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옻골마을, 비가 오면 돌담 색이 달라진다…350년 숲 뒤 400년 고택 20채

1616년 정착한 경주최씨 집성촌, 전국 10대 아름다운 돌담길 지나면 국가민속문화유산 백불암 고택…입장 무료에 전통체험·해설도 운영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오래된 마을은 색부터 달라진다.

회색 기와는 검게 내려앉고, 마른 날 연한 갈색이던 흙돌담은 물을 먹으면서 돌 하나하나의 윤곽이 선명해진다. 나뭇잎에서 떨어진 빗물이 처마 끝을 타고 내려오면 골목에서 가장 먼저 들리는 소리도 자동차가 아니라 낙숫물이다.

대구 도심에서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동구 둔산동 옻골마을이다.

경주최씨 종가 옻골마을 입구 표지와 마을길
대구 동구 둔산동 옻골마을 입구.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돌담과 고택이 차례로 이어진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350년 숲을 지나야 옻골마을이 시작된다

대구관광은 옻골마을을 경주최씨 집성촌으로 소개한다. 1616년 대암 최동집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마을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지금도 약 20채의 고택이 돌담길을 따라 남아 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수령 350년 안팎의 고목이 만든 숲이 먼저 나온다. 바깥의 기운을 막고 마을의 지세를 보완하려 조성한 비보숲이라는 이야기도 전한다.

비 오는 날에는 나무 아래의 빛이 낮아지고 젖은 잎과 흙길의 색이 짙어진다. 이 숲을 지나면 기와지붕과 돌담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돌담과 꽃이 어우러진 대구 옻골마을 전통 한옥 대문
돌담과 기와 대문이 이어지는 옻골마을 골목. 실제 주민이 생활하는 공간이어서 대문 안쪽 출입과 사생활 촬영에는 주의해야 한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돌담길은 관광용으로 새로 만든 길이 아니다

옻골마을에서 가장 오래 걷게 되는 것은 넓은 관광 산책로가 아니라 사람 한두 명이 나란히 지날 만한 골목이다.

크기가 다른 돌을 맞물리고 흙을 채운 담 위에 기와가 얹혀 있다. 담 뒤에는 실제 한옥의 마당과 생활공간이 이어진다.

대구관광은 옻골마을 돌담길을 전국 10대 아름다운 돌담길로 소개하고 있으며 길을 따라 20여 채의 고택이 모여 있다고 안내한다.

기와를 얹은 돌담 사이로 이어지는 대구 옻골마을 골목
옻골마을의 대표 장면인 돌담길. 비가 내리면 돌과 흙담의 색이 짙어지면서 마른 날과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비가 오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이 돌담이다

돌이 젖으면 흙담의 색이 짙어지고 검은 기와에 물기가 돈다. 담쟁이와 나무의 초록도 마른 날보다 선명해진다.

사진과 산책을 목적으로 한다면 장대비보다 약한 비가 이어지는 날이나 비가 막 그친 직후가 낫다. 오래된 골목에는 젖은 돌과 흙길이 있어 미끄럼이 적은 운동화가 편하다.

돌담과 기와 대문이 있는 옻골마을 전통체험 공간
옻골마을에서는 고택을 바라보는 산책 외에 예약제로 운영하는 전통문화 체험도 이용할 수 있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가장 안쪽까지 가야 300년 넘은 백불암 고택을 만난다

마을 골목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국가민속문화유산 대구 백불암 고택에 닿는다.

국가유산포털에 따르면 백불암 고택의 안채는 숙종 20년인 1694년, 보본당은 영조 18년인 1742년에 지어졌다.

사랑채 수구당과 안채, 보본당, 사당과 행랑채 등이 이어져 조선시대 종가가 공간을 어떻게 나눠 사용했는지 보여준다.

나무 그늘을 따라 이어지는 대구 옻골마을 진입 산책로
옻골마을 초입의 숲길. 350년 수령의 고목 숲을 지나면서 마을의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달라진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관광지가 아니라 지금도 사람이 사는 마을이다

옻골마을은 민속촌처럼 비워 놓은 전시장이 아니다. 주민이 실제 생활하는 집이 있어 대문 안쪽 무단출입이나 사생활 촬영은 피해야 한다.

생활공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골목도 지나치게 정돈된 관광지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래된 담과 작은 화분, 대문과 생활 흔적이 한 장면 안에 섞여 있다.

보기만 하는 마을은 아니다, 체험장은 10시부터 4시까지

대구관광 공식 안내 기준 전통체험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예약제로 운영한다. 마을 해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사전 문의를 권한다.

주차장은 약 30대 규모로 안내돼 있다. 마을만 걷는다면 약 1시간, 사진과 백불암 고택을 천천히 보면 1시간30분 정도가 적당하다. 해설이나 체험을 붙이면 2시간 이상 잡는 편이 좋다.

비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많은 비가 내리는 날까지 일부러 찾을 필요는 없다. 흙과 돌이 섞인 오래된 골목은 물이 고이거나 미끄러울 수 있다.

추천할 만한 때는 약한 비가 내리거나 비가 막 그친 직후다. 기와와 돌담에는 아직 물기가 남아 있으면서 우산을 접고 골목을 살펴볼 수 있다.

옻골마을 여행정보

위치: 대구광역시 동구 옻골로 195-5

성격: 경주최씨 집성촌·전통 한옥마을

마을 형성: 1616년 대암 최동집 정착

주요 볼거리: 비보숲, 전국 10대 아름다운 돌담길, 20여 채 고택, 백불암 고택

백불암 고택 안채: 1694년

보본당: 1742년

입장료: 무료

전통체험: 10:00~16:00, 예약제

주차: 가능, 약 30대

체험 문의: 053-983-1040

해설 문의: 053-983-6407

추천 체류시간: 1시간~2시간

주의: 실제 주민 생활공간 무단출입 및 사생활 촬영 자제

옻골마을의 볼거리는 크지 않다. 놀이기구도 없고 높은 전망대도 없다. 대신 350년 된 나무 아래를 지나 400년 가까운 고택으로 들어가는 동안 돌담의 높이와 기와의 색, 골목의 폭이 계속 바뀐다.

맑은 날을 놓쳤다고 여행을 취소할 곳이 아니라 비가 오는 날에는 아예 다른 옻골마을을 보러 갈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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