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페이스워크 넘는다”… 해발 473m 광양 구봉산 300m 은빛 하늘길 10월 9일 열린다

180억 투입 23.5m 나선형 파노라마워크… 일몰 골든아워부터 광양제철소 야경, 1박 2일 동선 총정리

은빛 나선형 계단을 한 걸음 디딜 때마다 광양은 지평선의 너비를 한 뼘씩 넓혀간다.

발끝 아래로 구봉산의 완만한 능선과 거대한 광양제철소의 실루엣이 먼저 걸리고, 계단을 돌아 몇 걸음 더 올라서면 푸른 바다를 가로지르는 이순신대교와 광양항의 크레인들이 시야 가득 솟구친다. 보행로의 곡선을 따라 나선형으로 300m를 돌아 오르는 동안 시선은 멈추지 않고 회전하며, 정상부에 다다르는 순간 광양만 전체와 남해안을 굽어보는 장엄한 산줄기가 360도로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해발 473m 구봉산 정상에 들어선 새로운 하늘길, ‘광양 구봉산 파노라마워크’가 마침내 베일을 벗는다. 대대적인 전망대 리모델링 공사로 숨을 고르던 구봉산 정상부는 오는 2026년 10월 9일 정식 재개장을 확정했다. 광양시는 가을 나들이객을 맞이하기 위해 전문 안내 인력과 안전관리, 주차 동선 정비에 돌입하며 남해안 하늘길의 새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광양 구봉산 정상에 조성된 파노라마워크를 위에서 내려다본 전경
구봉산 정상부에 조성된 파노라마워크를 위에서 본 모습. 높이 23.5m, 보행 구간 300m 규모의 나선형 구조가 산 정상에 들어섰다. 사진=광양시 편집=여행레저신문

포항 스페이스워크 잇는 포스코의 두 번째 대작, 제원과 관전법

광양 구봉산 파노라마워크는 폭 13~21m, 최고 높이 23.5m, 총 보행 구간 300m에 달하는 초대형 입체 조형물이다. 포스코가 지역 상생을 위해 180억 원의 사업비를 전액 부담해 완공한 뒤 광양시에 기부채납하는 프로젝트로, 2021년 포항 환호공원에 설치돼 누적 220만 명을 끌어모은 ‘스페이스워크’의 계보를 잇는 두 번째 체험형 랜드마크다.

포항 스페이스워크가 롤러코스터 형태의 아찔한 트랙으로 시각적 충격을 주었다면, 광양 파노라마워크는 산세와 해안 지형에 녹아드는 우아한 곡선미에 방점을 찍었다. 세계적 건축가 마누엘 몬테세린(Manuel Monteserín)이 설계를 맡아 ‘영원의 봉수대’를 모티브로 빚어냈으며, 은빛 금속 구조물 자체가 산 정상에서 바람과 빛을 투과시키도록 연출됐다.

이 구조물의 백미는 ‘시선의 변화’다. 닫혀 있는 전망대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번에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완만한 경사로와 계단으로 얽힌 은빛 금속 구조물을 직접 두 발로 딛고 오르도록 설계됐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람의 결이 달라지고, 보는 각도가 틀어지며 남해안의 산과 바다, 그리고 웅장한 산업기지가 파노라마처럼 겹쳐진다.

탁 트인 정상에 서면 맑은 날 순천과 여수는 물론 경남 하동과 남해군의 푸른 능선까지 시선이 거침없이 뻗어나간다. 북서쪽으로는 단아한 광양읍내가, 남쪽으로는 바다를 메워 세운 거대한 철의 요새 광양제철소가 대비를 이루며, 자연과 산업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광양만의 독보적인 지형을 입체적으로 증명한다.

광양 구봉산에서 내려다본 이순신대교와 광양만 야경
구봉산에서 바라본 이순신대교와 광양만 야경. 해가 지면 항만과 교량, 산업시설의 불빛이 하나둘 켜진다. 사진=광양시

서기 940년의 봉수대, 그리고 매직아워 60분의 기록

이곳의 역사는 아득하다. 사방이 훤히 트여 해상과 육지의 동태를 한눈에 살필 수 있었던 구봉산은 조선 시대 이전부터 바다를 지키던 천혜의 군사 요충지이자 봉수대였다. 그 유구한 역사는 정상에 우뚝 솟은 9.4m 높이의 ‘디지털 메탈아트 봉수대’로 계승됐다.

9.4m라는 상징적인 높이는 고려 태조 23년인 서기 940년, ‘희양’에서 비로소 ‘광양(光陽)’이라는 지명이 처음 탄생한 역사를 기념해 940cm로 설계됐다. 특수강과 정밀 LED를 융합해 광양의 12개 읍·면·동을 상징하는 매화 꽃잎 12장을 빚어냈으며, 낮에는 차가운 철의 미학을 뽐내다 밤이 되면 찬란한 빛의 꽃으로 피어난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카메라를 든 여행자들의 호흡도 가빠진다. 하늘이 짙은 코발트블루로 물드는 매직아워가 찾아오면 은빛 파노라마워크는 석양빛을 받아 붉게 타오른다. 이윽고 어둠이 깔리면 바다를 가로지르는 이순신대교의 현수교 와이어와 광양항 부두, 광양제철소의 고로와 굴뚝에서 수만 개의 산업 불빛이 일제히 점등되며 남해안에서 가장 웅장한 빛의 교향곡을 연출한다.

꽃밭 너머로 보이는 광양 구봉산 디지털 메탈아트 봉수대
구봉산 정상의 디지털 메탈아트 봉수대. 광양이라는 지명이 처음 쓰인 서기 940년에서 따와 높이를 9.4m로 정했다. 사진=광양시

참숯 석쇠 불고기에서 섬진강 포구로 이어지는 1박 2일

구봉산에서 벅찬 일몰과 야경을 눈에 담았다면 발길은 자연스럽게 광양읍 서천변으로 향한다. 광양의 밤을 완성하는 주인공은 바로 광양불고기다.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끓여내는 서울식과 달리, 얇게 저민 소고기에 달콤짭조름한 마늘 양념을 즉석에서 버무려 구리 석쇠 위 참숯불에 직화로 구워낸다. 숯불 향이 얇은 육질 사이로 깊게 배어들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불향은 고단했던 여정을 단번에 씻어낸다.

광양까지 닿았다면 당일치기보다는 1박 2일의 느긋한 동선이 제격이다. 첫날 구봉산의 하늘길과 숯불고기로 오감을 채웠다면, 둘째 날 아침에는 이순신대교를 건너 섬진강이 남해 바다와 입맞춤하는 망덕포구로 핸들을 잡는다.

가을 전어 굽는 냄새가 포구에 그윽할 무렵, 그 길목에서 일제강점기 윤동주 시인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마룻바닥 아래 숨겨 지켜낸 정병욱 가옥을 만난다. 포구 앞바다에 떠 있는 배알도 섬정원의 해상 보도교를 사뿐히 건너고, 우리나라 최초로 김 양식법을 창안한 광양 김시식지까지 잇고 나면 광양이 품은 바다와 철, 문학과 미식이 하나의 완벽한 궤적으로 닫힌다.

TRAVEL GUIDE

광양 구봉산 파노라마워크

해발 473m 구봉산 정상에 포스코가 180억 원을 투입해 건립한 남해안 최대 규모의 체험형 공공조형물. 스페인 건축가 마누엘 몬테세린이 설계했으며, 총연장 300m의 은빛 나선형 보행로를 오르며 광양만, 광양제철소, 이순신대교, 여수·순천·남해 일대를 360도로 조망할 수 있다.

위치전남 광양시 골약동 구봉산전망대길 155
추천 시간오후 5시 30분~7시 (일몰 골든아워부터 블루아워, 이순신대교 및 제철소 야경 점등 시간대)
대표 야경300m 나선형 은빛 파노라마워크, 9.4m 디지털 메탈아트 봉수대, 광양만·이순신대교 야경, 360도 남해안 파노라마 뷰
즐길 거리체험형 스카이워크 보행, 일몰 및 산업 야경 장노출 촬영, 광양읍 숯불불고기 미식, 배알도 섬정원 및 망덕포구 연계 기행
주차구봉산전망대 전용 무료 주차장 완비 (대형 버스 주차 가능)
함께 가기광양불고기특화거리(차로 15분), 이순신대교(차로 15분), 배알도 섬정원·망덕포구 정병욱 가옥(차로 25분)
입장료무료 입장 (상시 개방 예정)
체류시간1박 2일 추천 (1일 차: 구봉산 일몰·야경 및 불고기 / 2일 차: 이순신대교, 배알도 섬정원, 망덕포구)
방문 전 확인해발 473m 고지대로 일몰 후 체감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므로 방풍 외투 필수. 계단 및 경사로 구조 특성상 편안한 운동화 착용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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