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관광’의 자아도취인가, 통계의 자기과시인가

국립공원 외국인 205만 명, 국립중앙박물관 세계 3위. 정부와 언론은 한국 관광의 도약을 자찬하지만, 정작 현장을 아는 사람들의 체감은 다르다. 통신 기반 추산과 무료 관람 구조가 만든 화려한 숫자 뒤에 무엇이 빠져 있는지, 본지가 통계와 현장의 괴리를 짚었다.

북한산 국립공원 입구와 한산한 등산로 풍경
북한산 국립공원 입구 전경. 화려한 외국인 방문 통계와 달리 현장의 체감은 숫자만큼 뜨겁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립공원 ‘205만 명’과 박물관 ‘세계 3위’라는 숫자 뒤에, 정작 현장은 왜 비어 있나

이만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최근 정부와 일부 언론은 대한민국 관광이 세계적 도약 국면에 들어섰다고 연일 자찬하고 있다. 국립공원에는 외국인 205만 명이 찾았고, 국립중앙박물관은 관람객 650만 명으로 세계 3위에 올랐다는 식이다. 숫자만 보면 한국은 이미 산과 박물관까지 외국인이 몰려드는 ‘관광 대국’이 된 듯하다.

그러나 현장을 아는 사람들의 체감은 이 화려한 발표와 좀처럼 맞물리지 않는다. 정부가 내세우는 수치가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숫자가 현장의 실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3월 2025년 한 해 동안 국립공원을 방문한 외국인이 총 205만 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방한 관광객은 113만 명, 국내 거주 외국인은 92만 명이었다. 공단은 이 수치가 통신 데이터 기반 집계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 발표는 ‘외국인이 한국의 산을 열광적으로 찾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지만, 정작 산을 자주 다니는 이들이 체감하는 현장은 그렇게까지 뜨겁지 않다. 설악산 능선이나 지리산 종주길에서 외국인을 보기 드물다는 현장 경험과, 연간 205만 명이라는 발표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이 간극이 왜 생기는지, 정부는 집계 기준과 산정 논리를 더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수치는 관광 진흥의 증거가 아니라, 숫자를 앞세운 행정 홍보로 읽힐 수밖에 없다.

더구나 205만 명이라는 수치 안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92만 명이 포함돼 있다. 즉 ‘해외에서 한국 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체류 외국인의 이동’이 같은 숫자 묶음 안에 들어가 있다. 정책 홍보에서는 이 차이가 치명적이다. 전자는 한국 관광 경쟁력의 성과일 수 있지만, 후자는 생활권 이동이나 국내 체류자의 일상적 방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를 한 덩어리로 제시하면, 숫자는 커지지만 해석은 흐려진다. 통계는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무엇을 뜻하는지 분명해야 가치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내부 로비와 차분한 관람객 동선
국립중앙박물관 내부 전경. 총관람객 세계 3위라는 수치와 외국인 관광 경쟁력은 같은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국립중앙박물관 사례도 비슷하다. 박물관은 2025년 관람객 650만 7,483명으로 세계 3위를 기록했다. 분명 인상적인 성과다. 그러나 이 수치를 곧바로 ‘세계인이 한국 박물관에 열광한다’는 식으로 번역하는 순간, 해석은 과장된다. 실제 외국인 관람객은 약 23만 명으로 전체의 3.55%였다.

다시 말해 관람객 100명 가운데 96명 이상은 내국인이었다는 뜻이다. 세계 3위라는 화려한 타이틀은 맞지만, 그것이 곧 외국인 관광 경쟁력의 압도적 증거라는 식의 서술은 지나치다. 숫자는 사실이지만, 그 숫자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오히려 이 지점에서 한국 관광행정의 오래된 병폐가 드러난다. 정부는 ‘많다’는 숫자를 좋아하고, 언론은 그 숫자를 제목으로 뽑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관광정책의 본질은 총량 자랑이 아니다. 누가 왔는지, 왜 왔는지, 무엇을 보고 만족했는지, 다시 오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 박물관이 무료라서 많이 들어오는 것과, 돈을 내고도 반드시 찾아가야 할 콘텐츠 경쟁력을 갖췄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런 점에서 최근 거론되는 국립시설 유료화 논쟁도 보다 냉정해야 한다. 대만 국립고궁박물원은 현재 일반 입장권이 NT$350이고, 프랑스 루브르 같은 세계적 박물관은 높은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킬러 콘텐츠와 브랜드 파워로 관람객을 끌어들인다. 반면 한국의 국립시설은 무료 정책과 생활형 방문 수요에 상당 부분 기대온 측면이 있다.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단순히 ‘외국인은 많이 오니 이제 돈을 받자’는 식으로 접근하면, 통계 위에 또 다른 행정 착시만 쌓일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프라다. 정부가 K-관광의 성공을 말하려면, 최소한 외국인이 불편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다국어 정보체계, 현장 안내, 예약·교통·안전 시스템부터 제대로 갖춰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아직도 관광지마다 정보 접근성의 편차가 크고, 현장 안내의 완성도도 고르지 않다. 이 상태에서 숫자부터 앞세우는 것은 성과 관리가 아니라 성과 연출에 가깝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세계 3위’나 ‘205만 명’ 같은 숫자의 폭죽놀이가 아니다. 통계가 현장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는지, 그리고 그 숫자가 실제 정책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다. 국립공원 외국인 205만 명이 정말 한국 산악관광의 실질적 도약을 의미하는지, 국립중앙박물관 650만 명이 진정한 국제 관광 경쟁력인지, 이제는 묻고 따져야 한다. 숫자는 화려할 수 있다. 그러나 관광정책은 화려한 숫자가 아니라, 현장에서 체감되는 진실로 평가받아야 한다.

한국 관광 행정은 지금 스스로를 너무 쉽게 축하하고 있다. 그러나 자축은 성과를 만들지 않는다. 현장과 통계가 어긋나는 순간, 숫자는 성취가 아니라 환상이 된다. 정부와 언론은 이제 ‘몇 명이 왔다’는 자랑에서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 그리고 묻기 시작해야 한다. 그 숫자에 정말 사람이 있는가. 아니면 숫자만 있고, 정작 현장은 비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