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찬 발행인 ㅣ 여행레저신문
7월 25일 밤, 쿠알라룸푸르 다타란 메르데카는 하나의 거대한 빛이 됐다.
서로 다른 색의 전통의상이 광장을 채웠고, 음악과 춤은 말레이반도에서 보르네오섬까지 말레이시아 각 지역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말레이계·중국계·인도계 공동체와 사바·사라왁의 다양한 원주민 공동체가 각자의 의상과 리듬, 표정을 그대로 간직한 채 하나의 행렬을 만들었다.
어느 한 색이 다른 색을 덮지 않았다. 서로 다른 빛이 나란히 서면서 오히려 더 선명한 말레이시아가 나타났다.
시트라와르나 2026은 말레이시아의 문화를 보여준 축제가 아니었다. 그 자체가 말레이시아의 모든 빛이었다.
말레이시아관광청이 Visit Malaysia 2026의 주요 행사로 개최한 시트라와르나에는 13개 주와 3개 연방직할구, 다양한 문화공동체를 대표하는 공연자 3,500명이 참여했다. 행사는 퍼레이드와 음식, 문화, 예술을 각각 다룬 ‘Citra Perarakan’, ‘Citra Rasa’, ‘Citra Budaya’, ‘Citra Seni’로 구성됐다. 70여 개 음식·음료 공간과 20여 개 문화체험 공간, 10여 개 예술·공예 공간이 운영됐으며 특별 여행상품을 통해 현장을 찾은 해외 방문객도 700명을 넘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티옹 킹 싱 관광예술문화부 장관도 현장을 찾았다. 두 사람의 참석은 시트라와르나가 Visit Malaysia 2026을 지원하는 국가 주요 관광행사라는 점을 보여줬다.
수많은 색이 한 무대에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시트라와르나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그러나 행사가 끝난 뒤 돌아봐야 할 것은 그 아름다움의 다음 행보다.
말레이시아는 왜 지금 이 모든 색을 한자리에 모았는가. 무대 위에 펼쳐놓은 사람과 문화, 음식과 예술, 도시와 지역의 다양성을 앞으로 누구와 함께 어떤 관광산업으로 키워갈 것인가.
축제의 조명이 꺼진 뒤에야 시트라와르나가 비춘 더 큰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트라와르나가 펼쳐 보인 것은 축제가 아니라 말레이시아였다
시트라와르나는 ‘Colours of Malaysia’, 말레이시아의 색을 뜻한다.
1999년 처음 도입된 뒤 말레이시아의 예술과 문화, 유산과 자연을 국제시장에 알리는 문화관광 플랫폼으로 기능해왔다. 2026년 행사는 ‘유산의 리듬, 국가와 민족의 숨결’을 주제로 말레이시아의 다양성을 다시 수도 한복판에 펼쳤다.
그 다양성에는 두 가지 의미가 겹쳐 있다.
말레이시아 국내에서는 서로 다른 민족과 종교, 지역과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국가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무대다. 전통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며 국민 통합을 강화하는 의미가 있다.
관광의 관점에서 보면 시트라와르나는 말레이시아가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관광자원의 축소판이다.
전통의상은 지역과 공동체의 생활문화로 이어지고, 춤과 음악은 공연·축제 관광이 된다. 음식은 미식여행으로, 공예는 체험과 쇼핑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역을 다시 찾아가게 만드는 콘텐츠로 바뀐다.
한 광장에서 본 사바와 사라왁의 공연은 보르네오 여행에 대한 호기심을 만든다. 페낭과 말라카의 음식과 복식은 해협도시의 역사로 이어진다. 말레이반도의 여러 주가 선보인 춤과 공예는 수도와 대표 휴양지 바깥에도 저마다 다른 여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시트라와르나는 처음 말레이시아를 찾는 여행자에게는 이 나라를 미리 둘러보는 입구가 된다. 이미 쿠알라룸푸르나 코타키나발루를 방문한 여행자에게는 자신이 아직 만나지 못한 다음 말레이시아를 발견하는 자리가 된다.
그 때문에 시트라와르나는 단순히 다양한 문화를 한곳에 ‘전시’한 행사가 아니다.
각자의 색을 가진 지역과 사람을 하나의 국가 관광 브랜드 안에서 연결하고, 그 다양성을 여행자가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관광으로 전환하는 무대였다.
말레이시아관광청도 시트라와르나를 문화유산의 보존에 머무르는 행사가 아니라 국내외 방문객을 늘리고 호텔·관광사업자·지역 상인에게 경제적 기회를 확산하는 관광상품으로 규정했다. Visit Malaysia 2026 역시 자연과 문화의 다양성을 알리는 동시에 지역사회와 관광업계에 포용적 성장과 장기적 가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트라와르나의 색은 곧 말레이시아의 다양성이었다.
그리고 그 다양성은 앞으로 말레이시아 관광산업이 확장할 수 있는 목적지와 경험, 상품과 시장의 지도였다.
하나의 강한 빛에서 수많은 빛으로
한국 여행시장에서 말레이시아는 오랫동안 코타키나발루라는 강한 목적지에 크게 기대왔다.
리조트와 석양, 호핑투어와 골프, 가족여행과 신혼여행이라는 분명한 이미지가 있었다. 소비자가 목적지를 이해하기 쉬웠고 여행사는 일정과 가격을 갖춘 상품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었다.
코타키나발루는 오랫동안 한국시장에서 말레이시아 관광을 떠받쳐온 가장 강한 버팀목이었다.
이는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말레이시아가 지켜야 할 중요한 시장 자산이다. 수많은 한국 여행객이 코타키나발루를 통해 처음 말레이시아를 만났고, 코타키나발루가 쌓은 인지도와 신뢰가 지금의 한국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그러나 코타키나발루 한 곳만으로 말레이시아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2025년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한국인은 약 55만8,000명으로, 한국은 말레이시아의 여덟 번째 주요 방문시장이었다. 말레이시아관광청 서울사무소는 2026년 한국인 방문객 60만 명을 목표로 제시했다.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동시에 자연·웰니스·농촌·문화유산·미식 등 더 다양한 경험으로 한국시장의 수요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 수치는 한국시장에서 말레이시아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탄탄하다는 사실과 함께, 아직 충분히 소개되지 않은 말레이시아가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코타키나발루를 밀어내는 일이 아니다.
코타키나발루가 닦아놓은 길을 말레이시아 전역으로 넓히는 일이다. 익숙한 휴양지의 성공을 쿠알라룸푸르와 페낭, 랑카위와 조호바루, 사바와 사라왁의 서로 다른 여행으로 확장해야 한다.
코타키나발루 자체도 다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리조트에서 쉬고 석양을 본 뒤 돌아오는 휴양지에 머무르지 않고, 키나발루산과 내륙, 섬과 해양생태, 야생동물과 원주민 문화를 가진 사바로 들어가는 관문이 될 수 있다.
한국 여행객에게 “코타키나발루를 다녀왔다”는 말이 “말레이시아를 다 봤다”는 의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코타키나발루에서 시작해 사바를 발견하고, 다시 말레이시아의 다른 지역을 찾아가게 만들어야 한다.
오랫동안 하나의 강한 빛이 한국시장에서 말레이시아를 비췄다면, 시트라와르나는 이제 그 빛 주변에 존재해온 수많은 색을 함께 보여줄 때가 왔음을 알린 무대였다.

무상킹과 초콜릿도 말레이시아 관광의 색이다
시트라와르나가 무대에서 보여준 다양성은 거대한 구호에 머물지 않았다.
축제와 연계해 7월 23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메가팸에는 아시아·태평양 13개 시장에서 온 미디어 30명, 여행사 관계자 17명, KOL 5명, 말레이시아관광청 해외사무소 관계자 3명 등 모두 55명이 참가했다. 관광청은 이들이 현장에서 경험한 말레이시아의 색을 자국의 기사와 영상, 여행상품으로 전환하는 것을 프로그램의 목적으로 제시했다.
첫 일정에서 만난 것은 무상킹 두리안이었다.
참가자들은 DSR 타이코의 과수원에서 무상킹 나무를 보고 수확 시연과 이력 추적 과정을 살펴봤다. 생산자와 경영진의 설명을 들으며 두리안이 재배되고 선별돼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도 확인했다.
이곳에서 무상킹은 식사 뒤에 맛보는 후식 열대 과일이 아니다.
나무와 땅, 재배기술과 생산자, 수확 시기와 유통, 맛과 브랜드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됐다. 농업은 관광이 됐고 과일은 여행의 목적이 됐다.
와인을 마시기 위해 포도산지를 찾아가고, 치즈와 올리브오일을 경험하기 위해 농장을 방문하듯 무상킹도 특정한 계절과 생산지를 찾아가는 미식여행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 냉동 두리안이나 디저트로 처음 맛을 본 소비자에게 산지의 무상킹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품종과 숙성에 따라 달라지는 향과 식감을 비교하고 생산과정을 직접 본다는 점에서 단순 시식과 차이가 난다.
여행업계에는 계절형 테마상품의 가능성을 준다.
수확기에 맞춰 과수원과 지역 식당, 숙박과 다른 미식 콘텐츠를 연결하면 연중 판매되는 일반 패키지와 다른 이유를 만들 수 있다. ‘언젠가 가도 되는 여행’이 아니라 ‘지금 이 계절에 가야 하는 여행’이 된다.
이어 만난 해리스톤 초콜릿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초콜릿은 여행을 마치며 사는 기념품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지 농산물과 제조, 브랜드와 관광 소비를 함께 보여주면 말레이시아의 또 다른 미식 관광이 된다.
과수원에서 만난 무상킹이 말레이시아의 자연과 농업을 관광으로 전환한 사례라면, 해리스톤 초콜릿은 생산과 가공, 브랜드와 구매가 하나의 관광 경험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상킹과 초콜릿은 서로 전혀 다른 먹거리처럼 보인다. 그러나 둘 다 말레이시아가 가진 자연과 농업, 사람의 기술을 여행자가 경험하고 소비할 수 있는 관광으로 바꾼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여기에 말레이 전통음식과 중국계·인도계 음식, 페라나칸 요리, 커피와 향신료, 시장과 야간음식까지 연결하면 말레이시아 미식관광의 폭은 훨씬 넓어진다.
메가팸 일정에 포함된 이라마 시그니처도 전통 말레이 요리를 그대로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방문객이 접근하기 쉬운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관광청은 이를 말레이 음식 유산의 보존과 진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사례로 설명했다.
시트라와르나의 ‘Citra Rasa’, 즉 음식의 색은 축제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과수원과 식당, 시장과 생산현장, 생산자와 요리사의 삶으로 이어진다. 말레이시아가 앞으로 관광산업에서 찾아내야 할 빛은 거대한 랜드마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 그루의 두리안 나무와 한 조각의 초콜릿, 한 끼의 음식에도 존재한다.
말레이시아의 빛은 어디에 있는가
시트라와르나에 모인 색을 따라가면 말레이시아 관광의 지도가 펼쳐진다.
각 지역은 비슷한 관광지를 서로 경쟁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다른 이유로 선택받을 수 있다.
쿠알라룸푸르는 가장 강한 단일 관광상품이라기보다 말레이시아를 이해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관문에 가깝다.
왕궁과 내셔널 모뉴먼트, 박물관은 말레이시아의 왕실과 독립, 국가 형성의 과정을 보여준다. 말레이계·중국계·인도계 문화가 공존하는 거리와 식탁은 다문화 국가의 오늘을 보여준다.
고층빌딩과 쇼핑만 보고 떠나는 경유도시가 아니라, 말레이시아의 역사와 사람을 이해하고 푸트라자야와 셀랑고르, 더 먼 지역으로 여행을 확장하는 거점으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랑카위의 색은 자연과 프리미엄 휴양이다.
99개 섬으로 이뤄진 랑카위는 동남아시아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받았으며, 맹그로브와 지질경관, 해변과 리조트를 함께 갖추고 있다. 코타키나발루와 똑같은 휴양상품으로 경쟁하기보다 자연 해설과 웰니스, 프리미엄 숙박을 결합한 독자적인 목적지로 세울 수 있다.
페낭은 음식과 유산의 빛을 가진다.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 조지타운의 건축과 거리, 페라나칸 문화를 음식과 함께 경험할 수 있다. 말레이·중국·인도·뇨냐 음식이 한 도시에서 공존한다는 점은 한국 여행객에게 이해시키기 쉬운 강점이다. 단순한 맛집 순례가 아니라 음식으로 이주와 무역, 도시의 역사를 읽는 여행이 가능하다.
조호바루는 말레이시아 남부의 관문이다.
싱가포르와 육로로 이어지고 가족형 관광시설과 쇼핑, 골프와 다양한 휴양자원을 갖고 있다. 싱가포르 여행의 부속 도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두 국가를 연결하는 복합여행과 말레이시아 남부 여행의 출발점으로 상품화할 여지가 크다.
사바의 빛은 코타키나발루 바깥에서 더 넓어진다.
산과 섬, 열대우림과 강, 야생동물과 다양한 원주민 공동체가 존재한다. 코타키나발루를 사바 여행의 종착점이 아니라 입구로 바꾸면 기존 한국시장의 인지도를 훨씬 깊은 자연·문화여행으로 연결할 수 있다.
사라왁은 열대우림과 강, 동굴과 음악, 원주민 문화의 색을 가진다.
쿠칭을 거점으로 자연과 공동체, 문화유산을 연결할 수 있고 대중적인 휴양상품과 다른 모험·생태·문화여행을 만들 수 있다. 거대한 동굴과 열대우림, 다양한 공동체와 음악축제는 사바와도 구별되는 사라왁만의 정체성을 만든다.
이 지역들을 한꺼번에 같은 방식으로 홍보할 필요는 없다.
랑카위에는 자연과 프리미엄 휴양을 찾는 여행객이 가고, 페낭에는 음식과 도시유산을 좋아하는 여행객이 간다. 조호바루는 가족과 골프, 싱가포르 연계 수요를, 사바와 사라왁은 생태와 문화, 모험을 찾는 시장을 겨냥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가 만들려는 것은 코타키나발루를 대신할 또 하나의 대표 목적지가 아니다.
여러 지역이 각자의 색으로 선택받고, 여행자가 취향에 따라 말레이시아를 여러 번 다시 찾는 관광국가다.
한국 여행객이 말레이시아에 가야 할 이유
한국 여행객에게 말레이시아는 새로운 나라가 아니다.
문제는 말레이시아를 모른다는 데 있지 않다. 일부를 알고도 전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데 있다.
코타키나발루를 다녀온 여행객은 말레이시아의 섬과 리조트를 경험했다. 쿠알라룸푸르에 머문 여행객은 고층빌딩과 쇼핑, 도시의 일부를 봤다.
하지만 페낭의 골목에서 다문화의 역사를 음식으로 읽거나, 랑카위의 지질과 맹그로브를 따라가는 여행은 전혀 다른 말레이시아다. 사바의 내륙과 사라왁의 열대우림, 조호바루와 싱가포르를 잇는 남부 여행도 기존의 휴양상품과 성격이 다르다.
말레이시아의 첫 번째 강점은 한 가지 여행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쿠알라룸푸르와 페낭을 선택할 수 있다. 자연을 찾는 사람은 랑카위와 사바, 사라왁으로 갈 수 있다. 음식이 목적이라면 무상킹 산지와 페낭의 식탁, 쿠알라룸푸르의 다문화 거리를 연결할 수 있다.
가족여행객은 리조트와 자연체험을, 중장년 여행객은 역사와 미식, 편안한 숙박을 중심으로 여행할 수 있다. 젊은 개별여행객은 음식과 카페, 쇼핑과 축제, 현지 교통을 이용해 자기 속도의 일정을 만들 수 있다.
한 번의 여행 안에서도 도시와 자연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왕궁과 박물관, 시장과 음식을 경험한 뒤 푸트라자야로 이동할 수 있다. 다시 쿠알라 셀랑고르의 강과 습지로 들어가 밤에는 반딧불을 만날 수 있다. 국내선을 여러 번 타지 않고도 도시와 역사, 음식과 자연의 대비를 경험한다.
숙박 역시 여행의 색을 바꾼다.
도심의 이동 거점이 되는 호텔과 객실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 리조트형 숙소는 전혀 다른 일정을 만든다. 관광지를 많이 돌아보는 여행만이 아니라 호텔과 수영장, 음식과 휴식을 중심에 놓는 체류형 여행도 가능하다.
축제는 여행 시기를 결정할 이유를 준다.
시트라와르나와 카아마탄, 가와이 같은 문화행사는 특정한 날짜에만 만날 수 있는 사람과 공연, 음식과 공동체를 보여준다. 말레이시아관광청은 2026년 300개가 넘는 행사와 축제를 Visit Malaysia 2026의 핵심 콘텐츠로 연결하고 있다.
무상킹 수확기도 마찬가지다.
늘 같은 여행지를 같은 방식으로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계절과 축제, 음식과 관심 분야에 따라 매번 다른 말레이시아를 선택할 수 있다.
한국 여행객이 지금 말레이시아에 가야 할 이유는 새로운 랜드마크 하나가 생겼기 때문이 아니다.
이미 존재했지만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던 수많은 여행이 하나씩 자신의 색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한 번 다녀오고 끝나는 나라가 아니다.
지역과 문화, 사람과 음식에 따라 여러 번 다시 찾아갈 수 있는 나라다.
한국 여행업계가 말레이시아를 주목해야 할 이유
소비자에게 다양성이 선택의 폭이라면 여행업계에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말레이시아는 한국시장에서 처음부터 국가 인지도를 만들어야 하는 신생 목적지가 아니다. 코타키나발루가 오랫동안 수요와 신뢰를 쌓았고, 쿠알라룸푸르 역시 말레이시아 여행을 연결하는 중심축으로 기능해왔다.
이미 알려진 국가 위에 새로운 지역과 테마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한국시장의 회복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5년 약 55만8,000명의 한국인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했고, 관광청은 2026년 6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존 고객을 다시 부르는 것과 함께 지금까지 말레이시아를 휴양지로만 인식했던 소비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해야 한다.
여행업계가 주목해야 할 첫 번째 이유는 하나의 중심 도시를 이용해 서로 다른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쿠알라룸푸르를 중심으로 3박 또는 4박의 도시·미식상품을 만들 수 있다. 푸트라자야와 쿠알라 셀랑고르를 추가하면 역사·건축·생태상품이 되고, 파항의 과수원과 무상킹을 연결하면 계절형 미식상품으로 바뀐다.
페낭은 유산과 미식, 랑카위는 자연과 프리미엄 휴양, 조호바루는 싱가포르 연계와 가족·골프상품으로 구성할 수 있다. 코타키나발루 상품은 사바의 내륙과 산악, 야생동물과 원주민 문화로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사라왁은 대량 판매형 휴양상품과 다른 소규모 생태·문화·특수목적 여행시장을 겨냥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고객층을 세분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족과 커플, 중장년과 젊은 개별여행객, 골프와 웰니스, 미식과 생태, 교육과 장기체류 수요에 각각 다른 말레이시아를 제안할 수 있다.
모든 고객에게 코타키나발루와 쿠알라룸푸르 두 가지 선택지만 보여주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 번째 이유는 계절과 축제를 이용해 예약의 시급성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두리안 수확기와 시트라와르나, 카아마탄과 가와이 등은 ‘언제든 갈 수 있는 상품’에 ‘지금 가야 할 이유’를 더한다.
다만 축제 관람과 시식 한 번을 일정에 넣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무상킹이라면 과수원과 생산자, 지역 음식과 숙박을 연결해야 한다. 시트라와르나라면 퍼레이드만 관람할 것이 아니라 공예와 음식, 도시의 역사, 다른 지역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함께 구성해야 한다.
테마가 분명할수록 일반적인 가격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여행업계가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광지의 매력만큼 판매 가능한 정보가 중요하다.
이동시간과 수용인원, 적정 체류시간과 계절, 단체 식사와 숙박, 한국어 안내와 현지 파트너, 항공 도착시간에 맞춘 동선이 제공돼야 한다.
메가팸에 여행사 관계자 17명이 참가한 이유도 현장에서 콘텐츠의 매력뿐 아니라 실제 상품화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말레이시아는 한국 여행업계에 완전히 새로운 목적지가 아니다.
이미 알려졌지만 아직 충분히 상품화되지 않은 목적지다.
코타키나발루가 만든 기반을 지키면서 다른 지역과 경험을 먼저 상품으로 전환하는 여행사가 다음 수요를 선점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관광의 미래를 어떻게, 누구와,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가
시트라와르나에서 읽어야 할 가장 큰 메시지는 말레이시아관광청의 홍보 방식만이 아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관광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어떻게 키우고, 누구와 함께 움직이며, 어느 방향으로 확장하려 하는가가 그 무대에 담겨 있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Visit Malaysia 2026을 통해 국제 방문객 4,300만 명을 유치하고, 관광을 국가 경제성장과 고용, 지역사회 발전을 이끄는 핵심 산업으로 강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6년 한 해 동안 말레이시아의 다문화 정체성과 예술·음식·지역공동체를 보여주는 300개 이상의 행사도 진행한다.
관광객 숫자만 늘리는 것이 목표의 전부는 아니다.
관광은 호텔과 항공, 교통과 소매, 음식과 문화산업을 움직인다. 관광객이 수도와 일부 대표 목적지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러 지역으로 이동해야 지역의 숙박업체와 음식점, 농장과 공예인, 공연자와 공동체에도 경제적 효과가 돌아간다.
시트라와르나에는 그 구조가 압축돼 있었다.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말레이시아가 가진 문화와 음식, 자연과 농업을 단순히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행자가 직접 체험하고 구매하며 머물 수 있는 여행상품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무대 위의 춤과 의상은 지역 문화여행으로, 무상킹은 농업·미식관광으로, 초콜릿은 생산과 브랜드 체험으로, 공예는 창작자와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콘텐츠로 발전한다.
관광자원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의 동선과 체류, 소비로 연결하는 방향이다.
누구와 함께 갈 것인가
정부와 관광청만으로 관광산업을 키울 수는 없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관광청과 지역 관광기구, 항공사와 교통사업자, 호텔과 여행사, 온라인여행사, 농장과 음식점, 지역 공동체와 문화예술인, 미디어와 콘텐츠 제작자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정부와 관광예술문화부가 국가의 방향을 제시하고, 말레이시아관광청이 국제시장에 맞게 관광자원을 발굴하고 편집한다. 주정부와 지역 관광기구는 각 지역이 가진 고유한 색을 상품으로 만들고, 항공과 호텔·여행사는 이를 실제로 예약할 수 있는 여행으로 전환한다.
지역 공동체와 생산자, 음식점과 공예인, 공연자는 여행 경험을 현장에서 완성한다. 미디어와 콘텐츠 제작자는 그 경험을 각 시장의 여행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한다.
2024년 말레이시아관광청이 공개한 VM2026 로드맵도 수요 창출, 방문 흐름 확대, 목표시장 우선 관리라는 세 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항공사·온라인여행사·교통사업자와의 공동 마케팅, 디지털 콘텐츠, 시장별 상품 세분화를 제시했다. 한국은 당시 2단계 주요 전략시장에 포함됐다.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
일부 익숙한 목적지에 집중돼 있던 관광 흐름을 더 많은 지역과 경험으로 넓히는 것이다.
쿠알라룸푸르는 말레이시아의 역사와 다문화를 이해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관문이 된다. 코타키나발루는 휴양지에서 사바로 들어가는 출발점으로 확장된다. 페낭과 랑카위, 조호바루와 사라왁은 각자의 문화와 음식, 자연과 산업을 통해 독립적인 여행의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관광객 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더 오래 머물고, 여러 지역을 방문하며, 관광 소비가 지역의 사람과 산업으로 확산되는 구조를 만드는 방향이다.
이번 메가팸에 미디어와 여행사, KOL, 해외사무소 마케팅 관계자가 함께 참가한 것도 이 역할들을 한 현장에서 연결하기 위한 선택으로 읽힌다.
관광청은 참가자 55명이 시트라와르나와 주요 관광지를 직접 경험하고, 그 이야기를 13개 시장으로 가져가는 것이 국제 노출과 방문 의향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가 만들려는 것은 관광청 혼자 이끄는 단기 캠페인이 아니다.
정부와 지역, 항공과 숙박, 여행업계와 지역사회, 미디어와 콘텐츠 제작자가 함께 움직이는 관광 생태계다.
메가팸은 그 관광전략을 실제로 움직인 현장이었다
시트라와르나가 무대 위에서 말레이시아의 다양성을 선언했다면, 메가팸은 그 다양성을 실제 경험과 콘텐츠, 여행상품으로 전환하기 위해 움직인 실행의 현장이었다.
참가자들은 무상킹을 먹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과수원과 생산과정을 살펴봤다. 말레이 전통음식을 통해 문화유산이 현대적인 식당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경험했다.
쿠알라룸푸르의 역사와 공예, 미식 현장을 둘러보고 쿠알라 셀랑고르까지 이동하며 도시와 자연을 하나의 여정으로 연결했다. 25일에는 시트라와르나 공식 행사에 참석해 다타란 메르데카에 모인 말레이시아의 문화적 다양성을 직접 확인했다.
중요한 것은 방문지를 많이 넣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각각의 경험이 서로 다른 기사와 영상, 여행상품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상킹은 미식과 농촌, 농업과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음식은 말레이시아의 다문화를 설명하고 호텔은 숙박 자체가 여행이 되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왕궁과 내셔널 모뉴먼트, 박물관은 쿠알라룸푸르의 역사와 정체성을 보여준다. 쿠알라 셀랑고르의 강과 반딧불은 도시여행에 생태와 밤의 경험을 더한다. 시트라와르나는 그 모든 여행이 어느 하나의 색으로 정의되지 않는 말레이시아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메가팸의 성과는 참가자 수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얼마나 많은 기사와 영상이 만들어지는지, 여행사가 실제로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지, 한국 여행객의 시선이 기존 목적지 밖으로 넓어지는지를 봐야 한다.
관광청이 팸 이후 참가 여행사와 현지 사업자를 계속 연결하고, 항공사·호텔과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는지도 중요하다.
이번 메가팸은 방향을 보여줬다.
이제 성과는 그 경험이 실제 방문과 상품, 지역경제로 얼마나 이어지는지에서 확인될 것이다.
관광지를 설명하는 대신 직접 걷게 하고, 음식을 홍보하는 대신 먹게 했다. 문화의 다양성을 말하는 대신 3,500명의 사람과 수많은 색을 다타란 메르데카에 세웠다.
관광을 말이 아니라 경험으로 보여준 것이다.
축제는 끝났지만 빛은 이제 시작됐다
시트라와르나 2026은 사흘 만에 끝났다.
퍼레이드를 채웠던 공연자들은 각자의 지역으로 돌아갔고 음식과 공예 공간도 문을 닫았다. 다타란 메르데카를 비추던 조명 역시 꺼졌다.
그러나 무대에서 만난 말레이시아는 사라지지 않았다.
무상킹이 익어가는 과수원과 초콜릿을 만드는 사람들, 쿠알라룸푸르의 역사와 거리, 랑카위의 숲과 바다, 페낭의 골목과 음식으로 이어졌다.
조호바루의 새로운 관문과 사바의 산과 섬, 사라왁의 강과 열대우림에도 저마다 다른 말레이시아가 있었다.
오랫동안 한국시장에서 말레이시아 관광을 떠받쳐온 코타키나발루에도 새로운 의미가 더해진다. 익숙한 휴양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바를 발견하는 여행의 출발점이 된다.
시트라와르나가 말레이시아의 모든 빛을 보여줬다면, 말레이시아 정부와 관광청의 다음 과제는 그 빛을 실제 목적지와 여행 경험, 산업과 지역의 성장으로 바꾸는 일이다.
한국 여행객에게는 새롭게 떠날 이유가 되고, 한국 여행업계에는 아직 만들지 않은 상품과 만나지 않은 시장의 가능성이 된다.
시트라와르나 2026은 말레이시아였다.
그리고 그 무대에 모였던 빛은 말레이시아가 앞으로 누구와 함께, 어떤 관광의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지를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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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빛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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