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객 지방관광, 철도 예매·경기 투어·청주공항으로 서울 집중 줄인다

외래객 지방관광 확대가 한국 관광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2026년 1분기 방한 외래객은 476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외국인의 실제 이동과 소비는 여전히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다. 정부·지자체·민간 플랫폼은 철도 예매, 외국인 전용 투어, 지방공항 연계를 통해 지방 방문을 쉽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여행 포스터 스타일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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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외래객 지방관광 확대가 한국 관광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방한 외래객 수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실제 동선과 소비는 여전히 서울과 수도권에 치우쳐 있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 플랫폼이 최근 철도 예매, 외국인 전용 투어, 지방공항 연계를 잇따라 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방한 외래관광객은 476만 명을 넘어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역 방문율도 전년보다 높아졌고, 외국인 카드 소비액 역시 증가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회복세는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외래객이 한국에 많이 들어오는 것과 지방을 실제로 여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방한 수요가 늘어도 이동과 예약이 불편하면 외국인은 익숙한 서울 안에서 여행을 끝낸다.

그동안 지방관광 정책은 홍보와 캠페인에 무게를 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외국인 개별여행객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홍보 문구가 아니다. 한국 기차표를 쉽게 살 수 있는지, 지방까지 가는 교통편을 이해할 수 있는지, 현지에서 하루를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지, 공항에서 곧바로 지역 관광지로 이어지는 상품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최근 나온 움직임은 이 문제를 조금 더 현실적으로 건드리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철도 예매다. 클룩은 코레일과 협력해 외국인 대상 실시간 철도 승차권 예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클룩 앱과 웹사이트에서 코레일 주요 노선의 운행 정보와 좌석 현황을 확인하고 승차권을 구매할 수 있다. 약 20개 언어와 40개국 통화, 다양한 간편결제 수단을 지원하는 점도 눈에 띈다. 한국 철도는 전국을 잇는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지만, 외국인에게는 언어와 결제, 예매 방식이 늘 장벽이었다. 이 장벽을 낮추는 것은 지방관광 확대의 기본 조건이다.

철도 예매 개선이 지역 이동의 문을 넓히는 조치라면, 경기도의 외국인 전용 일일 투어는 서울 체류 외래객을 가까운 지역으로 끌어내는 상품이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운영하는 2026 EG투어는 홍대입구역, 을지로입구역, 양재역 등 서울 주요 지점에서 출발해 경기도 관광지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방식이다. 수원·용인 노선은 한국민속촌과 수원 화성, 전통시장 등을 묶고, 이천·여주 노선은 도자 체험과 역사 관광, 쇼핑 동선을 결합했다. 파주 평화 관광, 김포 지역 관광 노선도 포함된다.

이 상품의 의미는 “경기도 관광지를 소개한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 숙소를 유지한 채 하루 일정으로 지역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방관광이라고 해서 반드시 장거리 이동과 숙박을 전제로 할 필요는 없다. 서울에 머무는 외래객을 반나절 또는 하루 단위로 수도권 주변 지역에 보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동 실패 위험이 낮고,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역 상권과 관광지에 실제 소비를 만들 수 있다.

지방공항도 중요한 축이다. 한국관광공사와 에어로케이항공은 청주국제공항을 활용한 외래객 유치 확대에 나섰다. 양측은 에어로케이항공의 청주공항 외래객 비중을 현재 약 11%에서 2028년까지 최대 35%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항공 노선과 지역 특화 관광상품을 연계하고, 전세기 유치, 청주공항 연계 상품 기획, 해외 여행업계 팸투어, 항공권 할인 프로모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청주공항 사례는 지방관광의 또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지방공항은 단순히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시설이 아니다. 외국인이 해당 공항으로 들어와 곧바로 지역 관광을 시작할 수 있어야 외래객 유치 거점이 된다. 입국 항공편, 숙박, 교통, 관광지, 쇼핑, 식음료 상품이 연결되지 않으면 지방공항은 환승이나 내국인 이동 수단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지방공항과 지역관광 연계를 정책 과제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방공항을 활용한 지역관광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대구·김해·청주 등 지방공항을 중심으로 지역 관광과 항공 수요를 함께 키우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공항 활성화는 구호만으로 되지 않는다. 국제선 노선 확보, 외국인 입국 편의, 공항에서 지역 관광지까지의 교통, OTA 판매망, 현지 안내 인력까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외래객 지방관광의 관건은 결국 “가고 싶게 만드는 것”보다 “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의 지방에는 역사도시, 산악관광, 해양관광, 음식, 축제, 산업관광, 웰니스 콘텐츠가 충분하다. 그러나 외국인 개별여행객에게는 콘텐츠보다 접근성이 먼저다. 예약이 어렵고, 결제가 불편하고, 이동 경로가 불명확하면 좋은 콘텐츠도 선택받기 어렵다.

이번에 나온 철도 예매 개선, 경기도 외국인 전용 투어, 청주공항 외래객 유치 확대는 각각 따로 떨어진 정책이 아니다. 하나는 이동수단을 쉽게 만들고, 하나는 서울 체류객을 지역으로 보내며, 하나는 지방공항을 입국 거점으로 키우는 방식이다. 세 가지가 제대로 연결될 때 외래객 지방관광은 캠페인이 아니라 실제 여행 상품이 된다.

한국 관광은 이제 “얼마나 많이 오게 할 것인가” 다음 단계로 가야 한다. 많이 들어온 외국인이 어디로 이동하고, 어디에서 소비하고, 어떤 지역을 다시 찾게 만들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다. 서울 집중을 줄이는 일은 서울을 약하게 만드는 정책이 아니다. 서울에 몰린 방한 수요를 전국으로 넓혀 한국 관광 전체의 체력을 키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