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성전산 남쪽서 2000년 전 정결례탕…높이 4.2m 돌 천장까지 남았다

예루살렘 성전산 남쪽에서 약 2000년 전 순례자들의 정결 의식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시설이 드러났다. 정결례탕 세 곳과 대형 수조, 돌 포장 광장, 배수로가 결합된 약 280㎡의 단지다. 특히 정결례탕 한 곳은 바닥에서 돌 천장까지 높이 4.2m가 남아 당시 공간 구조를 입체적으로 살필 수 있다.

예루살렘 오펠 정결례탕의 계단과 돌 볼트 천장
돌 볼트 천장이 남아 있는 정결례탕 내부. 사진=Emil Sadikov, 히브리대학교 고고학연구소

성문 앞 정결례탕, 순례를 준비하던 공간

이스라엘관광청이 전한 이번 발굴 성과는 히브리대학교가 9월 24일 발표한 내용이다. 발굴은 우지 라이브너와 오릿 펠레그-바르캇 교수가 이끄는 히브리대학교 고고학연구소 연구진이 성전산 남쪽 오펠 지역에서 진행했다. 유적은 고대 성전산의 주요 출입구였던 삼중문 인근에 자리한다.

미크베로 불리는 정결례탕은 종교적 정결 의식을 위해 몸을 물에 담그는 시설이다. 연구진은 성문과 가까운 위치, 건축 규모, 시설 구성을 근거로 성전을 방문하던 유대인 순례자들이 이곳에서 정결 의식을 치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일상적인 목욕시설과 구분되는 종교적 기능에 주목한 것이다.

예루살렘 성전산 남쪽 오펠 일대의 유적과 성벽
발굴지가 위치한 성전산 남쪽 오펠 일대. 사진=PAMI, 동예루살렘개발공사

네 면의 계단과 바닥부터 남은 돌 천장

기원후 1세기 초 조성된 단지 중앙에는 약 12m×9.5m의 회반죽 수조가 있으며 네 면 모두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북서쪽에는 정교하게 다듬은 마름돌로 지은 네 개의 방이 배치됐고, 연구진은 이 가운데 세 곳을 대형 공용 정결례탕으로 확인했다.

보존 상태가 특히 좋은 한 곳에는 곡면으로 돌을 쌓아 올린 볼트 천장과 물을 공급하던 수직 통로가 남아 있다. 높이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4.2m다. 연구진은 예루살렘의 제2성전기 건축물 가운데 이처럼 바닥부터 천장까지 보존된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수조와 정결례탕 건물 사이에는 큰 돌판으로 포장한 앞마당도 확인됐다. 개별 욕조 하나를 넘어 물을 확보하고 사람을 맞이하는 공간이 함께 조성됐다는 점에서, 이 유적은 성전 앞 순례 기반시설의 구성을 살피는 자료가 된다.

기드론 골짜기로 이어지는 배수로

정결례탕과 수조는 기드론 골짜기 방향으로 물을 흘려보내는 배수 체계와 연결됐다. 수로는 일부 구간에서 높이 2m 이상 남아 있다. 연구진은 큰 수로 규모를 근거로 상당한 양의 물이 이 시설을 통과했을 것으로 봤다.

물을 어디서 지속적으로 공급받았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제2성전기 성전에 물을 대던 수도관의 지선과 연결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배수로의 존재와 규모는 확인된 유구이며, 특정 수도관과의 연결은 추가 검토가 필요한 해석이다.

기원후 70년 파괴 흔적, 그 아래 더 오래된 시설

단지 바닥과 파괴 잔해에서는 로마에 맞선 제1차 유대 항쟁 시기의 동전 수십 점이 나왔다. 연구진은 이를 비롯한 파괴 흔적을 기원후 70년 여름 로마군의 예루살렘·성전 파괴와 연결했다.

하부에서는 기원전 1세기로 추정되는 더 이른 시기의 공용 정결 시설도 확인됐다. 따라서 이번 발견은 한 번의 건설로 끝난 시설이라기보다 성전산 남쪽에서 여러 시기에 걸쳐 정결 의식 공간을 마련하고 바꿔온 과정을 살피게 한다.

성경 시대의 생활상 연구와 현장 관람은 구분

이번 유적은 신약성경의 시대적 배경과 겹치는 제2성전기 후기 예루살렘의 종교생활을 연구하는 자료다. 이번 발표에서 특정 성경 구절의 사건이나 인물이 이 시설과 직접 연결됐다는 증거가 나온 것은 아니다. 핵심은 순례자들이 성전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정결 공간과 물 관리 체계를 구체적인 유구로 검토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발굴은 히브리대학교 고고학연구소와 암스트롱 성서고고학연구소가 협력해 5개 시즌 동안 진행했다. 암스트롱 연구소의 현장 기록에 따르면 이번 5개년 사업은 2022년 시작돼 2026년 여름 해당 구역 발굴을 마쳤다. 이스라엘 과학재단과 암스트롱 연구소, 헤르토그 예루살렘 고고학연구센터 등이 지원했다.

유적은 동예루살렘개발공사가 운영하는 예루살렘 성벽 국립공원 안에 있다. 그러나 연구 성과 발표만으로 새로 확인된 정결례탕 내부에 일반인이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성지순례나 답사를 계획한다면 공원 관람 가능 구역과 발굴지 접근 여부를 운영기관에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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