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찬 발행인 ㅣ 야행레저신문
이재명 대통령의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는 옳았다. 오히려 왜 이런 질문이 이제야 나왔는지 의문이다. 한국관광공사의 해외지사 운영 방식은 이미 오래전에 재검토됐어야 할 문제다.
지난 8월 5일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대통령에게 공사 직원이 768명이며 해외지사·센터 30곳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관광객 ‘모객’은 여행사가 하는 일 아니냐는 취지로 물었다. MICE, 특히 기업 인센티브와 국제회의 유치까지 반드시 관광공사 해외지사가 직접 해야 하는 일인지 따져 물었고, 해외지사의 구체적인 성과와 필요성을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의 문제 제기 이후 나온 관련 보도들은 주로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가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데 무게를 뒀다.
현지 여행사와 항공사 네트워크 구축, 방한 관광상품 개발, MICE와 기업 인센티브 유치, 국내 관광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 등이 대표적인 이유다.
그 기능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해외지사가 하는 일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그 일을 하기 위해 2026년에도 한국관광공사 본사 직원 78명을 해외 30개 거점에 직접 장기 파견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본보가 파악한 해외지사 본사 파견 직원은 모두 78명이다. 산술적으로 해외거점 한 곳당 평균 2.6명이다.
물론 지사별 규모는 다르다. 한 명이 근무하는 곳도 있고 핵심시장에는 여러 명이 나가 있는 곳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해외 30개 조직에 본사 직원 78명을 장기간 파견하는 시스템이라면 그 필요성과 비용, 성과를 다시 따져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세일즈하려면 사람이 있어야 한다”…그런데 전문 세일즈 인력인가
박성혁 사장은 MICE와 기업 인센티브 유치 등을 해외지사 존치 필요성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기업과 기관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현지에서 장기간 관계를 형성하려면 사람이 상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리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수백 명, 수천 명이 움직이는 기업 인센티브나 대형 국제회의를 유치하려면 현지 기업과 단체를 만나야 한다. 항공사와 여행사, 관련 기관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업무도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질문이 하나 빠져 있다.
해외지사에 파견된 관광공사 직원들은 과연 전문적인 세일즈 인력인가.
한국관광공사는 특정 국가의 MICE나 기업 인센티브 유치를 담당할 전문 세일즈 인력을 별도 직군으로 채용해 한 시장에서 장기간 경력을 축적시키는 조직이 아니다.
관광공사는 여러 업무를 경험하는 순환보직 체계를 운영해왔다. 해외근무 역시 일반 직원의 경력경로 가운데 하나로 운영돼 왔다.
그렇다면 ‘세일즈를 위해 현지 상주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과 실제 인력운영 방식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검증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 파견된 78명 가운데 실제 MICE·기업 인센티브·여행업계 B2B 세일즈 경험을 가진 직원은 몇 명인가.
파견 전 해당 국가나 지역을 전문적으로 담당했던 직원은 얼마나 되는가.
전문 세일즈 조직이라면 연간 영업목표가 있어야 한다. 잠재고객과 주요 고객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고, 상담이 실제 계약으로 얼마나 전환됐는지 기록도 있어야 한다.
관광공사가 해외지사를 세일즈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라고 설명한다면 입증 방법은 어렵지 않다.
30개 해외지사별 목표와 실제 계약 실적, 파견 직원의 관련 경력과 전문성을 공개하면 된다.
로드쇼 몇 회, 상담회 몇 회, 팸투어 몇 명 같은 활동 횟수만으로 세일즈 성과를 설명해서는 부족하다.
그 결과 실제 어떤 계약이 이뤄졌고, 몇 명이 한국을 찾았으며, 국내에서 어느 정도의 소비가 발생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세계 주요 관광국의 한국시장 운영은 다르다
한국은 결코 작은 해외여행 시장이 아니다.
국민의 해외여행 규모와 소비력을 감안하면 세계 주요 관광국들이 중요하게 보는 아시아 핵심 송출시장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주요 외국 관광청의 본국 파견 인력을 기준으로 한국시장 운영 방식을 살펴보면 관광공사와 상당한 차이가 나타난다.
표가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해외시장을 관리하는 방법이 본국 직원을 여러 명 장기 파견하는 것 하나뿐인 시대는 아니다.
본국 파견 인력을 최소화할 수도 있고 필요한 전문인력을 현지에서 채용할 수도 있다. 한 해외거점이 주변 여러 국가를 함께 관리하거나, PR·행사 등 일부 업무를 현지 전문업체에 맡길 수도 있다.
결국 문제는 해외마케팅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어떤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가의 문제다.
한국관광공사는 해외 30개 거점에 본사 직원 78명을 직접 파견하고 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주요 관광국들이 한국이라는 중요한 시장에서도 본국 파견 인력을 0~1명 수준으로 운영하거나 현지채용·권역관리·전문업체 활용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한국관광공사는 왜 해외거점당 평균 2.6명의 본사 직원을 직접 파견해야 하는가.
현지채용 한 명과 본국 파견 한 명은 같은 ‘한 명’이 아니다
이 질문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비용이다.
현지에서 채용한 직원 한 명과 본국에서 장기 파견한 직원 한 명은 숫자로는 같은 한 명이지만 비용으로는 결코 같은 한 명이 아니다.
본사 직원을 해외에 장기 파견하면 주거 지원이 뒤따른다.
가족이 동반하면 자녀교육비도 발생한다. 주거비와 국제학교 학비가 높은 지역일수록 파견에 따른 추가 부담은 커진다.
국회에 제출된 관광공사 자료를 보면 그 규모가 결코 작지 않았다.
한국관광공사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해외파견 직원 주거비로 155억1,607만원을 지원했다. 2022년 당시 해외파견 직원 1인당 월평균 주거비 지원액은 377만원 수준이었다.
자녀교육비는 별도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9월까지 해외주재원 자녀 학비 지원액은 540만4,080달러였다. 당시 환율 기준 약 73억원이다.
2022년 베이징지사에서는 주재원 자녀 한 명에게 한 해 3만1,915달러, 당시 약 4,300만원에 해당하는 학비가 지원된 사례도 있었다.
주거비 155억원과 자녀교육비 약 73억원은 집계기간이 서로 다르다. 따라서 두 금액을 단순히 합쳐 해외지사의 총비용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자료들이 보여주는 사실은 명확하다.
본사 직원 한 명을 해외에 파견하는 비용은 직원 한 명의 급여만이 아니다.
해외근무에 따른 각종 수당과 주거 지원, 자녀교육비, 부임·귀임 비용 등이 발생한다. 별도로 사무실 임차·운영비와 현지채용 인력 인건비, 해외지사별 사업비도 들어간다.
그렇다면 2026년 현재 관광공사가 해외 30개 거점과 본사 파견 직원 78명을 유지하기 위해 실제로 부담하는 연간 총비용은 얼마인가.
추정할 필요도 없다.
한국관광공사가 공개하면 된다.
방한 관광객이 늘었다고 모두 해외지사의 성과인가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방한객 증가를 곧바로 관광공사 해외지사의 성과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지금 외국인에게 한국이라는 여행지를 알리고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욕구를 만드는 힘 가운데 상당 부분은 관광공사 밖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K팝과 한국 드라마·영화, 음식, 패션, 뷰티 콘텐츠가 세계 소비자에게 한국을 끊임없이 노출하고 있다. 유튜브와 SNS, 글로벌 OTT 등 소비자가 여행정보를 접하는 통로 역시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항공노선과 좌석 공급, 환율, 비자정책, 글로벌 OTA와 여행기업의 마케팅도 방한 수요에 영향을 미친다.
관광공사의 역할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수많은 요인 가운데 관광공사 해외지사가 직접 만들어낸 성과가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정 국가의 방한객이 크게 늘었다면 해외지사가 어떤 사업을 통해 얼마만큼의 추가 수요를 만들어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해외 30개 조직과 본사 직원 78명 파견체제의 필요성도 설득력을 얻는다.
관광공사는 이미 10년 전 ‘저효율 해외지사’를 정리했다
해외지사의 필요성을 따져 조직을 조정하는 일이 관광공사 역사에서 처음 있는 것도 아니다.
관광공사는 2016년 해외지사별 시장성과 운영 효율성을 점검한 뒤 나고야와 이스탄불 지사를 폐쇄하고 블라디보스토크 지사를 1인 사무소로 전환했다.
당시에도 저성장·저효율 시장을 정리하고 확보한 자원을 다른 시장에 재배분한다는 것이 구조조정의 취지였다.
결국 지금 제기되는 질문은 전례 없는 주장이 아니다.
관광공사가 이미 했던 일을 2026년의 관광시장 환경에 맞춰 다시 해보자는 것이다.
10년 전에도 시장성과 효율성을 기준으로 해외조직을 폐쇄하거나 1인 조직으로 줄일 수 있었다면, 디지털과 SNS, OTA 중심으로 여행정보와 구매 방식이 급변한 지금은 30개 해외거점 각각의 필요성을 다시 평가할 이유가 더 커졌다.
최근 10년 해외파견자의 인사자료를 공개해보라
해외지사가 정말 전문적인 해외시장 개척과 세일즈를 위한 조직인지 확인하는 방법도 복잡하지 않다.
최근 10년간 해외지사 파견자의 직전 보직, 파견 국가와 지사, 귀국 후 보직, 재파견 횟수를 공개하면 된다.
필요하다면 개인정보는 가리면 된다.
여기에 파견 전 해당 국가 업무 경력과 MICE·기업 인센티브·여행업계 세일즈 경험 등을 함께 제시하면 더욱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해외지사가 진정한 시장 전문조직이라면 인사자료에서도 전문성이 축적되는 과정이 나타나야 한다.
특정 시장의 전문가가 해당 시장에서 경험을 계속 축적하고, MICE 전문가가 관련 업무를 이어가며, 한 시장에서 만들어낸 네트워크가 다시 다음 업무와 성과로 연결되는 모습이 보여야 한다.
반대로 서로 관련 없는 국내 보직과 해외파견이 반복되는 구조라면 질문은 달라진다.
해외지사는 전문적인 시장개척·세일즈 조직인가, 아니면 일반 직원의 순환보직 과정 가운데 하나인가.
최근 10년의 직전 보직과 파견지, 귀국 후 보직, 재파견 횟수를 관광공사가 공개한다면 지금까지 외부에서 알기 어려웠던 해외지사 운영의 실제 모습이 상당 부분 드러날 수 있다.

해외지사를 모두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해외지사를 전부 폐쇄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핵심 방한시장이나 정부 간 협력이 중요한 지역에서는 상주조직이 필요할 수 있다.
대규모 MICE나 기업 인센티브 유치 실적이 뛰어난 시장이라면 오히려 전문인력과 예산을 강화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해외지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현재의 해외 30개 거점과 본사 직원 78명 파견체제 전체의 필요성을 자동으로 증명하지는 않는다.
본사 직원을 반드시 파견해야 하는 시장은 어디인가.
파견자 한 명이면 충분한 곳은 어디인가.
현지채용 인력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곳은 없는가.
두세 국가를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관리할 수는 없는가.
현지 전문업체에 맡기는 것이 비용과 전문성 면에서 더 나은 업무는 무엇인가.
그리고 본사 직원을 여러 명 파견해야 하는 곳이라면 그만한 비용에 걸맞은 성과를 내고 있는가.
해외지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은 이미 충분히 나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숫자와 성적표다.
해외 30개 거점 각각의 비용과 본사 파견 인원, 파견자의 전문성, 실제 계약과 MICE·기업 인센티브 유치 성과를 공개하면 된다.
그 결과 30개 모두가 필요하다면 유지하면 된다.
성과가 뛰어난 지사는 더 키우면 된다.
반대로 현지채용이나 권역관리, 전문업체 활용이 더 효율적인 시장이 있다면 바꾸면 된다.
관광시장도 변했고 관광객이 여행지를 결정하는 방식도 완전히 달라졌다.
문제는 해외마케팅이 필요한가가 아니다.
왜 2026년에도 그 해외마케팅을 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 본사 직원 78명을 해외 30개 거점에 직접 파견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대통령의 질문은 옳았다.
이제 한국관광공사가 숫자와 성과로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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