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마쓰발 LJ360편, 외부전원 이상 뒤 공압계통 경고까지…도입 5개월 신형기, 고장보다 재탑승·안내·배상 책임이 쟁점
강정호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최고기온 37.9도까지 오른 일본 다카마쓰공항에서 승객 180여 명을 태운 진에어 여객기의 냉방이 멈췄다. 승객들은 항공기에서 내렸다가 다시 탑승했지만, 두 번째 출발 시도에서도 기체 이상이 발견돼 또 내려야 했다.
7월 26일 오후 5시15분 다카마쓰공항을 떠나 인천공항으로 향할 예정이던 진에어 LJ360편은 외부 전력공급장비 이상과 공압계통 경고로 출발하지 못했다. 공개 항적 기록상 여객기는 예정시각보다 6시간35분 늦은 오후 11시50분 이륙해 다음 날 오전 1시3분 인천에 도착했다. 도착도 예정보다 6시간 이상 늦었다.
당시 다카마쓰의 일 최고기온은 37.9도였다. 기상청 관측자료에서도 오후 시간대 기온이 37도를 넘은 것으로 확인된다. 냉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기내에서 기다리던 일부 승객은 어지럼증과 공황 증세를 호소했고, 탈진한 승객이 휠체어를 이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6시간 동안 찜통 기내에 갇힌 사고’로 쓰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6시간 이상은 전체 항공편 지연시간이다. 실제 냉방이 되지 않은 기내 대기시간은 보도마다 45분에서 약 2시간까지 크게 엇갈린다. 첫 탑승과 재탑승 시각, 냉방 중단시간, 하기 시각을 진에어가 분 단위로 공개해야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판단할 수 있다.
첫 고장보다 ‘다시 태운 결정’이 중요하다
진에어 설명에 따르면 첫 번째 출발 시도에서는 항공기 외부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장비에 이상이 발생했다. 정비 후 승객들을 다시 태웠지만 이번에는 공기압 시스템 경고등이 켜져 두 번째 출발도 중단됐다.
안전 이상이 확인된 항공기를 이륙시키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첫 이상이 발생했을 때 승객을 냉방되는 터미널에서 기다리게 하지 않고 왜 기내에 머물게 했는지, 장비 이상을 해결한 뒤 어떤 점검을 거쳐 재탑승을 결정했는지, 재탑승 전에 객실 냉방과 공기순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안전을 위해 이륙하지 않은 것과 냉방되지 않는 항공기에 승객을 앉혀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특히 한 차례 승객을 내렸다가 다시 태웠다면 항공사는 기체와 지상장비가 정상화됐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재탑승 뒤 공압계통 경고가 다시 나타났다. 기술적인 고장 자체보다 정비 완료 판단과 재탑승 결정이 적절했는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비행기 에어컨은 왜 멈췄나
항공기는 자동차처럼 작은 배터리만으로 객실 에어컨을 계속 가동하지 않는다.
주엔진을 끈 채 공항에 서 있을 때는 공항의 외부 전원장비와 지상 냉방장비를 연결하거나, 항공기 꼬리 부분의 보조동력장치인 APU를 가동해 전기와 압축공기를 공급한다.
보잉은 737 MAX의 APU를 사용하면 지상에서 전력·엔진시동·객실 냉방을 공급하는 별도의 지원차량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외부 전원장비에 문제가 생겨도 APU나 다른 지상지원장비를 이용할 수 있는지가 다음 확인사항이다.
진에어가 첫 번째 원인으로 밝힌 것은 외부 전력공급장비 이상이다. 이 장비가 다카마쓰공항 또는 지상조업사가 관리하는 설비인지, 항공기 측 연결계통 문제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두 번째로 발생한 공압계통 경고는 엔진 시동과 객실 공조에 필요한 압축공기 계통과 관련된다. 외부 전원장비 문제가 해결된 뒤 공압계통 경고까지 이어졌다면 APU·블리드에어·에어컨 팩 가운데 어느 부분에 이상이 있었는지 진에어의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결국 “폭염이어서 어쩔 수 없이 찜통이 됐다”가 아니다. 정상적인 냉방 대체수단 가운데 무엇을 사용할 수 없었고, 그 상태에서 왜 탑승을 계속 진행했는지가 쟁점이다.
사고기는 도입 5개월도 안 된 737 MAX 8
해당 항공편에 투입된 기체는 등록번호 HL8569인 보잉 737-8, 통상 737 MAX 8로 불리는 항공기로 확인된다.
HL8569는 2026년 3월5일 국내에 도입된 189석 항공기로, 사고 당시 진에어 운항을 시작한 지 5개월도 지나지 않았다. 공개 항적에서도 7월26일 LJ360편에 이 기체가 투입된 사실이 확인된다.
따라서 이번 문제를 오래된 항공기의 노후화로 단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신형기라는 이유만으로 제조결함을 단정할 수도 없다.
첫 문제는 외부 전원공급장비, 두 번째는 공압계통 경고로 전해졌다. 서로 다른 원인이 연속적으로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어, 기체 자체 문제와 공항 지상장비 문제를 분리해 확인해야 한다.
이번 한 건만으로 진에어나 737 MAX 8에서 같은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고 결론 내릴 근거도 아직 없다. 이를 판단하려면 진에어의 최근 기체결함 지연률, 해당 항공기의 도입 이후 정비기록, APU·공압·냉방계통 반복 정비 여부가 필요하다.
6시간 지연이면 운임 20% 보상받나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국제선이 항공사 책임으로 4시간 이상 12시간 이내 지연된 경우, **지연된 해당 구간 운임의 20%**를 배상기준으로 제시한다. 체류가 필요하면 적정한 숙식비도 부담하도록 돼 있다.
공개 항적상 LJ360편은 인천 도착도 6시간 이상 늦어 시간만 놓고 보면 20% 배상 구간에 들어간다.
다만 이 금액이 승객에게 자동으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피해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기준이며, 항공사가 불가항력적인 안전정비였음을 입증하면 배상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항공사는 기상·공항 사정이나 예견하기 어려운 정비 문제였고, 지연을 막기 위해 합리적으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구체적인 자료로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안전을 위한 정비였다”고 설명하는 것만으로 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진에어가 일부 승객에게 숙소와 다음 날 대체편을 제공한 것도 지연 배상과는 구분된다. 숙소·식사·대체운송은 현장 지원이고, 해당 구간 운임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지연 배상 여부는 별도로 판단할 문제다.
승객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자료
탑승객은 진에어에 지연확인서와 구체적인 지연사유를 요청해야 한다. ‘기체 정비’라는 포괄적인 표현에 그치지 않고 외부 전원장비와 공압계통 가운데 어느 문제가 언제 발생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탑승권과 예약내역, 항공사가 보낸 문자, 기내방송을 촬영한 영상, 탑승·하기 시각이 확인되는 사진도 보관하는 것이 좋다.
식사·교통·숙박·예약취소 등 추가비용이 발생했다면 영수증을 남겨야 한다. 탈진이나 공황 증세로 진료를 받았다면 진료기록과 비용증빙도 필요하다.
항공사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1372소비자상담센터와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진에어가 답해야 할 다섯 가지
진에어는 다음 사항을 공개해야 한다.
첫째, 승객의 첫 탑승·하기·재탑승·최종하기 시각과 냉방 중단시간이다.
둘째, 외부 전원장비 이상이 공항 지상장비 문제였는지 항공기 연결계통 문제였는지다.
셋째, 외부 전원이 끊어진 뒤 APU나 별도의 지상 냉방장비를 사용할 수 없었던 이유다.
넷째, 첫 번째 정비가 끝난 뒤 어떤 점검을 거쳐 재탑승을 결정했는지다.
다섯째, 도착이 6시간 이상 늦어진 승객에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른 운임 배상을 적용할 것인지다.
항공기 고장은 예고 없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폭염 속에서 냉방이 확보되지 않은 항공기에 승객을 언제 태우고 언제 내리게 할지는 기계가 아니라 항공사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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