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항공운수권 35개 노선 배분, 지방공항은 외국인 관광의 새 관문이 될 수 있을까

중국 노선 회복, 동유럽 하늘길 확대, LCC 참여 확대…문제는 항공편 이후의 관광 수용력이다

국제항공운수권 배분은 항공사만의 뉴스가 아니다. 한 나라의 관광 동선이 어디로 열리고, 외국인 관광객이 어느 공항으로 들어오며, 지역경제가 어떤 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23일 항공교통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35개 국제항공 노선의 운수권을 11개 국적 항공사에 배분했다. 이번 배분은 최근 수요가 빠르게 회복된 한·중 노선, 지방공항 국제선, 헝가리·오스트리아 등 동유럽 노선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겉으로 보면 항공편이 늘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여행산업 관점에서 보면 의미가 더 크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관광은 서울과 인천 중심의 회복을 넘어 지방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어떻게 분산시킬 것인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운수권 배분은 그 과제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부산, 청주, 대구, 양양 등 지방공항에 중국 노선이 배분됐고, 인천에서는 중국 주요 도시와 동유럽 노선이 확대된다. 다만 하늘길이 열린다고 관광이 저절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공항 이후의 동선이 준비되어야 한다.

부산·청주·대구·양양 등 지방공항의 중국 노선 확대는 외국인 관광객의 지역 직유입 가능성을 높이는 변화다.

중국 노선 회복은 이번 배분의 중심이다

이번 운수권 배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중국 노선이다. 국토부는 올해 1분기 한·중 여객실적이 약 439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 이상 회복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베이징, 상하이뿐 아니라 항저우, 청두, 광저우, 샤먼, 황산, 구이린 등 다양한 중국 도시와 한국 지방공항을 잇는 노선이 새로 배분됐다.

부산에서는 광저우, 항저우, 샤먼, 구이린 노선 운수권이 배분됐다. 청주는 베이징, 항저우, 청두, 샤먼, 황산 노선을 받았다. 대구는 상하이 노선, 양양은 상하이 노선 재개 가능성이 열렸다. 특히 양양공항은 국제선 중단 이후 회복이 더딘 대표적인 지방공항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배분이 실제 취항으로 이어진다면 강원 관광의 새로운 입구가 다시 열릴 수 있다.

중국 노선 확대는 단순한 방한 관광객 증가만을 뜻하지 않는다. 중국은 한국 인바운드 관광에서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다. 과거처럼 단체관광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지만, 개별여행객과 소규모 그룹, 가족 여행, 쇼핑·미식·의료·문화 체험 수요는 계속 존재한다. 지방공항 직항이 늘면 서울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지역으로 들어오는 관광 동선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이번 배분의 가장 큰 관광적 의미다.

지방공항은 취항보다 도착 이후가 중요하다

문제는 항공편 이후다. 외국인 관광객이 부산, 청주, 대구, 양양에 도착했다고 해서 곧바로 지역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공항에서 도심과 관광지로 이동하는 교통이 편해야 하고, 외국어 안내가 충분해야 하며, 숙박과 식당, 결제, 짐 보관, 야간 이동, 지역 투어 상품이 연결되어야 한다. 항공노선은 입구일 뿐이다. 관광은 입국장 밖에서 시작된다.

지방공항 활성화의 성패는 취항 자체보다 공항 이후의 교통·숙박·관광상품·안내 체계에 달려 있다.

그동안 지방공항 활성화 정책은 항공편 유치에 무게가 실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항공사는 수요가 없으면 오래 버티지 않는다. 지방공항에 국제선이 생겨도 탑승률이 낮고, 여행상품이 약하고, 외국인 관광객이 지역에서 쓸 돈이 적으면 노선은 오래가지 못한다. 노선 유치는 시작이고, 노선 유지가 진짜 과제다.

특히 중국 지방도시와 한국 지방공항을 잇는 노선은 섬세한 운영이 필요하다. 중국 출발 수요와 한국 출발 수요가 모두 있어야 하고, 성수기와 비수기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 지역 관광업계가 항공사와 함께 상품을 만들고, 지자체와 관광공사가 현지 마케팅을 해야 한다. 단순히 노선이 생겼다는 홍보만으로는 부족하다.

동유럽 노선 확대는 장거리 여행 선택지를 넓힌다

이번 배분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흐름은 동유럽이다. 한국과 헝가리는 여객 운수권을 주 6회에서 주 14회로 늘리기로 했고, 오스트리아와도 운수권 확대에 합의했다. 헝가리와 오스트리아는 한국인 여행자에게 이미 익숙한 목적지다. 부다페스트와 빈은 동유럽·중부유럽 여행의 핵심 도시이며, 체코 프라하,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발칸 지역과 연결되는 여행 동선도 많다. 이번 운수권 확대는 항공사 선택권과 여행 일정의 유연성을 넓힐 수 있다.

다만 동유럽 노선도 단순 증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 여행시장은 이미 패키지와 자유여행이 섞여 움직이는 단계로 들어섰다. 항공사와 여행사는 단순 도시 왕복이 아니라, 부다페스트·빈·프라하·자그레브·류블랴나 등을 묶는 다도시 상품, 철도·버스 연계 상품, 장기 체류형 상품을 더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운수권 확대는 항공사의 권리이지만, 관광시장에서 가치를 만드는 것은 상품 기획이다.

LCC 확대는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지만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이번 운수권 배분의 또 다른 특징은 저비용항공사, 즉 LCC 참여 확대다. 국토부는 기존에 대형 항공사 중심이던 일부 노선의 운수권을 신규 운항사와 LCC에도 배분해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항공사가 늘면 가격 선택지가 넓어지고, 출발 시간도 다양해질 수 있다. 지방공항에서는 LCC가 국제선 회복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대형 항공사가 수익성을 이유로 들어가기 어려운 틈새 노선에서도 LCC는 더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LCC 노선 확대는 항공사에 부담도 된다. 국제선은 단순히 비행기만 띄우면 되는 사업이 아니다. 현지 판매망, 정비, 승무원 운영, 지상조업, 슬롯, 환승 수요, 계절성까지 모두 따져야 한다. 특히 중국 지방도시 노선은 수요 예측이 빗나가면 빠르게 어려워질 수 있다. 경쟁 확대가 소비자에게는 기회지만, 항공사에는 더 냉정한 시장 검증이 될 수 있다.

인천공항은 여전히 장거리·비즈니스 노선의 중심이다

지방공항 노선 확대가 중요하다고 해서 인천공항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천은 장거리, 비즈니스, 환승, 고수요 노선의 중심으로 더 정교한 역할을 맡게 된다. 이번 배분에서도 인천–충칭, 인천–선전, 인천–청두, 인천–샤먼 등 주요 중국 노선의 운항편 증대가 포함됐다. 닝보, 우시, 이창, 후허하오터 등 기업 진출과 교류 수요가 있는 도시의 신규 노선도 추진된다.

이는 관광뿐 아니라 산업 교류와도 연결된다. 닝보와 우시는 제조업과 물류, 기업 교류 수요가 있는 도시다. 인천공항 노선 확대는 한국 기업 활동, 출장 수요, 지역 간 경제 교류를 뒷받침한다. 관광과 비즈니스는 분리되어 보이지만 항공 노선에서는 함께 움직인다. 비즈니스 수요가 안정적으로 붙으면 노선 유지에 도움이 되고, 관광 수요는 성수기와 주말 수요를 보완한다.

따라서 인천은 고수요·장거리·비즈니스 노선의 중심으로, 지방공항은 지역 관광과 중국·아시아 중단거리 노선의 입구로 역할을 나누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중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분업이다. 인천이 모든 수요를 가져가고 지방공항이 빈껍데기로 남는 구조가 아니라, 지역별로 맞는 노선을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항공노선은 관광정책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번 운수권 배분을 관광산업 관점에서 보면 기대와 과제가 함께 보인다. 기대는 분명하다. 중국 수요 회복에 맞춰 다양한 노선이 열리고, 지방공항의 국제선 기회가 넓어지며, 동유럽 장거리 노선 선택지가 늘어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항공사와 출발지, 목적지 선택권이 커진다. 지역 입장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서울을 거치지 않고 직접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하지만 항공노선은 관광정책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지방공항에 도착한 뒤 어디로 갈 것인지,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자고, 무엇을 체험하고, 어떻게 돈을 쓰고, 다시 방문할 이유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항공편만 있고 지역 콘텐츠가 약하면 관광객은 지나간다. 항공편과 지역 콘텐츠가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노선은 지역경제로 이어진다.

지방공항 활성화는 공항공사만의 일이 아니다. 지자체, 관광재단, 지역 호텔, 여행사, 식당, 교통업체, 축제 조직, 쇼핑시설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항공사가 노선을 열면 지역은 그 노선을 채울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 관광객이 왜 청주로 와야 하는지, 왜 양양으로 들어와 강원을 여행해야 하는지, 왜 부산에서 남해안으로 이동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지방관광의 성패는 노선 이후의 준비에 달려 있다

2026년 국제항공운수권 배분은 한국 관광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중국 노선 회복은 인바운드 시장 재확장의 신호이고, 동유럽 노선 확대는 한국인 해외여행 선택지를 넓히는 변화다. 지방공항 운수권 배분은 외국인 관광객을 지역으로 직접 유입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든다.

그러나 가능성은 성과가 아니다. 지방공항이 외국인 관광의 새 관문이 되려면 항공편 이후의 모든 것이 준비되어야 한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버스와 철도, 다국어 안내, 모바일 결제, 지역 투어, 숙박 품질, 야간 콘텐츠, 쇼핑과 식당 정보, 비상 대응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관광객은 비행기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도착한 뒤의 경험으로 여행지를 평가한다.

이번 운수권 배분은 한국 관광이 서울·인천 중심 구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다. 다만 그 계기를 살릴 책임은 정부 발표문이 아니라 현장에 있다. 항공사가 하늘길을 열면, 지역은 그 하늘길이 이어질 여행의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공항의 미래는 활주로 위가 아니라 공항 밖 관광 동선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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