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의 험준한 내륙 산행이 울창한 숲에 갇혀 땀만 빼는 고행이라면, 바다를 곁에 두고 걷는 섬 산행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수평선이 열리는 짜릿한 시각적 쾌감의 연속이다. 그 섬 산행의 정수를 맛보고 싶다면 전라남도 신안군 비금도로 향해야 한다. 해발 226m의 ‘그림산’과 255m의 ‘선왕산’은 숫자로만 보면 동네 뒷산 수준이지만, 실제 능선에 올라서면 날카로운 기암괴석과 끝없이 펼쳐진 다도해의 절경이 웬만한 천 고지 명산 부럽지 않은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비금도 암릉 트레킹의 진짜 매력은 능선 위에서 바다와 들녘, 그리고 섬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염전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을로 접어들며 색이 짙어진 초록빛 들판과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나뉜 대동염전, 그리고 해안선 뒤로 아스라히 겹쳐지는 다도해의 윤곽이 눈부신 삼색 대비를 이루며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네 뒷산 아니다”… 가파른 암릉과 투구봉의 아찔한 절경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비금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코스는 ‘상암마을’에서 출발해 그림산과 투구봉 주변을 거쳐, 죽치우실을 지나 선왕산 정상에 오른 뒤 하트해변(하누넘해변) 방향으로 내려오는 종주형 일정이다. (약 5.7km, 3시간 30분~4시간 소요).
출발 전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해발고도가 낮다고 만만하게 보고 가벼운 산책 복장으로 나섰다가는 가파른 암릉 구간에서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림산 일대는 수직에 가까운 가파른 바위 사면과 이를 잇는 아찔한 목재 계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특히 투구봉 주변에서는 둥글고 거대한 암반의 표면과 바위틈에 뿌리내린 끈질긴 소나무의 생명력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를 연출한다. 이곳에서는 가까운 기암괴석을 프레임 전면에 걸고 짙푸른 바다와 먼 섬을 배경으로 삼아 입체적인 사진을 남기는 것이 꿀팁이다.
투구봉을 지나 선왕산으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잠시 가려졌던 들녘과 해안선이 다시 시원하게 터진다. 해발 255m 선왕산 정상에 서면 비로소 비금도 산행의 진짜 스케일이 완성된다. 바닷바람이 매섭게 몰아칠 수 있으므로 접지력이 우수한 등산화와 체온을 지켜줄 방풍 겉옷, 충분한 식수는 선택이 아닌 생존 필수품이다.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1948년 대동염전과 하트해변의 낭만
거친 숨을 몰아쉬며 능선을 걷다 보면 발아래로 독특한 기하학적 무늬가 펼쳐진다. 바로 1948년 비금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염전조합을 결성해 일군 국가등록문화유산 ‘대동염전’이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소금밭의 반듯한 경계는 광복 이후 비금도의 치열했던 산업사를 증명하는 살아있는 화석이다. 하산 후에는 염전 주변을 둘러보며 섬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짚어보고, 겨울철 최고의 별미인 갯벌 머금은 비금도 특산물 ‘섬초(시금치)’를 곁들인 식도락을 연계하면 완벽하다.
선왕산 능선을 타고 내려오며 만나게 되는 하산지점, ‘하누넘해변’은 굽이치는 해안선이 완벽한 하트(♡) 모양을 그려내는 로맨틱한 명소다. 인기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직접 모래사장을 걷는 것보다, 해변으로 내려가기 전 언덕배기 전망대에서 하트 모양 전체를 온전히 조망하며 사진을 남기는 것이 훨씬 현명한 감상법이다.

“배 시간과 차량 회수를 계산하라”… 치밀한 당일치기 동선 설계
비금도 산행은 뭍의 산행과 달리 ‘배편’과 ‘차량 회수’라는 두 가지 거대한 변수를 동시에 통제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육지에서 비금도로 들어가려면 천사대교를 건너 암태도 남강항에서 카페리를 타고 약 40분간 이동해 비금도 가산항에 닿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 운항 시간은 기상 상황과 조류에 따라 수시로 변하며, 차량 선적 여부에 따라 운임과 예약 상황이 급변하므로 사전에 선사(비금농협, 대흥고속) 측에 최신 운항표를 교차 검증해야 한다.
더 큰 관건은 산행 후 차량 회수다. 상암마을(출발지)과 하누넘해변(도착지)은 완전히 다른 곳이므로 차를 한 곳에 세워두는 종주 산행을 택했다면 하산 후 출발지로 돌아갈 콜택시나 공영버스 시간을 2중, 3중으로 확인해 두어야 한다. 만약 산 위에서 서해안의 황홀한 일몰까지 감상할 욕심을 낸다면 당일치기 육지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일치기 여행자라면 해가 떠 있는 밝은 시간에 산행과 하산을 무조건 끝내고 여유롭게 가산항으로 복귀하는 동선이 가장 완벽하고 안전하다.

신안 비금도 그림산·선왕산 트레킹 실전 정보 요약
| 구분 | 내용 |
|---|---|
| 위치 및 고도 | 전라남도 신안군 비금면 일원 / 그림산(226m), 선왕산(255m) |
| 핵심 종주 코스 | 상암마을 → 그림산 → 투구봉 → 죽치우실 → 선왕산 → 하트해변(하누넘) 방향 |
| 산행 소요 시간 | 약 5.7km / 휴식 및 촬영 포함 3시간 30분 ~ 4시간 (난이도 ‘중상’의 암릉 구간 포함) |
| 여객선 교통편 | 신안 암태도 남강항 ↔ 비금도 가산항 (약 40분 소요) ※ 기상 및 차량 선적 여부 사전 점검 필수 |
| 산행 주의사항 | 종주 코스는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르므로 하산 후 차량 회수용 교통편(택시 등)을 반드시 사전 계획 |
| 연계 관광지 | 국가등록문화유산 ‘대동염전’, 하누넘해변(하트해변) 전망대, 원평해수욕장 |
| 배편 문의처 | 비금농협(061-244-5251), 대흥고속(061-271-99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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