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공연 방한관광 효과, 고양 외국인 방문 35배·카드소비 38배

콘서트가 목적지가 되면 관광 동선도 길어진다…지역은 공연장 밖 소비를 붙잡아야 한다

BTS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과 보라색 응원봉, 외국인 관광객의 이동과 소비를 상징하는 야간 콘서트 장면
BTS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를 넘어 외국인 관광객의 체류와 소비를 끌어내는 고부가 관광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콘서트가 목적지가 되면 관광 동선도 길어진다…지역은 공연장 밖 소비를 붙잡아야 한다

BTS 공연 방한관광 효과가 숫자로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한국관광공사가 BTS 광화문·고양 공연 관람객을 대상으로 현장조사와 통신·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 K팝 공연은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 동기뿐 아니라 체류 기간과 소비 규모에도 뚜렷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광화문 공연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은 평균 8.7일 체류하고 1인당 353만 원을 소비했다. 올해 1분기 일반 외국인 관광객 평균 체류 기간 6.1일, 소비액 245만 원보다 각각 2.6일, 108만 원 높은 수치다. 고양 공연 관람객도 평균 7.4일 머물며 291만 원을 지출했다. 공연 관람객은 단순히 하루 공연을 보고 떠나는 방문객이 아니라, 항공·숙박·쇼핑·식음료·교통을 함께 움직이는 고부가 관광객에 가깝다.

BTS 공연 방한관광 효과를 체류일, 소비액, 외국인 방문객 증가율로 정리한 인포그래픽
BTS 광화문·고양 공연 조사에서 외국인 관람객은 일반 방한객보다 오래 머물고 더 많이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고양 공연 당일의 지역 소비다. 한국관광공사의 통신·카드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고양종합운동장 인근 일산서구 대화동 일대의 외국인 방문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 1,397명에서 BTS 공연일 3일 동안 4만8,581명으로 늘었다. 외국인 카드 소비액도 890만 원에서 3억3,780만 원으로 증가했다. 방문객은 약 35배, 카드 소비액은 약 38배 늘어난 셈이다.

이 숫자는 K팝 공연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단순한 관람객 수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연장 주변 편의점, 식당, 카페, 교통, 숙박, 굿즈 판매, 임시 매장, 야간 상권까지 함께 움직인다. 특히 외국인 팬덤은 공연 전후로 사진을 찍고, 굿즈를 사고, 관련 장소를 찾아가며, 자신이 경험한 동선을 SNS에 다시 올린다. 한 번의 공연이 온라인 홍보와 오프라인 소비를 동시에 만들어내는 셈이다.

고양 공연 관람객이 서울 용산, 명동,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국립현대미술관 등으로 이동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공연 개최지가 고양이었다고 해서 소비가 고양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팬들은 공연을 중심으로 서울 주요 관광지와 문화 공간을 함께 방문했다. 공연 하나가 도시 간 이동을 만들고, 그 이동이 숙박·식사·쇼핑으로 이어졌다. 이는 K컬처 관광이 이미 단일 도시 상품이 아니라 광역 관광 상품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 결과를 곧바로 장기 관광 효과로 확대해 해석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공연일 3일 동안의 방문객과 소비액은 초대형 이벤트가 만든 집중 효과다. 이런 특수는 공연이 끝나면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 지역경제에 실제 도움이 되려면 공연 전후의 소비를 더 오래 붙잡는 준비가 필요하다. 공연장 주변 안내, 다국어 교통 정보, 야간 귀가 동선, 지역 맛집과 쇼핑 코스, 팬덤 친화형 포토존, 숙박 연계 상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대형 공연을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연장 주변의 안전 관리와 교통 대책은 기본이고, 외국인 관람객이 공연 전날과 다음 날 어디를 갈지까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지역 상권도 단순히 손님이 몰리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외국어 메뉴, 간편결제, 공연 시간에 맞춘 영업, 굿즈 구매 고객을 위한 보관 서비스 등 실질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공연 특수는 준비한 지역에 더 크게 남는다.

관광업계에도 시사점이 크다. 기존 방한 관광 상품은 쇼핑, 고궁, 음식, 한류 체험을 묶는 방식이 많았다. 그러나 BTS 공연 사례는 외국인 관광객이 이미 ‘목적형 여행’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연, 드라마 촬영지, 팬덤 행사, 팝업스토어, 전시, 생일 카페, 굿즈 숍이 여행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여행사는 이 동선을 이해하지 못하면 젊은 외국인 관광객의 실제 소비 흐름을 놓치게 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K컬처를 관광 홍보 문구로만 쓰는 수준을 넘어, 실제 방문과 소비로 이어지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공연 티켓을 가진 외국인에게 지역 교통권, 숙박 할인, 식음료 쿠폰, 관광지 입장 혜택을 연결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공연장 주변 상권만이 아니라 인근 도시, 전통시장, 박물관, 야간 관광지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마련하면 공연 효과는 하루짜리 이벤트를 넘어선다.

BTS 공연이 남긴 숫자는 분명하다. 외국인 팬들은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쓰며, 공연장 밖에서도 움직인다. 이제 과제는 이 흐름을 얼마나 정교하게 받아내느냐다. K팝 공연은 이미 한국 관광의 강력한 입구가 됐다. 지역관광의 성패는 그 입구로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을 어디까지 안내하고,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며, 어떤 경험으로 다시 오게 만들 것인가에 달려 있다.

여행레저신문 Copyrights ⓒ Travel Leisure Newspape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