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6시쯤 천천히 남원 광한루원으로 들어선다.
8월에는 이 시간에도 하늘이 아직 환하다. 완월정과 광한루 기와지붕을 보고 연못을 따라 천천히 한 바퀴 돌다 보면 어느새 조명이 켜진다. 물 위로 누각과 나무 그림자가 내려앉고, 오작교 아래 홍예에도 불빛이 비친다.
이 시간부터 입장료도 없다. 광한루원은 4월부터 10월까지 오후 6시부터 밤 9시까지 무료로 개방한다. 한여름 가장 뜨거운 시간을 피해 들어가 밝을 때 한 번, 불이 켜진 뒤 한 번 정원을 볼 수 있다.
구글에서 여행레저신문 먼저 보기정원을 걸으면서 춘향과 몽룡보다 먼저 ‘광한루’라는 이름의 연유부터 짚어보게 된다.
광한루는 달나라 궁전이라는 뜻에서 비롯됐다. 정인지가 이곳의 경치를 보고 전설 속 달나라 궁전인 ‘광한청허부’를 떠올려 붙인 이름이라고 전한다.
누각 앞 연못은 은하수를 본떴다. 연못 안에는 신선이 산다는 봉래산·방장산·영주산을 상징하는 세 섬이 있고, 그 은하수 위에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오작교를 놓았다. 완월정의 ‘완월’ 역시 달을 즐긴다는 뜻이다.
이름을 하나씩 알고 나면 연못과 섬, 다리가 조금 달리 보인다.

완월정에서 시작해 연못을 한 바퀴 돈다
저녁 산책은 완월정부터 시작하기 좋다.
연못 위에 자리한 2층 누각이다. 해가 남아 있을 때는 기와와 처마선이 또렷하고, 어두워지면 물 위에 비친 모습이 함께 들어온다.
완월정을 지나 연못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다.
봉래·방장·영주 세 섬이 차례로 보이고, 대숲과 나무 사이로 광한루 지붕이 나타났다 가려진다. 길은 평탄하다. 빨리 걸을 이유도 없다.
연못에는 잉어가 올라오고 물가에는 원앙과 오리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아이와 함께라면 누각 이름보다 물속을 들여다보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한 바퀴를 다 돌기도 전에 해가 조금씩 내려간다. 조금 전까지 햇빛을 받던 연못 가장자리에 불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작교를 건너면 이제 춘향과 몽룡이 나온다
연못 끝에서 오작교를 만난다.
약 57m 길이의 돌다리 아래에는 네 개의 무지개 모양 홍예가 나란히 놓여 있다. 정유재란 때 광한루가 불에 탔을 때도 오작교는 남았다.
원래 이 다리는 은하수를 건너 만나는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에서 나왔다.
그런데 남원에서는 또 하나의 사랑 이야기가 겹친다.
춘향과 이몽룡이다.
고전소설과 판소리 《춘향전》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사랑을 시작하는 곳이 광한루원이다. 그래서 오작교에는 이 다리를 함께 건너면 부부의 정이 깊어진다는 이야기도 붙었다.
다리 위에 서면 한쪽으로 광한루가 보이고 뒤로는 방금 걸어온 연못과 완월정이 들어온다. 날이 조금만 더 어두워지면 같은 자리에서도 풍경이 달라진다.
오작교를 건너면 춘향사당과 춘향관, 월매집이 나온다.
월매집에는 춘향과 몽룡, 방자와 향단의 이야기를 재현한 공간이 있다. 아이와 함께 왔다면 건축연대부터 외우게 하기보다 이곳부터 보여주는 편이 훨씬 쉽다.

춘향보다 오래된 누각, 올해 국보가 됐다
광한루 이야기는 춘향전보다 훨씬 앞선다.
1419년 황희가 남원에 머물던 시기에 광한루의 전신인 광통루가 등장한다. 이후 누각을 다시 세우고 손보는 과정이 이어졌고, 1444년 정인지가 광한루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한다.
1597년 정유재란 때 누각은 불탔다.
이후 다시 세워진 광한루는 여러 차례 중수와 증축을 거치며 오늘의 모습을 갖췄다.
1963년 보물로 지정됐던 광한루는 지난 7월 1일 국보로 올라섰다. 보물 지정 63년 만이다.
오랜 건축 연대만 평가받은 것은 아니다. 관아 누각으로 이어진 건축사적 가치와 연못·오작교·삼신섬을 아우르는 조경, 춘향전으로 이어진 문화사까지 함께 국보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한여름 저녁에는 이 국보를 오후 6시 이후 무료로 볼 수 있다.

해가 지면 다시 연못 쪽으로 눈이 간다
광한루와 춘향사당, 월매집을 둘러보고 나오면 어느새 정원 안의 빛이 달라져 있다.
처음 들어왔을 때 보였던 기와와 나무는 조금씩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대신 연못 주변 조명이 눈에 들어온다.
이때 다시 완월정 쪽으로 돌아보면 좋다.
정자와 나무가 물 위에 함께 비치고 오작교의 홍예 아래에도 불빛이 들어온다. 낮에 한 번 지나온 길인데도 발걸음을 한 번 더 멈추게 된다.
광한루원이 한국관광공사의 야간관광 명소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에 포함된 것도 이런 풍경 때문이다. 남원관광지와 함께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8월 한낮의 남원은 덥다. 오후 6시라고 더위가 완전히 가시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해가 조금 낮아지고 연못가에 그늘이 길어지면 한낮보다는 걷기가 한결 낫다.

부모님과 걸어도 크게 무리는 없다
광한루원은 오래 걷거나 높은 곳을 오르는 관광지가 아니다.
연못과 누각을 중심으로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중간중간 쉬어갈 자리가 있다. 유모차와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는 동선도 마련돼 있다.
부모님과 함께 왔다면 완월정에서 연못을 따라 오작교를 건너 광한루까지 천천히 걷는 정도만으로도 주요 풍경을 거의 볼 수 있다.
아이에게는 오작교와 월매집, 춘향관이 더 재미있다. 연못의 잉어를 보고 오작교를 건너 춘향과 몽룡 이야기를 따라가면 긴 설명 없이도 광한루원과 친해진다.
연인이라면 역시 저녁이 낫다. 밝을 때 오작교를 한 번 건너고 불이 켜진 뒤 같은 자리를 다시 지나보면 된다.
광한루원 밖으로 나오면 추어탕거리가 이어진다
정원을 한 바퀴 돌고 나오면 저녁 먹을 시간이 된다.
남원에서 이 다음 음식은 자연스럽게 추어탕이다.
광한루원 주변에는 추어탕을 내는 식당들이 모여 있다. 남원식 추어탕은 삶은 미꾸라지를 갈아 시래기와 된장을 넣고 끓이는 집이 많다. 취향에 따라 잰피가루를 더하고, 추어튀김이나 추어숙회를 곁들이기도 한다.
광한루원에서 연못을 돌고 오작교를 건너 한 시간 넘게 걸었다면 뜨거운 추어탕 한 그릇도 제법 반갑다.
멀리 차를 타고 이동할 필요도 없다. 광한루원에서 나와 걸어서 식사를 붙일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길에 올해 남원의 새 사업이 들어간다.
추어거리에서 월광포차까지 1km, 연말까지 길어진다
남원시는 광한루원에서 경외상가와 추어거리를 지나 월광포차거리까지 약 1km를 잇는 K-푸드로드를 만들고 있다.
사업 기간은 올해 8월부터 12월까지다.
남원 음식점 20곳의 대표 메뉴를 조금씩 맛보는 ‘한입 남원 20선’, 요천변에서 여는 ‘달빛 미식장터’, 청년 팝업 음식점 ‘흥미상회’ 등이 계획돼 있다. 거리공연과 마당극도 붙는다.
올해 사업비는 11억원이고, 앞으로 3년간 모두 32억원이 투입된다.
다만 아직 완성된 거리를 찾아가는 단계는 아니다.
8월 현재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광한루원과 기존 추어거리, 원도심 음식점들이다. K-푸드로드 프로그램은 연말까지 차례로 들어선다.
지금은 광한루원에서 야경을 보고 추어탕거리까지 걷는 정도로 잡으면 된다. 앞으로는 그 발걸음이 경외상가와 요천변, 월광포차거리까지 더 길어지게 된다.
낮에 들어가면 4000원, 2000원은 다시 돌아온다
광한루원 성인 개인 입장료는 4000원이다.
낮에 성인 유료입장권을 구입하면 남원사랑상품권 2000원을 돌려준다. 청소년과 군인은 2000원, 어린이는 1500원이다.
65세 이상과 미취학아동, 국가유공자, 등록장애인, 남원시민 등은 관련 증빙을 제시하면 무료다.
4월부터 10월까지는 오후 6시부터 밤 9시까지 무료이고, 11월부터 3월까지는 오후 6시부터 밤 8시까지 무료다.
여름이라면 오후 6시 전후에 맞춰 들어가는 일정이 편하다.
밝을 때 완월정과 오작교를 보고, 해가 진 뒤 연못에 불이 들어오는 것까지 본다. 정문 밖으로 나와 추어탕으로 저녁을 먹으면 두세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달나라 궁전이라는 이름에서 시작해 은하수를 본뜬 연못을 걷고, 오작교에서 춘향과 몽룡을 만나고, 올해 국보가 된 광한루 앞에 선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남원 추어탕 한 그릇이 기다린다.
여행정보
위치: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요천로 1447
운영시간: 4~10월 08:00~21:00 / 11~3월 08:00~20:00
무료입장: 매일 18:00 이후, 하절기 21:00·동절기 20:00까지
입장료: 성인 4000원, 청소년·군인 2000원, 어린이 1500원
성인 유료입장 혜택: 남원사랑상품권 2000원 환원
주차요금: 승용차 당일 2000원
추천 동선: 완월정 → 삼신섬 → 오작교 → 광한루 → 춘향사당 → 월매집 → 추어거리
추천 시간: 여름 오후 6시 전후
추천 대상: 연인, 아이 동반 가족, 부모님 동반 여행
먹거리: 남원 추어탕, 추어튀김, 추어숙회
K-푸드로드: 2026년 8~12월 광한루원~경외상가~추어거리~월광포차거리 약 1km 구간 단계적 조성
문의: 광한루원 063-625-4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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