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여행 ‘성지’의 배신? 아니, 언론의 무지가 부른 ‘뒷북’ 치앙마이 대기오염 보도

[데스크 칼럼] ‘성지’의 배신? 아니, 언론의 무지가 부른 ‘뒷북’ 치앙마이 대기오염 보도

치앙마이 대기오염은 ‘갑작스러운 재난’이 아니다. 매년 2~4월 반복되는 버닝 시즌이다. 이를 이례적 사태처럼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무지가 오히려 더 위험하다.

이가온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매년 반복되는 치앙마이 ‘버닝 시즌’, 이례적 재난인 양 묘사하는 무검증 보도 지적해야

이정찬 발행인 ㅣ 여행레저신문

최근 모 경제지가 태국 치앙마이의 대기오염 실태를 보도하며 “한국인 한 달 살기 성지였는데… 최악 공기에 몸살”이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내걸었다. 마치 평온하던 관광지에 갑작스러운 재앙이 닥친 듯한 뉘앙스다. 하지만 이 보도를 접한 현지 교민들과 베테랑 여행자들은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 치앙마이가 겪고 있는 ‘숨 막히는 공기’는 어쩌다 발생한 돌발 사고가 아니라, 매년 2월 말부터 4월까지 어김없이 반복되는 악명 높은 버닝 시즌(Burning Season)’이기 때문이다.

검증 없는 ‘받아쓰기’, 독자를 기만하는 보도

치앙마이의 대기오염은 수십 년간 지속된 구조적 재난이다. 파종기를 앞둔 농가의 화전(火田) 농법과 분지라는 지형적 특성이 맞물려 발생하는 이 현상은, 여행 커뮤니티 사이에서 “3~4월의 치앙마이는 인간이 살 곳이 아니다”라는 것이 상식으로 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향력 있는 주요 경제지가 마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양 “지금 공기가 나쁘다”고 뒷북을 치는 것은 기자의 취재력 부재와 현지 사정에 대한 몰이해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는 독자들에게 “올해만 유독 나쁜 것”이라는 착각을 심어줄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데이터’가 증명하는 연례행사, 언론만 몰랐나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보도의 논조는 더욱 궁색해진다. 지난 수년간 3~4월 치앙마이의 대기질 지수(AQI)는 전 세계 주요 도시 중 상시 1, 2위를 다퉈왔다. 태국 정부가 올해도 1월부터 5월 말까지 ‘야외 소각 전면 금지령’을 내리고 위반 시 최대 징역 20년이라는 강수를 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현명한 장기 체류자들은 이 시기 치앙마이를 떠나 남부 섬 지역으로 ‘스모그 피난’을 떠난다. ‘성지’가 아니라 ‘호흡기 질환의 온상’으로 변하는 시기임을 알기 때문이다.

기자는 ‘타이핑’이 아니라 ‘맥락’을 써야 한다

언론의 역할은 단순히 실시간 대기질 지수나 외신 토막 뉴스를 베껴 나르는 것이 아니다. 해당 현상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반복되는 위험인지 정확한 맥락을 짚어줘야 한다.

“성지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식의 감성적이고 단편적인 접근은, 현지 사정을 모르는 예비 여행자들을 미세먼지 사지로 내모는 무책임한 정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아니라, “매년 3~4월의 치앙마이는 여행 금지 구역에 가깝다”는 정직하고 구체적인 경고다.

검증 없는 기사는 미세먼지보다 해롭다. 해당 경제지를 비롯한 언론들은 이제라도 실적 위주의 ‘받아쓰기’ 보도 관행에서 벗어나, 사실 관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독자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정론직필의 자세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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