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이 달라지고 있다. 어디로 떠날 것인가보다 그곳에서 무엇을 경험할 것인가가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루만 호텔에 머물거나, 오래된 성의 분위기를 찾아가고, 어린 시절 즐거움을 다시 경험하는 여행이 2027년 관광시장의 주요 흐름으로 제시됐다.

호텔스닷컴은 20일 서울 중구 레스케이프 호텔에서 ‘언팩 27(Unpack ’27)’을 공개하고 내년 여행 트렌드 다섯 가지를 발표했다. 익스피디아 그룹의 검색 데이터와 소셜미디어 분석, 한국인 1,000명을 포함한 세계 여행객 2만6,000명 대상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한 전망이다. 행사에는 약 120명이 참석했다. 라비니아 라자람 익스피디아 그룹 아시아 PR 총괄이 주요 결과를 소개했다.

호텔스닷컴 언팩 27 행사에서 마이크를 들고 발표하는 라비니아 라자람
라비니아 라자람 익스피디아 그룹 아시아 PR 총괄이 2027년 여행 트렌드를 설명하고 있다.

하룻밤도 여행이다…한국인 95% ‘1박 여가 숙박’ 계획

첫 번째 키워드는 ‘트립 스내킹(Trip Snacking)’이다. 긴 휴가를 기다리는 대신 짧은 숙박을 여러 차례 즐기는 방식이다. 호텔스닷컴에 따르면 전 세계 1박 호텔 검색량은 전년 대비 약 10% 늘었다. 설문에 참여한 한국인 여행객의 95%는 향후 1년 동안 여가 목적의 1박 호텔 숙박을 계획한다고 답했다.

한국인 응답자의 55%는 최근 1년 사이 주말 1박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했다. 짧은 숙박을 원하는 이유로는 기념일 등 특별한 날을 축하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48%, 장거리 여행 사이 재충전이 38%, 수영장·스파 등 호텔 시설 이용이 31%였다. 세계 여행객의 79%도 향후 1년 내 1박 여행을 계획한다고 답했다.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83%였다. 여행의 단위가 작아지는 만큼 호텔 자체의 경험과 도심 접근성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딕 스타일 숙소 수요 전년 대비 20% 증가를 설명하는 호텔스닷컴 언팩 27 발표 화면
호텔스닷컴은 고딕 스타일 숙소 수요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고딕 호텔 수요 20% 증가…숙소가 곧 여행의 목적

두 번째 흐름은 ‘고딕 겟어웨이(Gothic Getaways)’다. 고성과 역사적 건축물, 극적인 실내장식이 여행 경험의 일부가 되는 현상이다. 호텔스닷컴이 집계한 전 세계 고딕 스타일 숙소 수요는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고딕 건축과 여행에 대한 소셜미디어 언급도 38% 늘었다. 한국인 응답자의 82%는 고딕 분위기의 호텔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고, 62%는 호텔의 미적 분위기가 숙소 선택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행사가 열린 서울 레스케이프 호텔도 관련 추천 숙소에 포함됐다. 숙박시설이 단순한 잠자리에서 사진·건축·분위기를 소비하는 여행 목적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른의 방학과 스크린 속 여행지

세 번째 ‘언어덜팅(Un-Adulting)’은 어른이 잠시 일상의 책임에서 벗어나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다시 찾는 여행이다. 한국인 여행객의 59%가 이런 경험을 원한다고 응답했으며,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에서는 61%로 나타났다.

네 번째는 영화와 드라마 속 장소를 찾아가는 ‘셋제팅(Set-Jetting)’이다. 한국인 응답자 약 네 명 중 한 명은 영상 콘텐츠에서 본 여행지를 계기로 실제 여행을 예약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인 응답자의 67%는 작품 공개 전부터 촬영지를 검색하거나 예약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호텔스닷컴은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 6의 모나코 촬영 소식 이후 30일간 모나코 여행 검색량이 120%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영상 속 장소가 단순한 관광 홍보를 넘어 실제 여행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부산 검색량 50% 증가…관심이 실제 방문으로 이어질까

다섯 번째는 ‘올해의 여행지(Destinations of the Year)’다. 호텔스닷컴이 선정한 세계 10대 주목 여행지에 부산이 포함됐다. 부산의 검색량은 전년 대비 50% 증가한 것으로 제시됐다. 비교 대상인 다른 주목 여행지 가운데 미국 사우스레이크타호는 195%, 일본 효고는 95%,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는 65%, 미국 세도나는 55% 증가했다. 부산은 발표된 10곳 중 검색 증가율 5위에 해당한다.

다만 검색량 증가가 곧바로 관광객 수나 숙박 예약의 같은 폭 증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호텔스닷컴은 선정된 10개 여행지 중 6곳이 자체 지속가능성 평가 기준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부산도 여기에 포함됐다. 높아진 관심을 실제 방문과 체류, 지역 소비로 연결하는 것은 관광업계와 지방자치단체의 과제다.

호텔과 여행업계에 남긴 질문…무엇을 팔 것인가

이번 발표의 공통분모는 여행의 ‘길이’나 ‘거리’보다 여행자가 얻는 경험이다. 1박 상품은 짧지만 만족도 높은 체류를, 고딕 호텔은 공간 자체의 매력을, 스크린 투어리즘은 콘텐츠와 현장 경험의 연결을 요구한다.

관광업계에는 단순한 객실 할인이나 유명 관광지 소개를 넘어, 특정한 경험을 중심으로 상품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다만 이번 결과는 플랫폼 검색 데이터와 여행 의향 설문을 바탕으로 한 전망인 만큼 실제 2027년 여행 수요와는 구분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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