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원자로 폭발 사고 이후 정확히 15년. 전 세계에 ‘방사능 재앙’의 대명사로 각인됐던 그 이름, 후쿠시마가 마침내 서울 한복판에 직접 찾아와 한국인들을 향해 조심스레 손을 내민다.
일본 부흥청과 후쿠시마현은 오는 10월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개막하는 ‘한일축제한마당 2026 in Seoul’에 공식 공동 부스를 차리고 지역 관광 홍보와 교류 재개에 나선다. 일본의 여러 지자체 중 하나가 펼치는 흔한 지자체 홍보전이 아니다. 핵사고라는 미증유의 비극을 겪은 뒤 15년 동안 침묵과 불신의 벽에 갇혀 있던 후쿠시마가, 가장 민감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지 않았던 한국 땅에서 정면으로 마주 앉아 관광을 권유하는 역사적 장면이다.
연 4만 명 발길 끊긴 15년의 세월… 코엑스에 펼쳐진 특산 사케와 아카베코
후쿠시마는 대재앙이 덮치기 전까지만 해도 울창한 자연과 온천, 풍부한 먹거리로 한국인들이 즐겨 찾던 일본 동북부(도호쿠)의 핵심 여행지였다. 2010년 한 해에만 후쿠시마현에 투숙한 한국인 여행객이 4만 명을 웃돌았을 정도다. 그러나 2011년 3월 11일,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와 제1원전 폭발 사고는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방사능 오염의 공포는 거대한 불신의 장벽을 쌓았고, 한국 관광객의 발길은 순식간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지금, 후쿠시마는 코엑스 부스에 지역 특산 사케 3종과 아이즈 지방의 유서 깊은 민속 인형 ‘아카베코(赤べこ)’를 들고 나타났다. 붉은 소를 형상화한 아카베코는 본래 액운을 쫓고 건강을 기원하는 전통 완구다.
부흥청과 현청 관계자들은 한국 관람객들에게 사케와 스시를 권하고, 붉은 소 인형을 직접 칠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열며 ‘재난의 땅’이 아닌 ‘사람이 살아가고 여행할 수 있는 고장’으로서의 얼굴을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즈와카마쓰시와 시라카와시, 이와키시 등 현내 주요 도시들도 함께 참여해 저마다의 숨겨진 여행 명소를 소개한다.
지워지지 않은 상처와 ‘귀환곤란구역’… 홍보만으로 넘을 수 없는 현실
하지만 사케 잔을 부딪치고 전통 공예품을 칠한다고 해서 15년의 불신이 단숨에 씻겨 내려갈 수는 없다. 후쿠시마 관광의 현주소는 빛과 어둠이 여전히 위태롭게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대대적인 제염 작업과 기반시설 재건을 거쳐 다수의 피난 지시를 해제했다고 강조하지만, 복구는 결코 끝나지 않았다. 후쿠시마현이 2026년 공개한 공식 행정 자료에서도 여전히 원전 주변 일부 지역이 ‘귀환곤란구역’으로 묶여 피난 제한과 구역 정비 사업이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방사능 잔류 위험과 오염수 방류 이슈,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한국 사회의 근본적 불안감은 단순한 지자체의 미소나 시음 행사만으로 지워질 수 없는 무거운 과제다. 관광 가능 지역과 출입 통제 구역의 명확한 정보 공개, 그리고 투명한 방사선 데이터의 지속적 검증 없이는 공허한 홍보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잡을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시험대에 오른 한일 교류의 온도
이번 코엑스 부스 운영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후쿠시마가 무엇을 준비해 왔는가가 아니라, 현장을 찾을 한국 시민들의 냉정한 질문에 일본 관헌들이 얼마나 투명하고 진솔하게 답하느냐에 있다.
사고 15년 만에 내민 후쿠시마의 손길은, 상처 입은 지역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필사적인 초대장이자 지난 세월의 고통을 증명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조심스러운 타진이다.
그들이 내민 사케 잔을 받아들고 다시 여행 가방을 쌀 것인지, 아니면 차가운 경계의 시선을 유지할 것인지는 오롯이 한국 여행자들의 몫이다. 10월 10일 코엑스 D홀에서 열리는 이 낯설고도 조심스러운 만남은, 15년 세월의 불신을 넘어선 양국 시민 사회의 성숙한 소통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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