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고 지역까지 이동한 뒤 역 앞에서 차를 빌려 작은 도시와 해안도로를 자유롭게 돌아본다. 해외에서는 공항에서 렌터카를 받아 관광버스가 가지 않는 마을과 자연경관을 찾아간다.
정해진 코스를 따라 움직이던 여행에서 여행자가 직접 동선을 설계하는 ‘자가운전(Self-drive) 여행’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트립닷컴이 공개한 최근 렌터카 예약 데이터에서 이런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올해 7월까지 최근 1년 동안 전 세계 렌터카 예약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1% 증가했다. 단순한 회복 수준을 넘어 자유로운 이동과 소도시 여행 수요가 렌터카 시장을 끌어올리는 흐름으로 읽힌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전년 대비 119% 증가하며 글로벌 렌터카 목적지 1위에 올랐다. 태국과 미국에 이어 한국은 예약 증가율 148%를 기록하며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도시별로는 제주가 글로벌 렌터카 예약 도시 1위를 차지했다. 제주 예약은 전년보다 148% 증가했고 도쿄, 오키나와, 삿포로, 후쿠오카 등 일본 주요 도시도 상위권에 올랐다.

국내 렌터카 194% 증가… 제주 넘어 여수·강릉·경주로
한국인의 국내 렌터카 이용 변화는 더 크다. 트립닷컴을 통한 국내 렌터카 이용은 전년 동기보다 194% 증가했다. 인기 도시 1위는 제주였고 서울, 부산, 여수, 강릉, 경주 순으로 이어졌다.
제주처럼 렌터카가 필수에 가까운 섬 관광지만의 현상이 아니라 철도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서도 차량 이용이 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KTX나 일반 열차로 목적지 인근까지 이동한 뒤 현지에서 차를 빌려 해안도로와 산간마을, 외곽 카페, 소규모 관광지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여행업계에서 말하는 지역 확산이 실제 교통 선택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 셈이다.
렌터카는 ‘교통수단’에서 여행 코스로
렌터카 수요 증가는 여행 방식의 변화와 연결된다. 자유여행이 확대되면서 여행자가 직접 차를 몰고 코스까지 설계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자가운전 여행의 강점은 속도보다 자유도다.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는 오래 머물고 날씨나 상황에 따라 목적지를 즉시 바꿀 수 있다. 유명 관광지 사이에 작은 마을이나 전망대, 재래시장을 자유롭게 넣기도 쉽다.

외국인도 서울 밖으로… 방한 렌터카 154% 증가
변화는 내국인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내 렌터카 예약은 전년보다 154% 증가했다. 특히 대만 여행객의 한국 렌터카 예약은 289% 늘었다.
시장별 증가율은 호주 333%, 태국 295%, 대만 289%, 말레이시아 281%, 싱가포르 249%, 일본 179%, 홍콩 171%에 달했다.
렌터카 이용이 늘면 외국인의 여행 반경도 달라진다.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렵거나 환승이 복잡한 해안·산간 지역까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지역 분산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제주 렌터카, 외국인 시장까지 커졌다
제주는 이런 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지역이다. 트립닷컴은 제주 지역 로컬 렌터카 업체 탐라렌트카와 브랜드 협력을 진행했고 올해 1~7월 해외 여행객의 해당 업체 이용은 전년 동기보다 56% 증가했다.
외국인 자가운전이 늘 경우 유명 관광지뿐 아니라 중산간과 작은 마을, 동·서부 해안 등으로 관광객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인 해외 렌터카도 증가… 일본·한국 비중 절반 이상
한국인이 렌터카를 많이 예약한 목적지는 일본, 한국, 미국, 태국, 캐나다, 이탈리아 순으로 집계됐다. 전체 예약에서 일본과 한국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차량 선택에서는 5인승 이하 승용차가 전체 예약의 약 80%를 차지했다. 도심과 근거리 이동, 주차 편의성을 중시하는 실용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어디를 갈까’에서 ‘어떻게 돌아볼까’로
렌터카 예약 증가를 단순한 플랫폼 판매 증가로만 보면 여행시장의 변화를 놓칠 수 있다. 제주가 글로벌 도시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여수·강릉·경주로 국내 이용이 확산되며 외국인의 한국 렌터카 예약까지 크게 증가했다.
여행자의 관심은 유명 관광지를 선택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지역을 어떤 방식으로 돌아볼 것인가까지 이동하고 있다. 렌터카는 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단순한 교통수단에서 여행자가 직접 길과 속도, 멈출 장소를 선택하는 하나의 여행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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