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를 밟을 때마다 발밑에서 뽀드득 소리가 난다. 강원 고성 화진포해수욕장의 첫 번째 비밀은 바다가 아니라 모래에 있다.
김미래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수만 년 동안 조개껍질과 바위가 부서져 만들어진 고운 백사장은 밟으면 소리가 나고 개미가 살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이곳의 모래를 ‘명사(鳴沙)’, 소리 나는 모래로 기록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화진포해수욕장의 매력은 신기한 모래에 그치지 않는다. 길게 펼쳐진 백사장과 얕고 맑은 바다, 해변 뒤 화진포호, 바다 위 금구도, 송림 사이의 역사별장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아이와 부모님이 함께 움직이기 좋은 고성 가족여행지다.

밟으면 소리 나는 화진포 모래의 비밀
화진포해수욕장 백사장은 오랜 세월 파도에 깎인 조개껍질과 바위가 잘게 부서지며 만들어졌다. 입자가 곱고 깨끗해 마른 모래 위를 걸으면 발걸음에 따라 독특한 소리가 난다.
관광안내 자료에서는 이 백사장의 특징으로 ‘개미가 살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함께 소개한다. 과학적인 체험장처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화진포의 모래가 다른 해변과 구별되는 오래된 이야기로 전해져 왔다.
아이와 함께라면 바다로 바로 뛰어가기 전에 마른 백사장을 천천히 걸어보는 것이 좋다. 파도 소리에 묻히지 않는 구간에서 발을 끌지 말고 또박또박 밟으면 모래가 내는 미세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화진포해수욕장은 해변 길이 약 1.7㎞, 폭 약 70m로 넓다. 모래밭이 길게 이어져 성수기에도 한곳에만 사람이 몰리지 않고, 산책과 물놀이 공간을 나누기 쉽다.
수심이 얕고 맑아 가족 물놀이에 좋다
화진포해수욕장은 백사장의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약 1~1.5m로 비교적 얕다. 어린아이와 바다를 찾는 가족이 화진포를 고르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다.
물빛도 맑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얕은 수역의 모래 바닥이 비칠 만큼 투명하고, 해변 앞 작은 섬과 바위가 파도를 막아주는 구간에서는 물놀이 분위기가 한결 부드럽다.
얕은 바다라고 해서 안전수칙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보호자와 함께 물에 들어가야 하며, 파도가 높거나 안전요원이 입수를 막을 때는 바다에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2026년 고성군의 화진포해수욕장 운영기간은 7월 10일부터 8월 17일까지다. 안전요원이 배치된 개장기간과 지정 구역 안에서 물놀이하는 것이 좋다.
해변 끝에서 마주 보는 금구도
화진포해수욕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해변 가까이에 금구도가 떠 있다. 대나무와 소나무,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작은 섬은 넓은 백사장에 분명한 시선을 만들어준다.
금구도는 화진포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물놀이를 하지 않는 계절에도 해변을 걷고 사진을 찍으러 오는 이유가 되고, 화진포의 성 전망 구간에서는 해변과 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해안 산책로에는 ‘화진포 사랑 노래비’도 있다. 낚싯대를 든 소년상과 바다를 함께 담을 수 있어 화진포 여행을 기억하는 기념사진 장소로 좋다.
화진포해수욕장은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로도 알려졌다. 오래된 드라마의 한 장면을 기억하는 부모 세대와 처음 화진포를 찾는 아이가 같은 해변을 서로 다른 이야기로 바라볼 수 있다.
길목 하나만 넘으면 국내 최대 규모 석호
화진포해수욕장 뒤에는 약 238만㎡에 이르는 화진포호가 펼쳐진다. 바닷물과 육지에서 내려온 물이 섞이는 석호로, 국내에서 가장 넓은 규모로 알려져 있다.
바다에서는 파도와 수평선을 보고, 길목 하나를 넘으면 잔잔한 호수와 갈대, 송림을 만난다. 한 여행지에서 바다와 호수의 전혀 다른 표정을 연달아 보는 것이 화진포만의 강점이다.
여름에는 해수욕 뒤 호숫가를 가볍게 걷기 좋고, 겨울에는 고니를 비롯한 철새가 찾아와 계절이 바뀌어도 여행의 이유가 남는다.
화진포호 주변은 자동차로만 스쳐 지나가기보다 짧게라도 내려 걷는 편이 좋다. 물가와 송림, 멀리 보이는 산을 함께 바라보면 화진포가 단순한 여름 해수욕장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김일성·이승만·이기붕 별장이 한 호수에 남았다
화진포 가족여행을 특별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축은 근현대사다. 호수 주변에는 화진포의 성으로 불리는 김일성 별장과 이승만 별장, 이기붕 별장이 남아 있다.
화진포의 성은 1938년 셔우드 홀의 의뢰로 독일인 건축가 베버가 지은 건물이다. 이후 김일성 가족이 머문 적이 있어 김일성 별장으로 알려졌으며, 현재는 화진포역사안보전시관의 한 공간으로 운영된다.
언덕 위 화진포의 성에서는 백사장과 금구도, 동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아이에게는 역사 공간이고, 부모님에게는 오래된 시대의 기억과 풍경을 함께 보는 전망대가 된다.
이기붕별장과 이승만별장까지 함께 보면 해방과 분단, 한국전쟁 전후의 시간이 화진포라는 휴양지에 어떻게 겹쳐졌는지 살펴볼 수 있다.
역사안보전시관 통합권은 화진포의 성·이기붕별장·이승만별장과 연계 시설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계절이나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 전 화진포 관광안내소에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새로 문을 연 셔우드 홀 문화공간
기존 화진포생태박물관은 2025년 화진포 셔우드 홀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오래된 안내에서 생태박물관으로 표기된 경우가 있으므로 목적지를 찾을 때 새 이름을 확인해야 한다.
1층은 의료인 양성과 장애인 교육에 힘쓴 로제타 홀, 2층은 국내 결핵 퇴치에 헌신한 셔우드 홀, 3층은 한국 최초의 크리스마스실과 관련 기록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루프탑 전망대에서는 화진포호와 동해를 함께 바라볼 수 있다. 해수욕만으로 하루를 끝내기 아쉬운 가족에게 실내 전시와 전망을 더해주는 장소다.
여름 한낮에는 해변에서 오래 버티기보다 오전 물놀이 뒤 셔우드 홀 문화공간과 역사별장을 둘러보는 일정이 좋다. 아이의 체력과 부모님의 더위 부담을 함께 줄일 수 있다.
한눈에 보는 화진포 가족여행 순서
오전에는 화진포해수욕장에서 모래 소리를 들어보고 물놀이를 즐긴다. 점심 무렵 화진포의 성에 올라 해변과 금구도를 내려다본 뒤, 셔우드 홀 문화공간과 이기붕별장·이승만별장을 차례로 둘러본다.
해가 누그러지면 화진포호 주변을 산책하고, 저녁 식사는 대진항이나 거진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좋다. 해수욕과 역사 관람, 호수 산책을 무리 없이 나누면 가족 기준 5~7시간이 알맞다.

화진포에서 이어지는 고성 북부 여행
화진포는 단독 여행지로도 충분하지만 건봉사·대진항·명파해수욕장·통일전망대와 연결하면 고성 북부 가족여행의 중심이 된다.
남쪽 내륙의 건봉사에서 금강산 자락의 사찰과 사명대사의 역사를 본 뒤 화진포로 넘어오면 산사에서 호수와 바다로 풍경이 크게 바뀐다.
화진포 다음은 대진항이 자연스럽다. 항구에서 회와 물회, 계절 생선으로 식사를 하고 명파해수욕장까지 북쪽으로 올라가면 고성 최북단 해안의 분위기를 이어서 만날 수 있다.
1박2일이라면 첫날 건봉사·화진포·대진항·명파해수욕장을 보고, 둘째 날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 절차를 마친 뒤 DMZ박물관과 통일전망타워를 둘러보는 코스가 안정적이다.

화진포해수욕장 핵심정보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현내면 화진포길 386
2026년 운영기간: 7월 10일~8월 17일
입장료: 무료
해변 규모: 길이 약 1.7㎞, 폭 약 70m
수심: 약 1~1.5m
주요 볼거리: 백사장, 금구도, 화진포호, 화진포의 성, 셔우드 홀 문화공간, 이승만별장, 이기붕별장
문의: 화진포 관광안내소 033-680-3677
해수욕장 운영과 물놀이 가능 여부는 기상과 파도, 현장 안전관리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역사별장과 전시시설의 운영시간·요금도 방문 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화진포 다음 여행지는 대진항
화진포에서 바다와 호수, 근현대사의 풍경을 만났다면 다음 여행은 대진항으로 이어진다. 고성 최북단권 항구의 활기와 싱싱한 해산물, 가까운 대진해변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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