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공 14년 만에 교각과 상판 약 50m 한꺼번에 추락…전국 해상 보행교 안전성도 다시 살펴야
포항 구룡포 보릿돌교의 교각과 상판 약 50m가 한꺼번에 무너져 관광객과 낚시객 17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붕괴 직전 다리에 들어섰던 보행자가 되돌아가면서 대형 인명피해는 피했지만, 준공 14년 만에 주요 구조물이 붕괴한 원인과 설계·시공·점검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 기자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장길리 앞바다에 설치된 해상 보행교 보릿돌교의 교각과 상판 약 50m가 28일 오후 한꺼번에 무너졌다. 다리 끝 전망대와 갯바위에 머물던 관광객과 낚시객 등 17명이 육지로 돌아오지 못해 한때 고립됐으나, 민간 어선과 구조대에 의해 모두 구조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인명피해는 없다.
사고는 이날 오후 1시 15분께 발생했다. 보릿돌교 중간부 교각 두 개 구간과 그 위에 놓인 상판이 바다로 내려앉으면서 육지와 다리 끝부분을 연결하던 통로가 완전히 끊겼다. 고립된 17명은 소방과 해경, 민간 어선의 지원을 받아 오후 2시 1분께 모두 육지로 이동했다.
이번 사고는 단순히 관광시설 하나가 파손된 사건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사람이 상시 통행하는 해상 교량의 중간 교각과 상판이 사전 통제나 뚜렷한 외부 충격 없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붕괴 원인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며, 부실시공 여부도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설계부터 시공, 준공검사, 정기 안전점검과 보수 이력까지 전 과정을 조사해야 할 중대한 사고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리 건넌 뒤 무너졌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에는 한 보행자가 보릿돌교에 진입했다가 다시 육지 쪽으로 돌아온 직후 교량 중간부가 붕괴하는 모습이 담겼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보행자가 현장을 벗어나고 약 10초 뒤 교각과 상판이 무너졌다. 당시 다리 위에 여러 사람이 있었다면 바다로 추락하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다.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시설이 안전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연히 붕괴 구간 위에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릿돌교는 특정 행사 때만 사용하는 임시 구조물이 아니라 관광객과 낚시객, 주민이 자유롭게 드나들던 상시 개방 시설이었다. 사고 전까지 한국관광공사 관광정보에도 연중무휴, 상시 개방 시설로 표시돼 있었다.
특히 다리 끝과 갯바위에 있던 17명은 붕괴를 피했지만 육상 통로가 끊기면서 바다를 통해 구조돼야 했다. 풍랑이 심했거나 야간에 사고가 발생했다면 구조 여건도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이번 사고를 ‘17명 전원 구조’라는 결과만으로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12년 조성된 해상 보행교, 14년 만에 주요 구조물 붕괴
보릿돌교는 장길리복합낚시공원에서 바다 쪽 갯바위인 보릿돌까지 이어지는 길이 약 170m의 해상 보행교다. 2012년 조성돼 포항의 일출·낚시·해안 산책 명소로 이용돼 왔다. 장길리복합낚시공원은 포항시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약 120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관광·낚시 복합시설이다.
통상적인 교량의 기대수명을 고려하면 준공 후 약 14년 만에 교각과 상판이 함께 무너진 것은 이례적이다. 실제 원인이 설계상 취약점인지, 시공 과정의 결함인지, 장기간 바닷물과 염분에 노출되면서 철근과 강재가 부식된 것인지, 파도와 반복 하중으로 구조물의 피로가 누적된 것인지는 정밀 감식을 통해 가려야 한다.
해상 구조물은 육상 시설보다 가혹한 환경에 놓인다. 바닷물의 염화물이 콘크리트 내부로 침투하면 철근 부식을 촉진할 수 있고, 부식으로 철근의 부피가 팽창하면 콘크리트 균열과 박리가 이어질 수 있다. 파도와 바람, 염분, 온도 변화가 반복되면 접합부와 교각 기초, 상판 받침부의 성능도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바닷가 시설이어서 낡았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상 환경에서 노후화가 빠르다는 사실은 설계와 유지관리 단계에서 이미 반영했어야 할 조건이기 때문이다. 점검 과정에서 균열과 부식, 기울어짐, 받침부 변형과 같은 이상 징후가 발견됐는지, 발견됐다면 어떤 보수 조치를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도장공사는 했지만 구조 안전점검은 제대로 이뤄졌나
포항시 계약정보에는 2023년 장길리복합낚시공원 보릿돌교 도장공사가 약 1천915만원에 시행된 기록이 확인된다. 외부 도장은 부식 방지와 미관 관리에 필요한 작업이지만, 도장 상태가 곧 구조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교각 기초와 철근, 상판 연결부, 받침장치 등 주요 구조부의 손상 여부를 별도의 정밀점검으로 확인했는지가 핵심이다.
조사기관은 최근 실시된 안전점검의 종류와 시기, 점검 업체, 판정 등급, 보수 권고사항과 실제 이행 여부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육안점검만 시행했는지, 수중에 잠긴 교각 기초와 해저 지반까지 확인했는지, 비파괴검사나 철근 부식도 측정이 이뤄졌는지도 밝혀야 한다.
붕괴 지점의 형태를 분석하면 사고 원인을 좁힐 수 있다. 교각 자체가 먼저 파괴된 것인지, 교각을 받치던 기초나 해저 지반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상판과 교각의 접합부가 이탈한 것인지에 따라 책임 범위가 달라진다. 붕괴 잔해를 성급하게 철거하기보다 구조 전문가가 현장을 보존하고 시료와 설계도면, 시공 기록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
부실공사 의혹 역시 이런 객관적 조사로 확인해야 한다. 설계도와 실제 시공 상태가 일치하는지, 콘크리트 강도와 철근 배근이 기준에 맞았는지, 해상 구조물에 필요한 방청·방수 처리가 이뤄졌는지, 준공검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조사 전부터 부실공사로 단정해서도 안 되지만,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이유로 의혹을 축소해서도 안 된다.
전국에 늘어난 해상 보행교와 스카이워크, 안전기준 다시 세워야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바다와 호수, 계곡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해상 보행교와 출렁다리, 스카이워크를 경쟁적으로 건설해 왔다. 비교적 적은 공간에 상징적인 관광시설을 만들 수 있고 사진과 영상으로 확산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건설 이후다. 해상 보행교는 일반 산책로와 달리 염분과 강풍, 높은 파도, 태풍, 반복적인 진동과 군중 하중에 지속해서 노출된다. 건설비뿐 아니라 정기적인 수중조사와 구조진단, 부식 방지, 부품 교체 비용까지 장기간 확보하지 않으면 관광 명소가 위험시설로 바뀔 수 있다.
특히 소규모 관광시설이라는 이유로 도로나 철도 교량보다 느슨하게 관리되거나, 지방자치단체의 일반 시설물 점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 바다 위를 걷는 구조물이라면 규모와 명칭에 관계없이 교량에 준하는 안전관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보릿돌교와 구조·연식·입지 조건이 비슷한 전국 해상 보행교를 전수 점검해야 한다. 준공 후 일정 기간이 지난 시설은 외관 확인에 그치지 말고 교각 기초와 수중 구조부, 상판 연결부, 철근 부식 상태를 포함한 정밀진단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시설일수록 통제 기준도 명확해야 한다. 강풍·풍랑·태풍특보 때만 닫는 방식에서 벗어나 구조물의 변위나 진동, 균열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계측장비를 설치하고, 이상 신호가 나타나면 자동으로 출입을 통제하는 체계도 검토해야 한다.
포항시, 전면 통제와 유사 시설 점검 착수
포항시는 사고 직후 보릿돌교 일대를 전면 통제하고 유사 시설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추가 붕괴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시민과 관광객은 통제선을 넘거나 갯바위와 붕괴 잔해 주변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공개돼야 할 내용은 분명하다. 최초 이상 징후가 언제 나타났는지, 최근 안전점검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보수 필요성이 제기됐는지, 붕괴한 교각과 상판의 실제 시공 상태가 설계와 일치하는지, 관리기관이 위험 신호를 놓친 것은 아닌지다.
17명이 무사히 구조됐다는 사실은 다행이지만, 보릿돌교 붕괴는 자칫 다수의 관광객이 바다로 추락할 수 있었던 사고다.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과 함께, 전국적으로 확산된 해상 보행교와 스카이워크의 건설·점검 체계를 다시 살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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