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 기자
쉰질바위 아래 도봉사에서 유학정 정상까지 짧고 가파른 최단 등산로…다부동전투 839고지 역사까지 만나는 칠곡 산행
칠곡 유학산 도봉사 코스는 긴 능선을 종주하지 않고도 해발 839m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압축형 산행이다. 도봉사에서 유학정이 있는 정상까지 편도 약 800m, 왕복 약 1.6~1.8km다. 걷는 거리는 짧지만 초반부터 경사가 가파르고 돌과 흙이 섞인 길이 이어져 평탄한 산책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산행시간은 빠르면 왕복 1시간 안팎이지만 도봉사를 둘러보고 정상에서 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1시간 20분에서 1시간 30분 정도가 적당하다. 유학산은 경북 칠곡군 석적읍과 가산면 경계에 솟은 높이 839m의 산이며 정상부는 한국전쟁 당시 다부동전투가 벌어진 839고지다.

쉰질바위 아래 들어선 도봉사에서 산행 시작
도봉사는 유학산 남쪽 사면의 거대한 바위 절벽 아래 자리한다. 절 뒤편 암벽은 어른 키로 50질에 이른다는 뜻에서 쉰질바위로 불리며, 학이 머물던 곳이라는 전승에 따라 학바위라는 이름도 전해진다.
현재 도봉사는 신라시대 사찰로 전해지는 천수사의 옛터에 1962년 다시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웅전과 비로전, 범종각, 산신각, 석탑과 요사채가 좁은 산비탈에 층을 이루며 배치돼 있다.

천년사찰이라는 표현은 옛 절터의 역사를 뜻한다. 현존 전각은 현대에 다시 지은 건물이므로 사찰의 전승과 현재 건물의 연대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도봉사에서 유학정까지 800m, 짧지만 계속 오르는 길
도봉사 최단코스는 사찰에서 정상 유학정까지 약 800m다. 산길에 들어서면 숲속 돌길과 흙길이 곧바로 고도를 높인다. 전체 상승고도는 약 200m 안팎이지만 짧은 거리에 압축돼 있어 초반부터 호흡이 가빠진다.

정상까지는 완만한 구간보다 오르막의 비중이 높다. 바위와 나무뿌리가 드러난 구간이 있고 젖은 날에는 흙과 낙엽이 미끄러워진다. 여름에는 나무가 햇볕을 가려주지만 숲속 습도가 높아 실제 체감 난도는 거리보다 높다.
도봉사에서 약 20분 오르면 암벽과 주변 산세를 볼 수 있는 지점이 나타난다. 이후 능선과 헬기장 인근을 지나 유학정으로 이어진다. 빠르게 걷는 등산객은 30~40분 안에 정상에 닿지만 휴식이 잦으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유학정 정상에서 펼쳐지는 칠곡·구미·대구 산그리메
유학산 정상부에는 팔각정인 유학정과 정상 표지가 자리한다. 산 남쪽과 서쪽으로 시야가 열려 칠곡과 왜관, 구미 방향의 산줄기와 낙동강 권역을 내려다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대구 방향과 금오산 일대까지 시야가 이어진다.
유학정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특정 봉우리 하나보다 여러 겹으로 겹친 능선이다. 가까운 산은 짙은 녹색으로, 먼 산은 푸른 회색으로 옅어지며 산그리메를 만든다.
유학산은 설악산처럼 대규모 암봉과 긴 능선을 갖춘 산은 아니다. 대신 짧은 산행시간에 비해 정상 조망이 넓다는 점이 강점이다. 쉬운 산이 아니라 거리가 짧은 급경사 산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아름다운 전망 아래 남은 다부동전투 839고지
유학산 정상은 한국전쟁 당시 다부동전투가 벌어진 839고지다. 왜관에서 다부동으로 이어지는 낙동강 방어선은 대구와 부산으로 향하는 길목을 지키는 핵심 전선이었다.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투가 반복됐고 전후 유해발굴 과정에서 전사자의 유골과 유품이 수습됐다. 지금 정상에서는 평온한 숲과 산줄기가 이어지지만 그 아래에는 치열했던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다.
산행 뒤 시간이 남는다면 다부동전적기념관을 함께 둘러볼 만하다. 도봉사 원점회귀 최단코스와 달리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능선을 따라 정상과 도봉사로 이동하는 종주코스는 약 6~7km, 3~4시간이 필요하다.
주차는 도봉사와 팥재를 구분해야
최단코스를 이용하려면 차량으로 도봉사까지 올라가는 방식이 가장 짧다. 도봉사 인근에는 소규모 주차 공간이 있지만 차량을 많이 수용하기 어렵고 주말과 휴일에는 회차가 불편할 수 있다.
산 아래 팥재 공영주차장은 공간이 넓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팥재에서 도봉사까지 포장 임도를 추가로 걸어야 하므로 최단코스보다 거리와 시간이 늘어난다.
하산길이 더 위험한 1.6km 급경사 코스
도봉사 코스는 거리가 짧지만 돌과 나무뿌리가 드러난 급경사 구간이 많다.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나 트레킹화를 신고 비가 온 뒤에는 하산 속도를 낮춰야 한다.
등산 스틱은 내리막에서 무릎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여름에는 숲 그늘이 많지만 물을 구할 곳이 없으므로 생수를 준비해야 한다.
유학산 도봉사 코스는 짧은 거리 안에 쉰질바위와 산사, 급경사 숲길, 정상 전망, 전쟁사가 밀집해 있다. 긴 산행은 부담스럽지만 한 시간 남짓 제대로 땀을 내고 넓은 조망을 보고 싶은 여행자에게 맞는 칠곡의 압축형 산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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