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민둥산 억새 산행, 기차로 찾아가는 은빛 능선과 돌리네

정선 민둥산의 가을은 숲이 끝나는 자리에서 크게 달라진다. 나무 사이로 이어지던 오르막을 벗어나면 둥근 산등성이를 덮은 억새가 시야를 채운다. 바람이 지나는 방향을 따라 이삭이 눕고 일어서며, 햇빛을 받은 능선에는 은빛과 옅은 갈색이 번갈아 드러난다.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남면에 자리한 민둥산은 해발 약 1,119m다. 산 아래부터 펼쳐지는 평지 억새밭과 달리 숲길을 걸어 고도를 높인 뒤 정상부의 초지를 만나는 산이다. 기차로 접근할 수 있다는 편리함과 정상까지 올라야 한다는 산행의 성격을 함께 생각하면 여행 계획이 분명해진다.

황금빛 억새 사이로 이어지는 민둥산 능선 탐방로
정선 민둥산의 억새 탐방로. 사진=한국관광공사

숲을 벗어나 마주하는 억새 능선

민둥산은 산의 7부 능선까지 나무가 우거지고 정상 부근에서는 시야가 크게 열린다. 아래쪽 숲의 나뭇잎과 가지에 가려졌던 주변 산줄기가 억새 너머로 겹겹이 나타난다. 정상석 앞의 기념사진뿐 아니라 능선을 따라 걸으며 달라지는 구도를 보는 재미가 있다.

억새는 사람 키를 넘길 만큼 높고 빽빽하게 자라는 곳도 있다. 길을 따라 걸으면 가까운 이삭과 멀리 이어지는 산등성이를 함께 볼 수 있다. 사진을 위해 군락 안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지정된 탐방로와 조망 지점에서 풍경을 담는 편이 좋다.

정상 부근에서는 둥글게 움푹 팬 돌리네도 눈에 들어온다. 돌리네는 석회암 지대에서 암석이 물에 녹는 작용 등으로 만들어지는 오목한 지형을 가리킨다. 물이 고인 부분만을 뜻하는 이름은 아니다. 높은 곳에서 보면 가장자리의 경사와 바닥, 그 주변을 감싼 억새가 하나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돌리네 바닥에 고인 물은 주변 억새와 다른 색을 더한다. 현장에서는 연못만 찾기보다 주변 지형의 굴곡까지 함께 살펴볼 만하다. 능선의 선을 따라 내려다보는 시선과 가까운 탐방로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서로 다른 장면을 만든다.

민둥산 억새 능선 아래 둥글게 팬 돌리네 전경
정선 민둥산 정상부의 돌리네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3.2km와 2.6km, 정상까지의 편도 거리

대표적인 출발점은 증산초등학교 앞이다. 정선군은 이곳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3.2km 코스와 가파른 2.6km 코스로 안내한다. 짧은 길이 반드시 걷기 편한 길은 아니므로 거리보다 동행자의 체력과 오르막 경험을 먼저 따져야 한다.

두 수치는 정상까지 올라가는 편도 기준이다. 같은 길로 왕복하면 단순 계산으로 약 5.2~6.4km이며, 돌리네 주변을 더 걷거나 역과 주차장에서 이동하면 전체 거리는 늘어난다. 안내에 적힌 2.6km를 하루 총 산행 거리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시간도 오르는 구간만으로 계산하기 어렵다. 억새 능선에서 쉬거나 사진을 찍는 시간, 돌리네를 둘러보는 시간과 하산을 더해 잡아야 한다. 철도 이용자는 여기에 역과 들머리 사이의 이동, 귀가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된다.

정상부에는 바람을 피할 나무 그늘이 적다. 방풍 겉옷과 마실 물, 간식을 챙기고 접지력이 좋은 신발을 신는 편이 좋다. 해 질 무렵 억새 사진을 계획한다면 빛을 기다리는 시간만큼 하산이 늦어진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민둥산 돌리네 바닥에 고인 물과 주변 억새
정선 민둥산 돌리네에 고인 물. 사진=한국관광공사

HISTORY & CULTURE|제천에서 이어지는 정선아리랑열차

민둥산 여행에는 철도를 이용해 산자락으로 들어가는 과정도 포함된다. 정선아리랑열차는 지역의 아리랑을 주제로 꾸민 관광열차로, 민둥산을 거쳐 아우라지로 향한다. 일반 열차와 관광열차의 출발역과 운행일을 구분하면 산행 일정에 맞는 교통편을 고르기 쉽다.

코레일은 올해 5월 22일부터 정선아리랑열차의 정선선 구간 운행을 재개하면서 운행 구간을 기존 청량리~아우라지에서 제천~아우라지로 조정했다. 정선군 안내상 운행일은 주말과 날짜 끝자리가 2·7인 정선장날이다. 청량리에서 관광열차를 바로 타는 옛 일정과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민둥산역 도착은 산행의 출발을 위한 접근 단계다. 역에 내리자마자 억새밭이 펼쳐지는 여행은 아니다. 승차권을 고를 때는 도착 시각뿐 아니라 산을 내려온 뒤 역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민둥산 정상 표지석과 목재 난간
정선 민둥산 정상석. 사진=한국관광공사

TRAVEL GUIDE|발구덕 진입과 셔틀부터 확인

제31회 민둥산 은빛억새축제는 올해 9월 18일부터 11월 8일까지 진행된다. 정선군은 축제 기간 발구덕 일원 차량 진입을 전면 통제한다고 안내했다. 자가용으로 산 위쪽까지 올라가는 단축 동선을 전제로 일정을 짜면 현장에서 계획을 바꿔야 할 수 있다.

민둥산 연계 셔틀버스는 8월 1일부터 운행 중단 상태다. 앞서 발표된 셔틀 확대 계획보다 이후에 갱신된 중단 공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군이 안내한 이용 가능 주차장은 민둥산운동장 주차장과 능전주차장인 제2주차장이다.

주차장 위치와 실제 산행 들머리는 구분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어느 주차장에 차를 세우느냐에 따라 접근 동선이 달라지므로, 증산초등학교 출발 코스와 다른 주차장 출발 코스를 하나의 거리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방문 전에는 정선군 관광 누리집에서 교통 통제와 탐방 안내를, 코레일에서 이용 날짜의 열차편을 확인하면 된다. 억새 상태는 기온과 바람에 따라 달라져 축제 종료일까지 같은 풍경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산 위에서 머물 시간을 확보하고 밝을 때 내려오는 일정이 민둥산의 가을을 여유롭게 즐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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