 통해 비엔나가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과 지금 새롭게 만들어가는 미식의 현재를 함께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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