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홍보의 주인공은 누구인가…크리에이터는 보여주고 기자는 기록한다

관광업계가 크리에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시대다. 그러나 같은 카메라를 든 기자와 인플루언서는 현장에 오는 목적부터 다르다. 크리에이터는 보여주고 기자는 이유를 묻고 정확히 기록한다. 관광홍보의 주인공은 여행지와 음식, 상품 그 자체다. 무엇이 오래 남는지도 봐야만 한다.

음식을 촬영하는 소셜미디어 크리에이터들과 현장을 기록하는 기자
같은 행사에 참석해도 크리에이터와 기자가 현장을 바라보는 목적과 필요한 콘텐츠는 다르다. 참고사진: 여행레저신문 AI편집실

이정찬 발행인 ㅣ 여행레저신문

 

최근 네댓 차례의 해외 취재와 국내외 관광 관련 행사에 참가하면서 한 가지 현상을 반복해서 보게 됐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관광마케팅의 핵심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관광청과 컨벤션뷰로, 관광사업자들이 크리에이터를 적극적으로 초청하고 있다. 당연한 변화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언론과 소셜미디어 크리에이터까지 같은 방식으로 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문제를 언론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다. 2010년 이전부터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했고 이후 유튜브,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페이지, 인스타그램, 스레드, 틱톡 등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때마다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현재 운영하거나 관리하는 관련 계정도 20개 가까이에 이른다. 동시에 언론사를 운영하며 기사와 사진, 영상을 제작해왔다.

양쪽을 모두 해보니 차이는 오히려 분명하다. 같은 카메라를 들고 있어도 현장에 오는 목적은 다르다.

같은 카메라, 전혀 다른 목적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러 간다. 푸드 크리에이터라면 음식이 가장 맛있어 보이는 각도를 찾고, 면을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고, 소스를 붓고, 자신이 먹는 모습과 표정을 담는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소셜미디어에서 크리에이터 자신의 얼굴과 캐릭터는 곧 브랜드다. 팔로워도 상당 부분 그 사람을 보기 위해 채널에 들어온다.

그래서 필자는 관광마케팅에서 사용하는 ‘인플루언서’라는 말도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분명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관광기관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인플루언싱하고 있느냐다.

콘텐츠를 보고 사람들이 크리에이터의 얼굴과 행동만 기억한다면 개인 브랜딩에는 성공했을 수 있다. 그러나 관광청이나 식당, 관광사업자가 그 사람을 초청한 목적까지 달성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관광지는 관광지가 알려져야 하고, 식당은 식당이 알려져야 하며, 관광상품은 상품의 가치가 알려져야 한다. 콘텐츠를 본 사람이 ‘저 사람이 저곳에 갔구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곳은 왜 특별하지?’라는 궁금증을 가져야 한다.

음식을 스마트폰 영상으로 촬영하는 소셜미디어 크리에이터들
소셜미디어 콘텐츠는 음식의 시각적 매력과 순간적인 장면을 빠르게 전달하는 데 강점이 있다. 참고사진: 여행레저신문 AI편집실

기자는 보여주러 가는 사람이 아니라 기록하러 간다

기자는 목적이 다르다. 몇 시간을 이동해 현장에 가는 이유는 자신의 얼굴이나 경험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장소와 음식, 사람과 문화를 파악하고, 묻고, 설명하고, 기록하기 위해서다.

최근 한 지역 음식문화 행사에 참석할 때 갈 때 한 시간, 돌아오는 데 두 시간이 걸렸다. 이동만 세 시간이었다. 현장 일정까지 합하면 하루의 상당 부분을 하나의 취재에 사용한 셈이다.

그렇게 직접 현장까지 가는 이유는 검색만으로 얻기 어려운 이유와 맥락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왜 이 음식이 이 지역을 대표하는지, 다른 곳과 무엇이 다른지, 언제부터 먹었는지, 어떤 재료와 조리법이 지금의 맛을 만들었는지,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와는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결국 가장 중요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여행자가 왜 이곳까지 찾아와야 하는가.

그 답을 확인하고 정확하게 기사로 남기는 것이 기자의 기록이다.

‘맛있다’보다 중요한 것은 왜 맛있는가

관광 콘텐츠에서 정보가 많으면 재미가 없다는 생각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제대로 된 정보가 사람을 끌어당긴다.

어느 지역의 우동을 소개하면서 ‘면발이 쫄깃하다’고 끝내면 수많은 우동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왜 그런 식감이 만들어지는지, 어떤 된장을 사용하고 왜 그 된장을 택했는지, 국물과 면과 토핑이 어떻게 어우러져 그 지역만의 맛을 만드는지를 알게 되면 음식은 전혀 다르게 보인다.

사케를 ‘이 지역 최고의 사케’라고 소개하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최고라는 평가는 주관적이다. 어떤 쌀을 사용했는지, 어떻게 빚었는지, 향과 산미는 어떤지, 온도에 따라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떤 음식과 어울리는지를 알려줘야 비로소 술의 개성이 드러난다.

동남아 여러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과일 역시 먹는 장면만 보여주는 것과 특정 품종이 왜 높은 평가를 받는지, 산지와 향·질감·맛이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콘텐츠다.

사람은 알고 먹을 때 더 재미있다. 역사와 전통, 재료와 사람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음식 한 그릇도 하나의 여행이 된다. 바로 그 ‘왜’를 찾아 남기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언론을 초청했다면 질문하고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일부 관광행사에서는 정작 기자에게 필요한 것이 빠져 있다. 준비된 설명이 끝나면 프로그램도 끝난다. 질문할 시간이 없고, 기사 작성에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를 확인하는 과정도 없다.

사진도 비슷하다. 영상과 참가자 사진은 넘쳐나는데 정작 기사에 사용할 보도사진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초청 참가자가 관광지를 걷거나 음식을 먹는 사진은 초청행사를 소개할 때는 쓸 수 있다. 하지만 이후 그 국가와 지역의 관광지, 음식과 문화를 계속 보도하면서 같은 참가자의 얼굴을 반복해서 사용할 수는 없다.

그 순간 여행지와 음식이 아니라 초청받은 사람이 주인공이 된다.

크리에이터들이 좋은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행사나 관광시설 앞으로 몰리면 기자는 정작 행사와 시설 자체를 보여주는 깨끗한 사진 한 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해결은 어렵지 않다. 몇 분간의 프레스 포토타임, 기사에 사용할 수 있는 고해상도 보도사진, 기본적인 배경자료, 담당자의 상세한 설명과 질의응답 시간이면 된다.

기자를 특별대우해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언론을 초청했다면 기록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스마트폰 숏폼 콘텐츠와 장기 기록형 여행기사를 대비한 작업 공간
빠르게 소비되는 소셜미디어 콘텐츠와 검색을 통해 오랫동안 다시 발견되는 기록형 기사는 서로 다른 시간의 가치를 갖는다. 참고사진: 여행레저신문 AI편집실

순간의 노출보다 오래 남는 기록

언론과 소셜미디어의 또 하나의 큰 차이는 콘텐츠의 수명이다.

소셜미디어의 힘은 속도다. 릴스와 쇼츠, 틱톡 영상 하나가 짧은 시간에 수십만 명에게 퍼질 수 있고 음식의 색깔과 움직임만으로도 즉각적인 관심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새로운 콘텐츠가 계속 올라오면서 이전 콘텐츠는 빠르게 뒤로 밀려난다.

반면 정보가 충실한 기록형 콘텐츠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필자가 2011년 제작한 오키나와 관련 콘텐츠는 지금까지 누적 약 400만 회에 가까운 조회를 기록하고 있다. 15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사람들이 찾아본다.

그 안에 단순히 ‘오키나와에 다녀왔다’는 경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음식과 관광지, 이동방법과 여행자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정보가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달라지면 업데이트하면 된다. 그러면 기사는 다시 살아난다. 올해의 여행자가 읽고 내년의 여행자가 다시 찾아오며 몇 년 뒤에도 새로운 독자를 만난다.

잘 쓴 기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하루의 조회수가 아니라 시간이다.

충실하게 기록된 기사는 10년을 갈 수도 있고 20년을 갈 수도 있다. 기록의 가치가 있다면 그보다 훨씬 오래 남을 수 있다.

관광홍보의 주인공은 여행지이고 음식이고 상품이다

인플루언서 몇 명을 초청했는지, 릴스와 쇼츠가 얼마나 만들어졌는지, 조회수가 얼마나 나왔는지도 관광마케팅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결과 여행지의 무엇이 알려졌고, 사람들이 무엇을 이해했으며, 어떤 정확한 정보와 기록이 남았느냐다.

크리에이터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즉각적인 여행욕구를 만드는 데 강하다. 기자는 내용을 파악하고 이유를 묻고 정확하게 설명해 기록으로 남긴다.

둘 중 어느 하나를 버릴 이유는 없다. 대신 같은 방식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 크리에이터에게는 좋은 장면과 체험을 제공하고, 기자에게는 역사와 배경, 사실과 수치, 질문할 기회와 기록할 사진을 제공하면 된다.

관광마케팅의 수단은 빠르게 변했다. 이제 그 수단을 사용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주인공은 크리에이터가 아니다. 기자도 아니다.

여행지이고, 음식이고, 관광상품이다. 홍보하려고 했던 바로 그 대상이 주인공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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