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섬이정원, 다랭이논이 9개 꽃정원으로 바뀐 바다 전망 산책길

남해 섬이정원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다랭이논에 돌담과 생울타리, 연못을 살려 조성한 민간정원이다. 경사진 농경지의 높낮이를 따라 계류정원과 하늘연못정원, 모네정원 등 개성이 다른 공간이 이어진다. 화려한 꽃밭만 보는 곳이 아니라 숲과 돌담을 통과하며 장면이 바뀌는 산책형 정원으로, 남해 다랭이마을과 사촌해수욕장을 묶어 반나절 코스로 둘러보기 좋다.

남해 섬이정원 생울타리와 꽃나무 사이 산책길
다랭이논의 높낮이를 따라 생울타리와 꽃나무를 배치한 남해 섬이정원.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여행레저신문 ㅣ김미래 기자

남해 섬이정원은 평평한 땅을 밀어 만든 대형 수목원과 다르다. 남해군 남면 산자락에 남아 있던 다랭이논과 오래된 돌담, 논두렁의 높낮이를 그대로 두고 그 사이에 나무와 풀, 연못을 채웠다. 산비탈을 오르내리는 동안 정원의 크기와 색, 시야가 계속 달라지는 이유다.

입구에서는 꽃나무와 생울타리가 만든 정돈된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돌담과 수풀, 좁은 길이 나타나고 다시 문을 통과하듯 다음 정원이 열린다. 한눈에 전체를 보여주기보다 숲과 담장으로 공간을 나눈 뒤 차례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섬이정원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다랭이논에 조성됐다. 오래된 돌담과 연못, 생울타리 사이에 초본식물과 억새를 배치하고 경사지의 단차를 이용해 개성이 다른 작은 정원을 연결했다. 화려한 꽃만 보는 곳이 아니라 남해의 농경지와 정원 디자인이 어떻게 만나는지를 걷는 장소다.

남해 섬이정원의 분홍색 여름꽃과 정원 의자
노란 정원 건물과 돌담 물길, 수생식물이 어우러진 산자락 연못. 이미지=여행레저신문

다랭이논을 지우지 않고 정원 동선으로 살렸다

섬이정원의 핵심은 꽃의 종류나 규모보다 땅을 사용하는 방식에 있다. 기존 다랭이논을 평탄하게 고르지 않고 층마다 별도의 정원 공간을 만들었다. 위쪽 정원에서 아래쪽 정원으로 이동할 때는 돌계단과 경사로, 숲길을 지나게 된다.

다랭이논은 산비탈을 따라 좁고 길게 이어진다. 이 지형을 이용하면 한 공간에서 다음 공간이 바로 보이지 않는다. 생울타리와 나무숲을 돌아서야 새로운 정원이 나타나므로 실제 면적보다 산책 동선이 길고 깊게 느껴진다.

오래된 돌담도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농경지의 경계를 나누고 흙을 지탱하던 돌담이 정원의 벽과 배경으로 쓰인다. 반듯한 화단 옆에 거친 돌담과 산비탈이 함께 나타나면서 유럽식 정원의 정돈된 인상과 남해 농촌의 지형이 한 화면에 겹친다.

처음 방문했다면 입구에서 보이는 정원만 둘러보고 돌아서지 않는 편이 좋다. 섬이정원의 매력은 안쪽으로 걸을수록 달라지는 공간에 있다. 정원 하나를 통과할 때마다 식물의 높이와 색, 길의 폭이 달라지고 때로는 바다와 산 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경사진 동선이 이어지므로 관람은 편한 운동화가 알맞다. 비가 내린 뒤에는 돌계단과 흙길이 미끄러울 수 있고 유모차나 휠체어로 모든 구간을 둘러보기에는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다랭이논 위에 조성된 남해 섬이정원 전경
울창한 나무와 수변식물 사이 연못을 잇는 하늘색 아치형 다리. 이미지=여행레저신문

계류정원에서 하늘연못정원까지 장면이 이어진다

관람 동선은 주차장에서 계류정원과 하늘연못정원, 봄정원, 돌담정원, 모네정원, 숨바꼭질정원, 메도우가든, 숲속정원, 물고기정원과 선큰가든으로 이어진다. 명칭은 여러 개지만 전체 길은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어 안내 흐름을 따라가면 주요 공간을 빠뜨릴 가능성이 적다.

계류정원에서는 물과 돌, 낮은 식물이 어우러진 차분한 풍경을 만난다. 화려한 꽃밭보다 정원 안쪽으로 시선을 이끄는 도입부에 가깝다. 물길과 주변 식물을 천천히 본 뒤 높은 쪽으로 이동하면 시야가 조금씩 열린다.

하늘연못정원은 섬이정원을 대표하는 사진 지점이다. 연못 주변의 식물과 하늘, 방문객의 모습이 물에 비치는 날에는 정원 전체가 한 장의 반영 사진처럼 보인다. 바람이 적고 빛이 강하지 않은 오전이 수면 반영을 담기 유리하다.

모네정원과 메도우가든에서는 식물을 반듯한 줄로 세우기보다 색과 높이가 겹치도록 배치한 장면이 이어진다. 꽃이 만개한 시기에는 밝은 색이 먼저 보이지만 꽃이 적은 계절에도 잎의 색과 억새, 상록수의 형태가 정원의 골격을 만든다.

각 공간 사이에는 숲과 생울타리가 들어선다. 한 정원을 빠져나오자마자 다음 꽃밭이 이어지는 방식이 아니라 잠시 그늘을 지나 다시 밝은 공간을 만난다. 이 명암의 변화가 섬이정원 산책을 단조롭지 않게 만든다.

남해 섬이정원의 플라밍고 정원 조형물
산비탈의 높낮이를 살린 돌담과 산책로, 노란 건물이 어우러진 정원. 이미지=여행레저신문

봄 구근부터 여름꽃과 가을 억새까지 계절이 바뀐다

봄에는 수선화와 튤립 같은 구근식물과 새잎이 정원을 채운다. 겨울 동안 드러났던 돌담과 나무줄기 사이에 색이 올라오면서 산비탈 전체가 빠르게 밝아진다.

초여름부터는 분홍색과 보라색 계열의 여러해살이풀, 수국과 관목류가 정원의 중심이 된다. 꽃을 한 종류씩 구분해서 보기보다 키가 낮은 식물에서 관목과 교목으로 이어지는 층을 살펴보면 식재의 구조가 더 잘 보인다.

한여름에는 녹음이 짙어져 돌담과 길의 윤곽이 부드러워진다. 생울타리가 높게 자라고 덩굴식물이 아치를 덮으면서 정원 사이의 경계가 선명해진다. 햇빛이 강한 날에는 꽃밭보다 숲길과 그늘의 대비가 더 인상적으로 남는다.

가을에는 억새와 단풍, 열매가 꽃을 대신한다. 여름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갈색과 은빛, 붉은색이 섞이고 낮은 햇빛이 돌담과 식물의 질감을 드러낸다. 정원 사진을 찍을 때도 꽃만 확대하기보다 돌담과 길을 함께 넣으면 계절의 분위기가 살아난다.

방문 시점에 어떤 꽃이 피어 있는지는 날씨와 식물의 생육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특정 꽃 한 종류만 기대하기보다 정원 전체의 색과 공간을 보러 간다는 생각으로 일정을 잡는 편이 만족도가 높다.

남해 섬이정원 덩굴식물 아치와 입구 산책로
연못과 노란 수변 건물 뒤로 깊은 산골짜기가 이어지는 정원 전경. 이미지=여행레저신문

바다를 내려다보지만 정원의 중심은 숲과 돌담이다

섬이정원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바다를 내려다보는 산자락에 자리한다. 정원 전체에서 바다가 계속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높은 곳이나 수목 사이의 열린 지점에서는 남해 바다가 정원의 배경으로 들어온다.

바다 전망을 목적으로 해안 전망대처럼 접근하면 시야가 가리는 구간이 많다고 느낄 수 있다. 대신 숲과 생울타리가 만든 좁은 길을 걷다가 갑자기 바다가 드러나는 순간이 이 정원의 특징이다.

소나무와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는 전망 구간에서는 정원 내부의 색과 푸른 수평선이 대비된다. 바다만 크게 담기보다 나무줄기나 정원 길을 전경에 넣으면 섬이정원에서 바라본 풍경이라는 장소성이 살아난다.

한낮에는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 맑은 날 오전이나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에는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바다의 색이 비교적 선명하다.

빠르게 걸으면 40분 안팎에도 둘러볼 수 있지만 연못과 꽃밭에서 사진을 찍고 각 공간을 자세히 보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를 잡는 편이 여유롭다.

남해 섬이정원 숲길과 바다가 보이는 붉은 다리
붉게 물든 저녁 하늘과 해안 건물의 불빛이 잔잔한 바다에 반영된 풍경.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성인 5000원, 방문 전 입장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섬이정원의 주소는 경상남도 남해군 남면 남면로 1534-110이다. 주차장과 매표소, 화장실, 전망대와 무인카페가 마련돼 있다.

공개된 관광정보 기준 일반요금은 성인 5000원, 청소년과 군인 3000원, 어린이 2000원, 65세 이상 경로 4000원이다. 동절기에는 성인 3000원 등 별도 요금이 적용된다. 요금과 운영 조건은 현장에서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당일 공식 홈페이지나 전화로 다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동선에는 경사와 계단이 섞여 있다. 오르막을 한 번에 올라가기보다 정원 의자와 그늘에서 쉬어가며 둘러보는 편이 좋다. 여름에는 물과 모자를 준비하고 한낮보다 오전에 입장하면 더위와 혼잡을 줄일 수 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식물의 색이 짙어지지만 흙길과 돌계단이 미끄러워진다. 우천으로 인한 입장요금 환불이 되지 않는다는 이용 안내가 있으므로 강한 비가 예상되면 출발 전에 날씨를 확인해야 한다.

정원 내에서는 음식물 반입과 취사, 흡연이 제한된다. 퇴장 후 재입장이 되지 않으며 반려동물 출입도 제한된다. 가족이나 반려동물 동반 여행자는 방문 전에 조건을 살펴야 한다.

다랭이마을과 사촌해수욕장을 묶는 반나절 여행

섬이정원에서 사촌해수욕장은 약 1.3km, 선구몽돌해변은 약 1.7km 떨어져 있다. 남해 바래길 1코스 다랭이지겟길과 가천 다랭이마을도 차량으로 연결하기 좋다.

오전에는 섬이정원을 천천히 걷고 점심 이후 가천 다랭이마을로 이동하는 방식이 가장 무난하다. 두 장소 모두 경사진 지형을 걷기 때문에 하루에 긴 트레킹을 추가하면 어르신이나 어린이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여름에는 정원 관람 뒤 사촌해수욕장이나 선구몽돌해변으로 이동해 바다를 보는 코스가 좋다. 해변에서 물놀이까지 계획한다면 정원에서는 신발과 옷이 젖지 않도록 일정을 먼저 배치하는 편이 편하다.

걷기를 좋아한다면 남해 바래길 구간을 연결할 수 있다. 다만 섬이정원 내부 산책과 바래길을 같은 날 걷는 경우 전체 이동 거리와 경사를 고려해야 한다.

섬이정원은 꽃을 크게 모아놓은 축제형 관광지가 아니다. 농사를 짓던 땅의 단차와 돌담을 지우지 않고 그 구조 속에 정원을 천천히 채워 넣은 장소다. 가장 좋은 장면은 넓은 꽃밭 한가운데보다 좁은 길을 돌아 다음 정원이 열리는 순간에 나타난다.

여행정보

  • 장소: 남해 섬이정원
  • 주소: 경상남도 남해군 남면 남면로 1534-110
  • 일반요금: 성인 5000원, 청소년·군인 3000원, 어린이 2000원, 경로 4000원
  • 동절기 요금: 성인 3000원, 청소년·군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경로 3000원
  • 권장 관람시간: 약 1시간∼1시간 30분
  • 주요 시설: 주차장, 매표소, 화장실, 무인카페, 전망대
  • 주의사항: 경사와 계단, 비 온 뒤 미끄럼, 음식물·반려동물 출입 제한, 퇴장 후 재입장 불가
  • 문의: 010-2255-3577
  • 연계 여행지: 사촌해수욕장, 선구몽돌해변, 남해 바래길, 가천 다랭이마을

요금과 운영시간은 계절 또는 현장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 당일 공식 홈페이지나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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