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0월이 되면 국내 테마파크와 축제 공간은 일제히 핏빛으로 물든다. 기괴하게 찢어진 입, 피범벅이 된 분장, 전기톱을 휘두르는 살인마와 좀비 군단이 거리를 활보하는 등 해가 갈수록 시각적 자극과 원초적 공포의 수위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청소년과 2030 세대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정작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10월의 테마파크는 ‘아이를 데려가기 두려운 기피 공간’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러한 피로감과 불안을 정면으로 파고든 역발상 축제가 춘천 의암호 한가운데서 펼쳐지며 가을 나들이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이하 레고랜드)가 가을 시즌을 맞아 선보인 ‘브릭 오어 트릿(Brick-or-Treat)’이 극단적 공포를 완전히 걷어낸 이른바 ‘무해한 도파민’을 무기로 역대 최대 인파를 끌어모으고 있다.

자극성 공포에 질린 가족들… ‘안심 나들이’ 수요 응집

레고랜드는 10월 첫째 주 황금연휴 기간 동안 가을 시즌 사상 역대 최대 방문객 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흥행세를 입증했다. 징그러운 시체나 잔혹한 살육 대신, 레고 블록 특유의 유쾌함으로 재해석한 ‘귀엽고 엉뚱한 몬스터’들을 전면에 배치한 것이 주효했다.

호박 옷을 입은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춤을 추고, 파크 곳곳을 누비며 사탕과 기념품을 받는 스탬프 랠리는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거부감 없이 축제에 몰입하게 만든다.

부모 세대 역시 “아이에게 악몽을 심어줄까 봐 10월 나들이를 망설였는데, 마음 놓고 가을 정취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자극적인 도파민에 지친 대중에게 온화하고 따뜻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소프트 엔터테인먼트’의 경쟁력이 입증된 셈이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 사이로 회전하며 달리는 레고랜드 닌자고 테마 롤러코스터
울긋불긋한 가을 정취 속에서 온 가족이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레고랜드 놀이기구. (사진=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밤하늘 수놓는 불꽃과 야간 개장… 춘천 체류형 관광 견인

레고랜드는 이 같은 흥행세를 이어가기 위해 한글날인 10월 9일 저녁 8시 30분, 가을밤을 화려하게 수놓는 대규모 불꽃놀이를 선보이고 밤 9시까지 야간 개장을 진행한다. 10월 한 달간 매주 토요일마다 이어지는 이 야간 불꽃놀이는 낮 시간에 국한되던 테마파크의 공간 경험을 밤의 낭만으로 확장한다.

낮 동안 단풍으로 물든 중도의 자연과 닌자고 라이드 등 놀이기구를 즐긴 방문객들은 해가 지면 조명으로 빛나는 레고 호텔과 성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불꽃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이러한 야간 콘텐츠의 확충은 지역 경제 관점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낸다. 서울-춘천 고속도로와 ITX-청춘 열차를 이용해 ‘반나절 당일치기’로 스쳐 지나가던 관광 패턴을, 춘천 시내 숙박과 야간 외식으로 연결하는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시키는 강력한 앵커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풍 요정 옷을 입은 귀여운 몬스터 공연자와 눈을 맞추며 환호하는 광장의 아이들과 부모들
자극적인 공포 대신 친근한 재미를 전하는 몬스터 공연을 관람하며 환호하는 아이들과 부모들. (사진=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시즌 한정 파격 할인… 진입 장벽 낮춘 가격 전략

축제의 대중성을 넓히기 위한 가격 전략도 공격적이다. 레고랜드는 대인과 소인 일일 이용권을 최대 50% 할인하는 ‘몬스터 플래시 세일’을 10월 8일 오후 11시까지 단기 진행하며 가을 나들이객의 진입 문턱을 낮췄다.

특히 이번 플래시 세일로 구매한 티켓은 가을 축제가 이어지는 11월 16일까지 원하는 날짜를 자유롭게 지정해 사용할 수 있어, 10월 내내 펼쳐지는 야간 개장과 불꽃놀이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로 꼽힌다.

‘브릭 오어 트릿’ 축제는 오는 11월 15일까지 이어진다. 더 잔혹하고 기괴한 자극을 쫓느라 정작 테마파크 본연의 순수한 즐거움을 잃어가던 가을 축제 시장에서, 온 가족이 무해한 미소로 하나 되는 레고랜드의 역발상은 현대 여가 문화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힐링의 가치를 묵직하게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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