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울산 영남알프스에서 가을을 가장 먼저 실감하는 곳 가운데 하나가 간월재다.
산 아래는 아직 초록빛이 남아 있어도 해발 900m 안팎 고원에 올라서면 바람의 온도부터 달라진다.
간월산과 신불산 사이 넓은 안부를 따라 억새가 펼쳐지고 10월로 들어서면 초록빛 억새가 서서히 은빛과 황금빛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배내2공영주차장에서 시작하는 가장 쉬운 길
간월재에 오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초보자에게 가장 많이 추천되는 길은 사슴농장 코스다.
배내2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임도를 따라 약 6km 올라가는 방식이다.
길은 처음부터 정상부 직전까지 비교적 완만하게 이어진다. 돌계단이나 암벽을 손으로 잡고 올라가는 구간이 거의 없고 자갈과 흙이 섞인 임도를 따라 꾸준히 고도를 올린다.
다만 쉽다와 짧다는 다른 이야기다. 편도 약 6km이기 때문에 왕복하면 12km 안팎이다.

왕복 3시간? 실제 여행은 4~5시간이 편하다
한국관광공사 최근 안내는 배내2공영주차장에서 간월재까지 다녀오는 사슴농장 코스를 왕복 약 3시간 정도로 소개한다.
하지만 가을철 실제 여행에서는 억새평원에서 사진을 찍고 전망데크에서 쉬고 휴게소를 이용하면서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초보자라면 왕복 4시간 전후, 여유 있게 즐긴다면 5시간 정도 잡는 편이 좋다.

숲이 끝나는 순간 갑자기 평원이 열린다
한동안 숲 사이를 걷다 보면 갑자기 시야가 열리고 넓은 억새평원이 나타난다.
간월재는 봉우리 위 좁은 정상과 달리 간월산과 신불산 사이에 넓은 평지가 펼쳐진다.
바람이 불면 억새가 한 방향으로 눕듯 움직여 수면 위에 파도가 지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10월 초와 말의 색이 다르다
9월에는 녹색이 많이 남아 있는 청억새가 중심이고 10월로 접어들면서 은빛과 황금빛이 점점 강해진다.
11월에는 색이 더 깊어져 황금빛 평원의 인상이 강해진다.
사진 목적이라면 오후 빛도 좋다. 해가 낮아질수록 억새 이삭 뒤로 역광이 들어오면서 은빛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간월재휴게소, 컵라면 하나가 목적지가 되기도
간월재휴게소는 현재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운영되는 것으로 안내돼 있다.
컵라면과 음료, 간단한 간식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성수기 주말에는 일부 품목이 떨어질 수 있어 개인 물과 간식은 별도로 준비하는 편이 안전하다.
간월재까지만 갈까, 간월산 정상까지 갈까
간월재에 도착한 뒤 체력이 남는다면 간월산 정상까지 이어갈 수 있다.
간월산의 공식 높이는 해발 1,069m다.
간월재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임도 구간과 달리 산길 느낌이 확실해지고 능선 조망도 넓어진다.
초보자라면 간월재 억새평원까지만 즐기고 내려와도 충분하다.
계단 없는 산은 맞지만 운동화만 믿으면 안 된다
사슴농장 코스가 비교적 쉽다고 해서 일반 산책길과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편도 6km의 자갈과 흙길을 계속 오르기 때문에 발바닥 피로가 쌓이고 하산 때는 미끄러질 수 있다.
접지력이 좋은 트레킹화와 얇은 바람막이를 챙기는 편이 좋다.
주말엔 산보다 주차가 먼저 문제다
배내2공영주차장은 무료지만 억새철 주말에는 빠르게 차는 편이다.
가능하면 이른 아침에 도착하고 만차일 경우 배내1공영주차장 등 주변 주차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
죽림굴, 이 길에는 오래된 사람들의 사연도 있다
간월재는 과거 배내골과 언양을 오가던 생활길이기도 했다.
간월산 왕방골에는 천주교 박해 시기 신자들이 숨어 신앙을 이어간 죽림굴도 남아 있다.
억새평원만 바라보기보다 이 길에 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떠올리면 풍경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10월 간월재, 빨리 오르는 것보다 천천히 보는 산
간월재의 장점은 정상 정복에 있지 않다.
완만한 길을 오래 걷고 숲이 끝난 뒤 갑자기 펼쳐지는 고원에서 쉬고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를 오래 바라보는 데 있다.
6km를 올라갔다 다시 6km를 내려와야 하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잡고 걷는 편이 좋다.
이번 10월 간월재는 걷는 시간 자체를 가을여행으로 만드는 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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