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이뤄달라고 빌었는데 돌이 들리지 않아야 한다. 경남 밀양 만어사에는 이런 이야기를 품은 소원돌이 있다. 돌을 들어 자신의 바람을 점쳐보는 풍습도 흥미롭지만, 이 산사에서 먼저 눈길을 붙드는 것은 산비탈을 가득 메운 거대한 바위 군락이다.
만어사는 밀양시 삼랑진읍 만어산 자락에 자리한다. 해발 674m는 만어산 정상의 높이이며, 사찰은 그 아래 8부 능선에 있다. 절을 찾아 산길을 오르면 전각과 숲 사이로 크고 작은 바위가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을 만난다.

물고기 떼가 멈춘 자리, 바위의 바다가 되다
만어사에는 동해 용왕의 아들이 자신의 수명이 다한 것을 알고 신비한 스님을 찾아갔다는 전설이 전한다. 머물 곳을 묻자 스님은 길을 가다가 멈추는 곳이 인연 있는 자리라고 일러줬다. 왕자가 길을 떠나자 수많은 물고기가 뒤따랐고, 이들이 머문 곳이 지금의 만어사였다고 한다.
왕자는 미륵바위가 되고 물고기들은 크고 작은 돌이 됐다는 이야기다. 미륵전 안에는 높이 약 5m의 자연석이 있으며, 전각 아래 바위 군락에는 물고기가 변했다는 뜻을 담아 만어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부 돌에서 맑은 쇳소리가 난다고 해 종석으로도 불린다.
전설을 걷어내고 보아도 풍경의 무게는 줄지 않는다. 이 바위 군락의 공식 국가유산 명칭은 ‘밀양 만어산 암괴류’다. 201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국가유산청은 침식과 풍화로 형성된 암괴류가 700m 이상 이어져 학술적·경관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이 물고기 떼의 행렬을 떠올렸던 산비탈에는 오랜 지질 변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 셈이다.

소원돌에 담은 바람, 석탑에 남은 시간
소원돌은 만어사를 찾는 이들에게 또 다른 이야깃거리다. 소원을 빈 뒤 돌을 들었을 때 들리지 않으면 바람이 이뤄진다는 말이 전한다. 밀양시도 소원돌과 용왕 아들 전설을 만어사의 이야기 자원으로 소개해 왔다. 돌의 움직임에 앞날을 맡기는 풍습에는 간절한 바람을 눈앞의 무언가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경내에서는 보물 ‘밀양 만어사 삼층석탑’도 살펴볼 만하다. 높이 3.7m의 고려시대 석탑으로, 한 층의 기단 위에 삼층의 탑신을 올렸다. 넓은 받침과 위로 갈수록 줄어드는 몸돌이 안정된 비례를 이룬다. 고려 명종 때인 1180년 무렵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만어사의 창건에는 수로왕 이야기가 전하지만, 전승 속 연대를 곧바로 사찰의 실제 건립 연대로 볼 수는 없다. 바위에 깃든 설화와 고려 석탑이 보여주는 역사를 함께 살피면 산사를 보는 눈도 한층 넓어진다.

운해를 기다리며 바라보는 산 아래
밀양 8경에 꼽히는 것은 ‘만어사 운해’다. 조건이 맞는 날이면 산 아래를 덮은 구름과 능선이 겹쳐지며 바위 군락 너머로 또 하나의 풍경이 열린다. 운해가 없는 날에도 숲과 바위, 전각이 이루는 산사의 모습은 충분한 볼거리다.
한국관광공사 안내상 관람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연중무휴로 주차가 가능하다. 새벽 운해 촬영을 계획한다면 관람 시간 밖의 출입 가능 여부를 사찰에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다. 주소는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만어로 776, 문의는 055-356-2010이다.
만어사를 둘러보는 재미는 소원돌의 결과 하나에 머물지 않는다. 물고기를 떠올리게 하는 바위의 흐름을 바라보고, 석탑 앞에서 오래된 시간을 헤아리다 보면 산사를 찾은 마음도 조금씩 느슨해진다. 소원은 돌 앞에 내려놓고, 돌아가는 길에는 풍경 하나를 오래 담아가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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