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관광과 역사문화 관광을 한 동선으로 묶는 시도
부산·경북 관광협력이 외국인 체류형 관광권역 조성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관광공사와 경북문화관광공사는 부산의 해양·도시형 관광 인프라와 경북의 역사·문화 자원을 연계해 공동 관광 콘텐츠 개발과 초광역 마케팅을 확대하기로 했다. 협력 분야에는 공동 홍보, 외국인 전용 관광패스 개발, 국제행사 유치 협력 등이 포함된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관 간 업무협약을 넘어 지역관광의 운영 단위를 행정구역에서 여행권역으로 넓히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시·도 경계를 기준으로 여행하지 않는다. 부산으로 입국한 뒤 경주, 안동, 포항, 울산, 대구 등으로 이동하는 동선은 이미 여행자 관점에서 자연스럽다. 문제는 이 동선을 교통, 숙박, 결제, 안내, 체험상품으로 얼마나 편리하게 연결하느냐다.
부산은 국제공항과 항만, 호텔, 쇼핑, 해양관광, MICE 기반을 갖춘 관문 도시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남부권으로 들어오는 출발점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 경북은 신라문화권, 유교문화권, 동해안 해양자원, 산림·치유 관광지 등 체류형 콘텐츠가 강하다. 두 지역의 자원을 묶으면 ‘부산에서 시작해 경북에서 머무는’ 남부권 여행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특히 APEC 등 국제행사와 연계한 관광패스 추진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제회의 참가자는 행사 일정 때문에 개최 도시 안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회의 전후 일정, 동반자 프로그램, 기업 인센티브 투어가 결합되면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관광패스는 이때 교통, 입장권, 체험, 할인 혜택을 하나로 묶는 수단이 된다. 부산의 도시 인프라와 경북의 역사문화 자원이 함께 제시되면 외국인 참가자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초광역 관광은 최근 국내 지자체 관광정책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 도시만으로는 외국인 관광객의 긴 체류를 만들기 어렵다. 개별 관광객은 한 번의 여행에서 여러 도시를 비교하고 이동한다. 따라서 지자체 간 경쟁보다 공동 노선, 공동 홍보, 공동 상품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부산과 경북의 협력은 관문 도시와 배후 관광지를 묶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다른 권역에도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다만 관광패스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현장에서 쓰기 쉬워야 한다. 이름만 패스인 상품은 많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모바일로 바로 확인하고 결제하며 지역 교통까지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은 아직 제한적이다. 다국어 안내, 실시간 운영 정보, 숙박 예약, 음식점 접근성, 2차 교통 정보가 함께 제공돼야 한다. 관광패스가 단순 할인권에 머물면 체류 확대 효과는 크지 않다.
지역 관광업계의 참여도 중요하다. 관광공사 간 협력만으로는 여행자의 실제 경험을 바꾸기 어렵다. 호텔, 여행사, 교통기관, 로컬 콘텐츠 기업, 음식점, 축제 운영 주체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부산에서 출발해 경북의 역사문화 도시와 동해안, 산림 관광지로 이어지는 상품이 실제 예약 가능한 형태로 나와야 외국인 관광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이번 협력은 방한 관광시장이 회복기를 지나 질적 성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입국자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역경제 효과를 충분히 만들기 어렵다. 외국인 관광객이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며, 다시 방문할 이유를 얻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부산·경북 관광협력은 이런 흐름 속에서 남부권 관광의 체류형 전환을 시험하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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