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관광의 기본도 모른 ‘한국 관광 가성비’론…인바운드 트래블과 국내관광은 같은 시장이 아니다

서울 숙박비가 뉴욕보다 싸다는 말로 국내 관광 바가지 논란을 덮을 수는 없다

서울 특급 호텔과 한국식 모텔을 나란히 배치해 호텔과 모텔의 용도 차이를 보여주는 칼럼 대표 이미지
호텔과 모텔은 객실 설비 몇 가지로 비교할 수 있는 같은 숙박시설이 아니다. 관광 숙박의 경쟁력은 서비스와 운영 체계에서 나온다.

서울 숙박비가 뉴욕보다 싸다는 말로 국내 관광 바가지 논란을 덮을 수는 없다

한국 관광이 글로벌 주요 도시보다 싸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 숙박비가 뉴욕의 5분의 1 수준이고, 택시비와 외식비도 런던·도쿄보다 낮다는 내용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달러를 들고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서울과 부산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목적지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해석하는 방식이다. 이 자료를 근거로 한국 관광의 가격 경쟁력이 절대적으로 높다거나, 국내 관광지의 바가지 논란이 ‘정서적 고물가 프레임’에 가깝다고 말하는 순간 논리는 무너진다. 이것은 시각의 차이가 아니다. 관광의 기본 구분을 놓친 것

인바운드 트래블과 국내관광도 구분하지 못한 가격 비교

관광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나누는 기본이 있다.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오는 인바운드 트래블, 한국인이 해외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트래블, 한국인이 국내에서 여행하는 도메스틱 트래블이다. 이것은 관광학의 어려운 이론이 아니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 구분도 없이 외국인이 환율 효과로 한국을 싸게 느끼는 문제와, 내국인이 성수기 국내 관광지에서 바가지와 고물가를 체감하는 문제를 같은 선상에 놓으면 출발부터 틀린다. 서울 숙박비가 뉴욕보다 싸다는 말은 인바운드 트래블 마케팅 자료로는 쓸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 관광객에게 한국이 가격 대비 매력적인 여행지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이 곧바로 “한국 국내관광은 싸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국내 관광 바가지 논란은 외국인이 달러로 계산하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인이 원화로 벌고 원화로 쓰며, 성수기 숙박료와 가족 단위 식비, 주차비, 교통비, 옵션 비용, 축제장 음식값을 직접 부담하는 문제다. 내국인의 체감은 세계은행 가격수준지수 하나로 지워지지 않는다. 외국인에게 싸게 보인다는 말과 내국인이 납득할 만한 가격을 지불하고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인바운드 트래블, 아웃바운드 트래블, 도메스틱 트래블의 차이를 상징하는 공항과 국내 여행 이미지
인바운드 트래블, 아웃바운드 트래블, 도메스틱 트래블은 관광정책과 가격 해석에서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기본 개념이다.

호텔과 모텔의 차이도 모르는 숙박비 해석

더 심각한 것은 호텔과 모텔에 대한 이해다. 한국의 모텔과 중저가 숙소에 대형 TV, 무료 와이파이, 스타일러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서구권 4성급 호텔과 비교하는 것은 호텔이라는 산업을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다.

세계 주요 관광도시에서 4성급 호텔은 그 도시의 최고 수준 호텔군에 속한다. 그런 호텔을 한국의 모텔과 같은 선상에 놓고 객실 안 가전제품 몇 가지로 비교하는 것은 호텔을 방 하나의 설비 목록으로 착각한 것이다.

호텔과 모텔은 용도부터 다르다. 원래 모텔은 ‘모터 호텔’에서 나온 말로, 자동차 여행자가 차량으로 접근해 머무는 도로변 숙박시설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한국의 모텔은 그런 의미의 모텔과 다르게 발전했다. 한국의 모텔 상당수는 관광객의 장기 숙박이나 가족 여행, 비즈니스 체류를 위한 관광호텔이 아니라 러브호텔 문화에서 확산된 단기 체류형 숙박시설이다.

그래서 한국 도시에 모텔이 많다고 해서 외국인 관광객을 받을 수 있는 객실 공급이 충분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한국 모텔의 상당수는 하루 한 번 숙박객을 받아 운영하는 호텔과 다르게, 데이 유즈를 포함해 하루에도 여러 차례 객실 회전이 일어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데이 유즈 자체가 나쁜 말은 아니다. 호텔에도 데이 유즈 상품은 있다. 문제는 어떤 시설이 기본적으로 어떤 고객과 어떤 이용 방식을 전제로 운영되느냐다.

한국 모텔은 많은 경우 밤새 머무는 관광객보다 짧은 시간 이용 고객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외국인 가족 관광객이나 장기 체류 여행자를 위한 안내, 예약 안정성, 조식, 다국어 응대, 공용 서비스 체계와는 거리가 있다. 도시 곳곳에 모텔이 많다는 사실은 관광호텔 객실 공급이 충분하다는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관광객이 실제로 안심하고 예약해 머물 수 있는 숙박 인프라와 한국식 단기 체류 숙박시설을 구분해야 한다는 증거에 가깝다.

일본의 혼잡한 관광지와 한국 지방 관광지의 여유 있는 숙박 공급을 대비한 이미지
일본의 오버투어리즘 가격정책과 한국의 인바운드 관광 과제는 같은 조건에서 나온 문제가 아니다.

일본 이중가격제와 한국을 같은 선에 놓을 수 없다

일본의 외국인 이중가격제 논의를 한국 관광의 가격 전략과 단순 비교하는 것도 무리다. 일본은 이미 외국인 관광객이 대규모로 몰리며 일부 지역에서 오버투어리즘, 주민 부담, 교통 혼잡, 문화재 관리비 문제가 현실적인 정책 과제가 됐다. 외국인에게 더 높은 요금을 부과하자는 논의는 그런 초과 수요와 지역 부담 속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 관광은 아직 일본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넘쳐나는 시장이 아니다. 수도권 일부와 특정 명소를 제외하면 지방 관광지는 객실과 시설, 콘텐츠 공급에 비해 수요가 부족한 곳이 많다. 외국인 관광객이 넘쳐서 가격을 올려야 하는 시장이 아니라, 더 많은 수요를 만들어야 하는 시장이다.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일본 일부 지역의 가격 정책을, 아직 수요를 더 만들어야 하는 한국에 그대로 끌어오는 것은 관광정책이 아니라 잘못된 비교다. 가격을 더 받아야 할 시장인지, 가격보다 먼저 방문 이유와 체류 이유를 만들어야 할 시장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면 정책 제안은 현장을 해치는 말이 된다.

관광의 기본도 모르면서 관광을 해석한다?

한국 관광의 과제는 “싸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인바운드 트래블 시장에는 한국이 가격 대비 좋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동시에 국내관광 시장에는 내국인이 납득할 수 있는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논리와 내국인의 국내여행 신뢰를 회복하는 논리는 다르다.

한국 관광이 싸다는 숫자는 쓸 수 있다. 그러나 그 숫자를 어디에 써야 하는지 모르면 오히려 관광 현실을 왜곡한다. 인바운드 가격 경쟁력, 국내관광 체감 물가, 호텔 숙박 인프라, 일본의 이중가격제 논의는 각각 다른 문제다. 서로 다른 문제를 한데 섞으면 한국 관광의 강점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산업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관광의 기본은 어렵지 않다. 누가 여행하는가,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가, 어떤 돈으로 지불하는가, 어떤 서비스를 기대하는가를 먼저 봐야 한다. 인바운드 트래블, 아웃바운드 트래블, 도메스틱 트래블을 구분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숫자를 가져와도 결론은 빗나간다. 호텔과 모텔의 용도 차이를 모르면 숙박비 비교도 틀린다. 일본의 초과 수요 정책을 한국에 가져오면 가격 전략도 틀린다.

이런 주장이 연구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것은 한국 관광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관광의 기본 분류도 놓치고, 호텔과 모텔의 차이도 흐리고, 일본의 초과 수요 정책까지 한국에 억지로 끌어오면 남는 것은 그럴듯한 숫자뿐이다.

한국 관광을 망치는 것은 데이터 부족이 아니다. 데이터를 어디에 써야 하는지 모르는 해석이다. 관광의 기본도 모른 채 ‘가성비 최고’라는 문장만 앞세우면 그것은 정책 제안도 산업 분석도 아니다. 숫자를 동원한 착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