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 사매면에는 기차가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데도 1932년 목조 역사와 옛 승강장, 철길이 그대로 남은 역이 있다. 구 서도역이다. 실제 전라선 열차가 오가던 역은 노선 개량 뒤 기능을 잃었지만 철거되지 않았고, 지금은 『혼불』의 공간과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 철길을 직접 걸어보는 시간여행지로 다시 사람을 부른다.
전남 완도 보길도에는 정원 하나를 보기 위해 배를 타고 들어갈 이유가 있다. 고산 윤선도는 병자호란 뒤 제주로 향하던 중 보길도의 산수에 매료돼 부용동에 머물렀고, 세연정과 낙서재, 동천석실 등을 만들었다. 지금도 물과 바위, 산과 정자가 한 풍경에 이어져 조선 별서정원의 공간을 그대로 따라 걸을 수 있다.
전북 고창 운곡람사르습지는 원래부터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원시습지가 아니었다. 과거 논과 밭으로 이용되던 땅에서 사람이 떠난 뒤 물길이 다시 모이고 버드나무와 수생식물이 돌아오며 자연습지로 회복됐다. 2011년 람사르습지로 등록됐고, 현재는 오베이골 자연복원습지와 운곡저수지, 생태공원을 탐방열차와 여러 걷기코스로 연결해 둘러볼 수 있다.
경북 영덕 벌영리 메타세쿼이아숲은 바다로 향하던 길에서 갑자기 20만 평의 초록 숲을 만나는 곳이다. 영덕 출신 개인이 20여 년 동안 메타세쿼이아와 편백, 측백 등을 심고 가꾼 사유림으로, 지금도 무료로 열려 있다. 편도 약 420m의 직선 숲길을 지나면 계단과 전망대, 편백숲이 이어지고, 2025년에는 영덕군과 소유주가 관리협약까지 맺으며 공공 관리 기반도 강화됐다.
경남 고성 상족암군립공원에서는 바닷물이 빠질 때마다 약 1억 년 전 공룡이 걸었던 암반이 모습을 드러낸다. 1982년 이 일대에서 2,000개가 넘는 공룡발자국이 확인됐고, 발자국을 따라가면 층층이 쌓인 퇴적암 절벽과 파도가 뚫어놓은 해식동굴이 이어진다. 상족암 여행은 박물관보다 물때를 먼저 확인해야 제대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