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상화원, 배 없이 들어가는 섬 정원…33개 연못 따라 2km 지붕회랑 걷는다

4월부터 11월 금·토·일과 공휴일 중심 개방…전통 한옥 8채와 해송 숲, 서해 석양까지 죽도 한 섬에

서해와 남포방조제에 둘러싸인 보령 죽도 상화원 항공 전경
남포방조제로 육지와 연결된 보령 죽도와 상화원 전경. 섬 전체를 하나의 한국식 정원으로 가꿨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섬으로 들어가는데 배표를 살 필요가 없다.

차를 타고 남포방조제를 달리다 보면 바다 한가운데 숲이 짙게 솟은 작은 섬 하나가 나타난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풍경은 한 번 더 바뀐다.

해송 사이로 기와지붕이 나타나고 바다를 따라 나무 회랑이 휘어진다. 조금 더 걸으면 연못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한두 개가 아니다. 33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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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시 남포면 죽도에 자리한 한국식 전통정원 상화원이다. 죽도는 현재 남포방조제를 통해 육지와 연결돼 있어 여객선을 탈 필요가 없다.

해송 숲 사이 한옥과 회랑이 이어지는 보령 상화원 전경
해송 숲 안으로 한옥과 산책길, 회랑이 층층이 들어선 상화원 내부 전경.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섬 전체가 정원인데 먼저 바다보다 숲으로 들어간다

상화원에 들어서면 거대한 온실이나 인공 정원이 먼저 나타나는 구조가 아니다. 해송과 죽림이 남아 있는 섬 지형 사이로 길을 냈고 한옥과 연못, 회랑을 그 사이에 배치했다.

그래서 공간 하나가 끝나고 다음 시설로 이동하는 일반적인 관광지와 분위기가 다르다. 걷다 보면 나무 사이로 한옥이 보이고 다시 바다가 열리며 그 아래쪽으로 산책길이 내려간다.

상화원이라는 이름은 조화를 숭상한다는 뜻이다. 죽도의 자연미를 보존하면서 돌담과 회랑, 전통 한옥을 기존 섬 풍경과 함께 두는 것이 정원의 기본 개념이다.

서해를 바라보는 상화원 해변연못과 목재 산책로
섬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지는 상화원의 지붕형 회랑. 전체 길이는 약 2km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연못을 왜 하필 33개 만들었을까

상화원에서 가장 기억하기 쉬운 숫자는 33이다. 섬 둘레를 따라 33개의 해변연못이 놓였다.

상화원은 33이라는 숫자를 전통적으로 신성하게 여긴 데서 착안해 서른세 개의 해변연못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연못에는 서로 다른 수생생물의 특징을 담았고 높은 지대에서 흘러내리는 물과 연결했다.

재미있는 것은 연못 바로 뒤가 바다라는 점이다. 연꽃과 수생식물이 들어찬 작은 연못을 보고 고개를 들면 그 뒤로 서해 수평선이 열린다.

소나무와 서해 사이를 따라 이어지는 상화원 해안 회랑
전국 각지의 전통 한옥을 옮기거나 원형을 바탕으로 복원한 상화원 한옥마을. 지붕 뒤로 서해가 펼쳐진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섬 한 바퀴를 2km 지붕 아래에서 걷는다

상화원의 또 하나의 핵심은 회랑이다. 섬 가장자리를 따라 설치한 목재 산책길에 지붕을 덮었고 전체 길이는 약 2km다.

지붕이 있어 비가 오는 날에도 해안을 따라 걷기 쉽다. 길 한쪽은 소나무 숲이고 다른 한쪽은 바다다.

평평한 직선길만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바위 해안의 높낮이에 맞춰 길이 굽고 숲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바다 가까이 내려온다.

연못과 한옥에서 멈추는 시간을 더하면 1시간30분에서 2시간 정도는 잡는 편이 여유롭다.

서해를 내려다보는 보령 상화원 전통 한옥과 해송 숲
상화원의 가장 독특한 산책시설인 해안 회랑.

오래돼 보이게 만든 한옥이 아니라 실제 옛집을 옮겼다

숲 안쪽으로 들어가면 기와지붕들이 층층이 나타난다. 상화원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전통 한옥을 이건하거나 원형을 바탕으로 복원해 한옥마을을 조성했다.

입구의 의곡당과 한옥마을의 7채를 포함해 상화원에는 모두 8채의 전통 한옥이 소개돼 있다.

처음부터 한옥 전체가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 회랑과 연못을 지나 숲 안쪽으로 들어가야 기와지붕이 하나씩 나타난다.

높은 쪽에서 내려다보면 한옥 지붕 아래로 서해가 함께 들어온다. 산속 한옥마을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해 질 무렵 서해와 한옥을 바라보는 보령 상화원 석양정원
해가 기울면 상화원 서쪽 석양정원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바다와 해송, 한옥이 한 화면에 겹친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가장 늦게 나오는 장면은 서해 석양이다

섬 서쪽에는 바다 가까이 내려가도록 만든 석양정원이 있다. 숲이 시야를 가리지 않는 곳에서는 바위 해안과 서해를 함께 볼 수 있다.

해가 낮아질수록 바위와 해송의 윤곽이 살아나고 바다의 색도 달라진다.

다만 일반 관람시간은 오후 6시까지이므로 계절에 따라 실제 일몰까지 머물기는 어렵다. 늦은 오후에 들어가 석양정원을 마지막 동선으로 잡는 정도가 현실적이다.

가장 중요한 건 아무 날이나 갈 수 없다는 점이다

상화원은 매일 개방하는 관광지가 아니다. 현재 공식 관람안내 기준 4월부터 11월까지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과 법정공휴일에 일반 관람이 가능하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오후 5시에 입장이 마감된다. 일반 입장료는 7,000원이고 할인 대상은 5,000원이다.

별도의 사전예약은 받지 않는다. 방문 당일 현장에서 발권하면 된다.

차를 가져가면 주차가 가장 불편할 수 있다

죽도까지 차량 진입은 가능하지만 상화원 공식 안내는 주차공간이 매우 협소해 사실상 주차가 어렵다고 알리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한다.

대천역에서 택시를 이용하면 약 15~20분 정도로 안내되며 버스는 환승이 필요하고 운행 횟수가 많지 않다.

커피는 한 잔 주지만 식당과 카페는 없다

상화원 내부에는 별도의 음식점과 카페가 없고 음식물 반입도 제한한다. 반려동물 역시 동반 입장할 수 없다.

대신 방문객센터에서 입장 영수증을 제시하면 원두커피 등을 1인당 1회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보령 상화원 여행정보

주소: 충남 보령시 남포면 남포방조제로 408-52

관람기간: 4월~11월

관람일: 금·토·일요일 및 법정공휴일

관람시간: 09:00~18:00

입장마감: 17:00

일반요금: 7,000원

할인요금: 5,000원

예약: 불필요, 현장 발권

주요 볼거리: 33개 해변연못, 약 2km 지붕형 회랑, 한옥 8채, 의곡당, 한옥마을, 석양정원, 해송 숲

추천 체류시간: 약 1시간30분~2시간

주차: 매우 협소, 대중교통 이용 권장

반려동물: 입장 불가

음식물: 반입 제한

문의: 070-7456-2200 / 041-933-4750

상화원은 한 군데에서 강한 볼거리 하나를 보고 나오는 여행지가 아니다. 계속 걸으면서 33개의 연못과 2km 회랑, 숲속 한옥과 서해를 차례로 만나는 곳이다.

무엇보다 섬인데 배를 타지 않는다. 보령에서 대천과 무창포만 보고 돌아왔다면 그 사이 죽도에서 한 번 멈춰볼 이유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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