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찬 ㅣ 여행레저신문 발행인
대한민국 관광객 3,000만 시대.
이재명 대통령이 던진 이 화두는 방향만 놓고 보면 틀리지 않다. 관광을 더 이상 주변 산업이 아니라 국가 성장의 한 축으로 보겠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옳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의 대한민국 관광은 아직 3,000만 명을 감당할 만큼 단단하지 않다.
숫자는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숫자를 떠받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현장에서 50년을 지켜본 입장에서 단언하건대, 지금 한국 관광은 사람을 더 부를 말은 많지만, 그 사람들을 제대로 읽고 제대로 맞이하는 힘은 아직 약하다.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 지자체와 관련 기관이 내놓는 통계와 청사진은 많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그만큼 분명하지 않다.
대통령께서 정말 ‘관광 3,000만 시대’를 묻는다면, 답은 단순하다. 더 많이 오게 하는 일보다 먼저, 더 제대로 오게 만드는 바탕을 갖춰야 한다. 그 출발점은 데이터, 환대, 그리고 리더십이다.
대통령의 질문은 옳다, 이제 관광 행정 체계가 달라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목표를 드높이 잡는 것이 아니다. 그 목표를 감당할 준비를 갖추는 일이다. 관광객 3,000만 명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누가 왜 오는지 알고, 무엇을 보고 무엇에 만족하고 무엇에 실망하는지 끝까지 읽어야 한다. 그래야 한 번 온 손님이 다시 온다. 지금 한국 관광은 바로 그 지점이 약하다. 이제 관광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 관련 부처와 기관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관광정책은 집계가 아니라 해석이어야 한다
지금 한국 관광정책의 가장 큰 약점은 “누가, 왜 오는가”를 정밀하게 읽지 못하는 데 있다. 입국자 수가 늘었다고 해서 곧바로 관광 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아니다. 경유객과 순수 관광객은 다르고, 쇼핑 목적과 의료 목적, K-콘텐츠 방문 수요도 모두 다르다. 어느 나라 어느 연령대가 어디에서 무엇을 소비하고 어떤 불편을 겪는지까지 읽혀야 비로소 정책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총량 수치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관광은 감으로 하는 산업이 아니다. 출입국 정보, 방문 목적, 체류 기간, 소비 패턴, 선호 지역, 재방문율을 촘촘히 분석하고, 그 결과를 시장별 전략으로 연결해야 한다. 그래야 예산이 살아 움직인다.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이제 단순 집계와 홍보성 수치 제시를 넘어, 데이터 해석과 시장 대응으로 넘어가야 한다. 경유객을 관광 성과로 부풀리는 일부터 멈추고, 진짜 관광객을 어떻게 늘릴 것인지 다시 계산해야 한다.

환대는 서비스가 아니라 관광 경쟁력이다
관광객 3,000만 명을 불러도 그들이 한국에서 불쾌함과 피로감만 안고 돌아간다면, 그것은 성과가 아니다. 관광은 결국 사람이 사람을 맞이하는 산업이다. 공항과 호텔, 식당과 택시, 거리의 표지판과 안내 문구, 말 한마디와 시선 하나가 모두 한국의 얼굴이 된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는 아직도 외국인을 손님으로 보기보다 불편한 존재로 대하는 인식이 남아 있다. 서비스 현장을 가볍게 보는 문화도 여전하다. 이대로는 숫자가 늘어도 기억은 나빠진다.
환대는 홍보 영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친절과 전문성이 제대로 대우받아야 생긴다. 가이드, 택시기사, 식당 종사자, 호텔 현장 인력들이 외국인을 귀한 손님으로 대할 수 있도록 직업적 자존감과 보상 체계를 함께 높여야 한다.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 지자체 관광 부서는 이제 보여주기식 캠페인보다 현장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더 많은 힘을 써야 한다. 관광 선진국은 시설만 좋은 나라가 아니라, 손님을 맞는 태도가 몸에 밴 나라다.
관광은 행정의 부속이 아니라 전략 산업이다
관광은 결코 가벼운 서비스업이 아니다. 항공, 호텔, 교통, 물류, 디지털 플랫폼, 콘텐츠, 지역경제가 함께 움직이는 거대한 산업이다. 그런데 이런 산업을 지금처럼 행정 중심의 시각으로만 끌고 가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관광정책은 책상 위 보고서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장을 알고 시장을 읽고, 소비자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는 사람이 앞에 서야 한다.
이제는 문체부 산하의 분절된 관광 행정 구조와 한국관광공사의 기능, 지자체 관광사업의 중복과 비효율을 함께 다시 봐야 한다. 이름만 바꾸는 식의 개편으로는 부족하다. 실질적인 기획과 집행 권한을 가진 전문가 중심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5년 뒤, 10년 뒤를 내다보는 방향은 순환보직으로 만들기 어렵다. 산업을 아는 사람, 시장의 변화를 읽는 사람, 실패와 성공의 현장을 겪은 사람이 키를 잡아야 한다.
대통령님, 3,000만 명은 저절로 오는 숫자가 아닙니다. 오도록 만들어야 하는 숫자입니다.
그러려면 먼저 우리 자신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한국 관광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험요소를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런 기본 진단도 없이 장밋빛 숫자부터 내세우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다.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 관련 부처와 기관은 이제 숫자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을 키우고 무엇을 고칠지, 어느 시장을 붙잡고 어디서 새 길을 열지 분명한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관광은 말로 크지 않는다. 시장을 읽고 현장을 아는 사람이 이끌 때 커진다. 제대로 된 국가관광마케팅 전략과 그것을 밀고 갈 리더가 있을 때 비로소 3,000만 시대도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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