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세계적인 관광대국 스페인이 한국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6월 5일 서울에서 열린 그란카나리아 네트워킹 런천에 이어 11일 카스티야-라 만차 관광 설명회가 열리며, 6월 초 한국 관광업계에는 마치 ‘스페인 주간’처럼 연속적인 움직임이 이어졌다.

이번 흐름은 단순 행사 소개로 보기 어렵다. 스페인은 한국 아웃바운드 시장의 잠재력을 가장 먼저 보고 들어온 유럽 관광국은 아니었다.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프랑스, 영국 등이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한국시장을 두드린 것과 달리, 스페인은 이미 한국 여행자들이 실제로 몰려가기 시작한 이후 움직임을 키운 쪽에 가깝다. 그러나 그만큼 접근은 치밀하다. 실제 수요가 확인된 뒤 지역과 상품을 세분화하며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스페인의 최근 움직임을 우연으로 보지 않는다. 한국인의 유럽 장거리 여행이 빠르게 회복됐고, FIT 중심의 개별 여행이 늘어나면서 기존 대도시 중심 일정의 한계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그라나다 중심 일정은 이미 상당 부분 소비됐고, 반복 방문 수요가 생기면서 ‘다음 스페인’을 찾는 여행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타호강과 중세 건축물이 어우러진 스페인 톨레도 전경
톨레도는 스페인 예수도이자 카스티야-라 만차의 대표 목적지로, 역사와 문화, 미식이 결합된 내륙 여행지다.

한국인의 스페인 여행은 오랫동안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그라나다와 세비야 같은 대표 도시 중심이었다. 특히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은 스페인 남부 여행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산티아고 순례길 역시 한국 FIT 시장에서 스페인의 이미지를 바꿔놓은 결정적 계기였다.

이번에 스페인이 한국시장에 꺼낸 카드는 분명하다. 하나는 대서양 섬 휴양지인 그란카나리아, 또 하나는 돈키호테와 톨레도, 풍차와 와인으로 설명되는 카스티야-라 만차다. 하나는 프리미엄 휴양과 장기 체류형 시장, 다른 하나는 역사·문학·미식 중심의 스토리텔링형 여행지다.

그란카나리아는 스페인 본토가 아닌 대서양 카나리아 제도에 위치한 섬이다. 연중 온화한 기후와 화산지형, 장기 체류형 리조트, 웰니스와 프리미엄 휴양 요소를 두루 갖춘 목적지다. 스페인이 한국시장에 그란카나리아를 꺼낸 것은 단순한 지역 소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 여행자를 더 오래 머물고, 더 깊게 소비하는 시장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카스티야-라 만차는 또 다른 축이다. 특히 톨레도는 한국인에게 낯선 목적지가 아니다. 한때 스페인의 수도였던 도시이자 기독교·이슬람·유대 문화가 공존한 곳이다. 엘 그레코의 예술, 타호강 절벽 풍경, 중세 골목과 오래된 성벽이 겹쳐진 도시다.

돈키호테 풍차로 유명한 스페인 라만차 평원의 풍차 풍경
라만차의 풍차는 돈키호테의 상징이자 스페인 내륙 여행의 대표적 스토리텔링 자원으로 꼽힌다.

톨레도의 진짜 매력은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는 순간에 있다. 타호강 절벽 위에 펼쳐진 오래된 성벽과 석양이 겹치는 시간,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서 와인 한 잔과 함께 도시를 바라보면 왜 톨레도가 오랫동안 스페인 여행의 필수 코스로 남아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행사 횟수가 아니다. 한국시장에서는 목적지가 얼마나 자주 검색되고, 얼마나 자연스럽게 언급되며, 얼마나 많은 실제 여행 이야기로 축적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설명회 하루보다 긴 것은 검색창의 수명이다. 스페인이 한국시장에서 정말 승부를 걸 생각이라면, 이제 필요한 것은 ‘행사’보다 ‘지속적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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