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찬 발행인 ㅣ 여행레저신문
말레이시아가 다시 자신의 빛을 밝혔다.
서로 다른 민족과 지역, 언어와 종교가 지닌 고유한 색이 쿠알라룸푸르 메르데카 광장에 모였다. 각자의 색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서로를 받아들이고 흡수하고 반사하며 더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빛을 만들어냈다.
지난 7월 24일부터 26일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메르데카 광장에서 열린 ‘시트라와르나 2026(Citrawarna 2026)’은 화려한 춤과 전통의상을 선보이는 문화공연을 넘어섰다.
말레이시아를 구성하는 수많은 문화와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의 국가를 이루는지, 다양성이 어떻게 화합과 발전의 힘으로 이어지는지를 거대한 음악과 군무로 보여준 국가적 무대였다.
시트라와르나는 말레이어 ‘Citra’와 ‘Warna’가 결합한 이름이다. 모습과 이미지, 색깔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영어로는 ‘Colours of Malaysia’로 소개된다.
1999년 처음 선보인 이후 자국의 문화와 예술, 전통과 자연을 세계에 알리는 말레이시아의 대표 관광문화 행사로 성장했다. 올해 행사는 ‘말레이시아 방문의 해 2026(Visit Malaysia 2026)’을 대표하는 행사로 다시 메르데카 광장을 밝혔다.

메르데카 광장에 모인 말레이시아의 모든 색
행사의 절정은 25일 밤 열린 공식 개막식과 ‘시트라 퍼레이드(Citra Perarakan·Colours of Parade)’였다.
말레이시아 13개 주와 쿠알라룸푸르·푸트라자야·라부안 등 3개 연방직할구, 다양한 민족 공동체를 대표하는 3,500여 명의 무용수와 공연자가 메르데카 광장을 가득 메웠다.
각 지역 공연단은 역사와 전설, 자연환경과 생활문화, 전통 의상과 음악을 독자적인 색과 리듬으로 풀어냈다. 섬세하고 우아한 손동작으로 시작된 춤은 힘찬 북소리와 함께 거대한 군무로 확장됐고, 전통과 현대가 결합한 음악은 광장 전체를 흔들었다.
공연자들이 입은 의상과 머리 장식, 신발과 소품은 지역과 민족에 따라 모두 달랐다. 붉은색과 황금색, 파란색과 초록색이 조명 아래에서 끊임없이 교차했고, 서로 다른 색이 어우러지며 더욱 크고 강렬한 장면을 완성했다.
빛은 사물에 닿아 색을 만든다.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 방식에 따라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의 색도 달라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태어난 지역과 민족, 언어와 종교, 입고 있는 옷과 살아온 경험에 따라 저마다 고유한 색을 지닌다.
시트라와르나가 보여준 말레이시아의 힘은 서로 다른 색을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그 색들을 하나의 국가적 빛으로 모아내는 데 있었다.
다양성은 말레이시아를 움직이는 힘
여러 민족과 문화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다양성은 때때로 갈등과 분열을 낳는다.
그러나 시트라와르나 2026의 무대에서 다양성은 더 큰 공동체를 만드는 화합의 언어가 됐고, 국가가 앞으로 나아가는 힘으로 바뀌었다.
화려한 전통 복식과 수천 명의 공연자가 펼친 역동적인 군무, 절도 있는 리듬과 뜨거운 음악은 모두 하나의 메시지를 향했다.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말레이시아라는 하나의 나라를 함께 만든다’는 메시지였다.
이날 개막식과 문화 퍼레이드에는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 참석했다. 티옹 킹 싱 관광예술문화부 장관도 자리를 함께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시트라와르나를 통해 자국의 문화와 관광 경쟁력을 세계에 보여주는 국가적 행사의 위상을 선명히 드러냈다.
말레이시아의 독립을 상징하는 메르데카 광장이 행사 장소였다는 사실도 의미를 더했다.
1957년 영국 식민통치의 종식과 새로운 국가의 탄생을 알렸던 공간에서, 2026년의 말레이시아는 문화적 다양성과 화합을 국가의 미래로 다시 선언했다.

메르데카 광장으로 돌아온 국가 문화행사
시트라와르나는 1999년 시작된 뒤 시기와 장소에 따라 여러 규모와 형식으로 이어져 왔다. 2026년 행사는 다시 메르데카 광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국가 문화 퍼레이드를 펼치며 행사의 상징성과 위상을 되살렸다.
올해 주제는 ‘리트마 와리산, 나디 누사 단 방사(Ritma Warisan, Nadi Nusa dan Bangsa)’였다. 우리말로 풀면 ‘유산의 리듬, 조국과 민족의 맥박’에 가깝다.
공연은 전통을 현재의 리듬으로 되살리고 미래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확장했다. 전통의 리듬이 오늘을 살아가는 국민의 심장박동이 되고, 다시 미래의 말레이시아를 움직이는 힘으로 이어진다는 의미였다.
행사에는 대표 퍼레이드인 ‘시트라 퍼레이드’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각 지역의 음식을 만나는 ‘시트라 라사’, 전통공연과 주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시트라 부다야’, 공예품과 예술 시연을 선보인 ‘시트라 세니’ 등 네 개 부문이 마련됐다.
해외 관광객과 언론, 여행업계 관계자들도 현장을 찾았다. 말레이시아 방문의 해를 알리기 위해 마련된 메가팸 프로그램에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13개 시장의 언론인과 여행업계 관계자, 콘텐츠 제작자 등 55명이 참가해 시트라와르나와 말레이시아의 관광 콘텐츠를 직접 경험했다.

관광객이 한자리에서 말레이시아를 만나는 무대
말레이시아를 찾는 해외 관광객은 대개 쿠알라룸푸르의 초고층 빌딩과 쇼핑몰, 페낭의 음식, 랑카위의 바다, 코타키나발루의 석양을 각각 만난다.
짧은 여행에서는 한두 지역의 인상으로 말레이시아를 기억하기 쉽다. 13개 주와 3개 연방직할구가 지닌 문화적 차이와 수많은 민족의 전통을 한 번에 접할 기회는 흔치 않다.
시트라와르나는 그처럼 흩어진 말레이시아를 하나의 광장에 모아 보여준다.
여행자는 지역마다 다른 춤과 음악, 음식과 의상, 생활방식과 이야기를 따라가며 말레이시아가 수많은 색이 공존하는 나라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시트라와르나는 말레이시아라는 나라를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가장 강렬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거대한 문화관광 콘텐츠다.
현장에서는 수천 명의 공연자가 만들어내는 움직임, 광장을 울리는 북소리와 음악, 조명을 받아 끊임없이 변하는 의상의 색, 관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가 한꺼번에 밀려오며 화면 밖의 감각까지 깨웠다.
공연을 바라보는 현지 관객의 표정에는 자신의 지역과 문화를 향한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낯설었던 말레이시아의 문화가 눈앞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였다.

시트라와르나는 말레이시아의 빛이다
시트라와르나는 말레이시아의 빛이다.
그 빛은 말레이계와 중국계, 인도계를 비롯한 수많은 민족과 공동체, 13개 주와 3개 연방직할구가 가진 서로 다른 색을 모두 비춘다.
그 색들이 서로를 받아들이고 함께 어울릴 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말레이시아만의 빛이 만들어진다.
2026년 메르데카 광장에서 다시 밝혀진 빛은 과거의 전통을 오늘의 힘으로 연결하고, 다시 미래를 향한 국가의 의지로 확장됐다.
3,500명의 무용수와 공연자가 완성한 피날레는 화려한 퍼레이드를 넘어선 하나의 국가적 메시지였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국가를 이루는 방식, 전통이 미래의 경쟁력이 되는 방식, 그리고 말레이시아가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얼굴이 그 무대에 담겼다.
말레이시아는 시트라와르나 2026을 통해 세계를 향해 다시 빛을 밝혔다. 그 빛에는 다양성과 화합,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한 나라의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여행레저신문 Copyrights ⓒ The Travel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