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성서동물원·식물원, 생물 다양성을 여행으로 읽는 두 공간

5월 22일 국제 생물 다양성의 날을 앞두고 예루살렘 성서동물원과 예루살렘 식물원이 생태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페르시아 다마사슴 복원, 희귀 오랑우탄 탄생, 멸종위기 식물 보전까지 이어지는 두 공간은 예루살렘을 역사와 종교의 도시를 넘어 자연과 생명의 질서를 체험하는 여행지로 다시 보게 한다. 여행자는 동물과 식물의 이야기를 따라 생물 다양성이 왜 지켜져야 하는지 현장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예루살렘 성서동물원의 페르시아 다마사슴
예루살렘 성서동물원이 복원 프로젝트를 이어온 페르시아 다마사슴. Photo by Eyal Bartov via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강정호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매년 5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국제 생물 다양성의 날’이다. 생물 다양성은 지구상 생명체의 종류만을 뜻하지 않는다. 숲과 습지, 사막과 바다, 도시 녹지와 농경지까지 서로 다른 생명들이 관계를 맺으며 유지하는 생태계의 균형을 가리킨다. 기후 변화와 서식지 훼손이 빨라지는 시대에 생물 다양성은 환경 담론을 넘어 여행의 방식까지 바꾸는 주제가 되고 있다.

이스라엘 관광청이 국제 생물 다양성의 날을 앞두고 소개한 예루살렘 성서동물원과 예루살렘 식물원은 이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두 장소는 단순한 관람 시설이라기보다, 동물과 식물을 통해 자연 보전의 의미를 체험하게 하는 도시형 생태 여행지에 가깝다.

성서 속 동물에서 현대 보전으로

예루살렘 성서동물원은 이름 그대로 성서 속 동물의 상징성을 현대 생태 교육과 연결해 온 곳이다. 사자, 사슴, 산양처럼 성경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지만, 이곳의 핵심은 종교적 해설에 머물지 않는다. 멸종위기종 보전, 번식, 야생 방사, 국제 동물원 네트워크 협력 등 현대 동물원이 맡아야 할 보전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다.

야간 조명이 비친 예루살렘 식물원의 연못 풍경
예루살렘 식물원 연못에 야간 조명이 비치고 있다. Photo by PikiWiki Israel via Wikimedia Commons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페르시아 다마사슴이다. 한때 중동 일대에 분포했으나 서식지 훼손과 남획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던 이 종은 지금도 멸종위기 상태에 있는 동물이다. 예루살렘 성서동물원은 자연보호 기관들과 협력해 제한된 개체를 확보하고 번식 프로그램을 이어가며 개체 수 회복에 힘써 왔다.

이 프로젝트가 의미 있는 이유는 동물을 ‘보여주는’ 단계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개체를 일정 기간 관리한 뒤 자연 서식지로 돌려보내고, 야생 개체군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심을 이어간다. 중동의 역사와 생태계 변화가 겹쳐 있는 페르시아 다마사슴의 사례는 생물 다양성 보전이 한 시설이나 한 국가만의 사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랑우탄 탄생이 말하는 국제 보전의 시간

예루살렘 성서동물원에서 전해진 오랑우탄 탄생 소식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오랑우탄은 번식 간격이 길고 임신 기간도 약 8개월 반에 이르는 대표적인 멸종위기 영장류다. 13세 암컷 오랑우탄 ‘수가’가 첫 새끼를 출산했다는 소식은 국제 동물원 네트워크 안에서도 드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한 마리의 새끼는 관광 뉴스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의미는 더 크다. 국제 동물원 네트워크는 혈통 관리와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개체 이동과 번식 계획을 조율한다. 특히 번식 속도가 느린 대형 영장류의 경우 한 번의 출산은 장기 보전 프로그램의 성과이자, 방문객에게 멸종위기 문제를 직접 체감하게 하는 교육적 계기가 된다.

식물원은 살아 있는 유전자 은행

예루살렘 식물원은 생물 다양성의 또 다른 축을 보여준다. 식물원은 다양한 식물을 모아 놓은 정원으로만 이해되기 쉽지만, 현대 식물원은 기후 변화 시대의 ‘살아 있는 유전자 은행’ 역할을 한다. 예루살렘 식물원은 지중해성 식물, 사막 식물, 습윤 지역 식물 등 서로 다른 기후대의 식물을 한 공간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조성돼 있다.

이곳은 멸종 위기에 놓인 지역 식물을 보호하는 보전 공간으로도 기능한다. 방문객은 짧은 산책만으로 사막 식물이 물 부족에 적응하는 방식, 지중해성 식물이 강한 햇빛과 건조한 여름을 견디는 구조, 습지 식물이 수분 환경에 반응하는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는 책이나 전시 패널로 이해하는 생물 다양성과는 다른 경험이다.

예루살렘을 읽는 또 하나의 방법

여행의 관점에서도 두 공간은 예루살렘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힌다. 예루살렘은 종교와 역사, 고고학의 도시로 주로 알려져 있지만, 성서동물원과 식물원은 도시 안에서 자연과 생명의 문제를 읽는 길을 제시한다. 특히 가족 여행자나 교육 여행, 생태 해설형 여행을 기획하는 이들에게 두 장소는 단순한 부가 코스가 아니라 목적형 여행지로 활용할 만하다.

다만 이 지역을 방문하려는 여행자는 현지 정세와 안전 공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여행이 가능해지는 시점에 이들 공간은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인간이 사라져 가는 생명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묻는 현장으로 다가올 수 있다. 국제 생물 다양성의 날이 던지는 질문도 결국 여기에 닿아 있다. 여행은 멀리 있는 풍경을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그 풍경을 가능하게 하는 생명의 질서를 이해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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