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마지막 절차에 들어섰다. 양사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계약 체결을 승인했고, 2026년 12월 17일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공식화했다. 2020년 11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이후 5년 6개월여 만이다.
이번 합병은 단순한 기업 결합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흔들린 국내 항공산업을 정부와 채권단, 대한항공이 함께 정리해온 구조조정의 결과물이다. 아시아나항공에는 3조6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이 투입됐고, 대한항공은 인수·통합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와 공적자금 상환을 추진해왔다.
합병비율은 대한항공 1주당 아시아나항공 0.2736432주로 정해졌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자산, 부채, 권리와 의무, 근로자 일체를 승계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8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할 예정이며, 대한항공은 소규모 합병 요건을 충족해 이사회 결의로 주주총회를 갈음할 계획이다.

안전운항체계 통합이 첫 번째 과제
합병계약 체결 이후 가장 중요한 절차는 안전운항체계 통합이다. 대한항공은 국토교통부에 합병 인가를 신청하고, 6월 중 운영기준 변경 인가 절차를 진행한다. 이는 대한항공의 기존 운항증명 체계를 유지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운항 시스템, 정비 체계, 승무원 훈련 프로그램을 대한항공 운영체계 안으로 편입하는 과정이다.
항공사 통합은 브랜드와 노선만 합치는 일이 아니다. 조종, 객실, 정비, 운항통제, 예약, 공항 서비스, 마일리지, IT 시스템이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 특히 통합 직후 작은 혼선도 항공 안전과 소비자 신뢰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한항공이 본사 종합통제센터, 객실훈련센터, 항공의료센터, 정비 시설 등에 투자를 이어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소비자가 가장 민감하게 보는 마일리지 통합
소비자에게 가장 민감한 쟁점은 마일리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별도의 충성고객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통합 항공사가 출범하면 양사 마일리지의 전환비율, 사용처, 보너스 좌석 공급, 좌석 승급 기준이 순차적으로 정리돼야 한다. 통합안이 소비자에게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제시되지 않으면 합병 효과보다 불만이 먼저 드러날 수 있다.
노선 재편도 중요한 변수다. 중복 노선은 효율화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고, 통합 항공사는 장거리 국제선과 환승 노선에서 인천국제공항의 허브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다만 소비자 관점에서는 선택지가 줄어드는 문제도 함께 봐야 한다. 통합 항공사가 국내 장거리 국제선 시장에서 커진 영향력을 갖게 되는 만큼, 운임과 좌석 공급, 서비스 품질에 대한 공정한 감시가 필요하다.
LCC 통합과 지방공항 노선도 영향권
저비용항공사 재편도 남은 과제다. 대한항공 계열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에어서울의 향후 통합 방향은 국내 LCC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 대형항공사 통합보다 LCC 통합이 소비자 가격과 지방공항 노선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지방공항 국제선 공급, 김해공항 기반 노선, 단거리 일본·동남아 노선 조정이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를 수 있다.
숫자로 보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로드맵
2020년 11월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했다. 2021년 대한항공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외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2022년에는 싱가포르, 대한민국, 호주, 중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았고, 2023년 영국, 2024년 일본·유럽연합·미국 경쟁당국 승인 절차가 마무리됐다. 2024년 12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63.88%를 취득했고, 2026년 5월 합병계약 체결 단계에 들어섰다.
여행레저신문 전망으로는 12월 17일은 통합의 끝이 아니라 운영 평가의 시작이다. 첫째, 통합 직후 운항 차질이 없는가. 둘째, 마일리지 통합안이 소비자에게 납득 가능한가. 셋째, 노선 재편이 단순 감편이 아니라 신규 수요 확대와 환승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가. 넷째, 인천국제공항 허브 경쟁력이 싱가포르 창이, 홍콩, 도쿄, 상하이와의 경쟁에서 실제로 강화되는가가 핵심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은 한국 항공산업 역사상 가장 큰 구조 개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합병 완료’라는 선언보다 통합 이후의 운영 성과다. 안전, 서비스, 가격, 마일리지, 노선망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정리될 때 이번 합병은 산업 구조조정을 넘어 한국 항공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평가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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