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이 끝나는 곳에서 갑자기 돌산 하나가 나타난다. 가까이 다가가면 자연적으로 쌓인 돌무더기가 아니다. 크고 작은 돌이 층을 이루고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폭이 줄어든다. 앞에 서서 올려다보면 무덤보다는 오래된 피라미드에 가깝다.
경남 산청군 금서면 왕산 자락의 산청 전 구형왕릉이다. 한국의 왕릉을 떠올리면 흙을 둥글게 올린 봉분부터 생각하게 되지만 이곳에는 그 익숙한 형태가 없다. 흙 대신 돌을 쌓았고 정면에서는 일곱 층이 눈에 들어온다.

앞에서 보면 정확히 7단, 뒤에서는 산비탈과 하나가 된다
국가유산 안내 기준 산청 전 구형왕릉의 앞면 높이는 7.15m, 하단 길이는 25m다. 평평한 땅에 석조 구조물을 세운 것이 아니라 왕산의 경사면을 이용했다.
구글에서 여행레저신문 먼저 보기앞쪽에서는 7단이 분명하게 드러나지만 뒤쪽은 산비탈과 맞물리고 정상부는 타원형이다. 4단 중앙에는 가로와 세로 약 40cm, 깊이 68cm의 작은 석문이 마련돼 있다.

그래서 이름 앞에 아직도 전 자가 붙는다
공식 명칭은 산청 구형왕릉이 아니라 산청 전 구형왕릉이다. 구형왕의 무덤으로 전해진다는 의미다.
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의 능이라는 기록과 전승이 이어져 왔지만 구조를 놓고 왕릉설과 석탑설이 함께 존재한다. 옛 문헌에는 왕릉으로 전한다는 기록이 있고 안동과 의성의 비슷한 석탑을 근거로 탑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구형왕은 가야의 마지막 왕이었다
구형왕은 금관가야 제10대 왕이다. 521년 왕위에 올라 532년 신라 법흥왕에게 나라를 넘길 때까지 11년간 재위했다. 김유신 장군에게는 증조부가 된다.
나라를 넘긴 마지막 왕이라는 사연 때문에 흙에 묻힐 자격이 없다며 돌로 무덤을 만들도록 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역사적으로 확인된 유언이라기보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이어져 온 전승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왕릉 앞에는 가락국양왕릉이라 새긴 비석과 석물이 서 있다. 현재 보이는 일부 석물은 무덤 조성 당시가 아니라 후대에 세운 시설이다.

1793년 나무상자 하나가 구형왕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조선 정조 17년인 1793년 왕산사에서 전해오던 나무상자가 발견됐고 그 안에는 구형왕과 왕비의 초상, 옷, 활 등이 있었다고 전한다.
이 유물들을 보존하기 위해 인근에 덕양전을 세웠다. 지금도 덕양전에서는 봄과 가을에 구형왕과 왕후를 기리는 제향이 이어진다.
왕릉 주변에는 김유신과 연결되는 시능터와 사대비, 여러 각석도 남아 있다. 돌무덤 하나만 보고 돌아서기보다 왕산 일대의 흔적을 함께 보는 편이 좋다.

돌무덤 앞까지 가는 길도 생각보다 좋다
구형왕릉은 넓은 평지 유적지가 아니다. 주차장에서 들어가면 숲이 깊어지고 작은 물길과 돌축대, 오래된 나무가 이어진다.
능 주변을 조금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수로와 석축이 아래에서 위로 이어지고 마지막에 7단 석릉이 산비탈에 붙어 있는 구조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면에서는 7단의 형태를 정확히 볼 수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숲과 석축을 한 장면에 넣을 수 있다.
왕릉인데 무료, 잠깐 들르기에도 부담이 없다
산청 전 구형왕릉은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자체 주차장과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과 장애인 화장실이 있지만 전용 주차 위치에서 왕릉까지 거리가 있다는 안내가 있어 보행이 불편한 동행자가 있다면 이동 동선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다.
산청 전 구형왕릉 여행정보
주소: 경남 산청군 금서면 구형왕릉로 92-12
국가유산: 사적
지정일: 1971년 2월 9일
시대: 6세기
석릉 높이: 7.15m
하단 길이: 25m
형태: 정면 7단 계단식 석축, 정상부 타원형
특징: 국내 유일 피라미드형 석릉
전승: 금관가야 마지막 왕 구형왕의 능
입장료: 무료
운영: 연중무휴, 상시 개방
주차: 자체 주차장 이용 가능
화장실: 있음
추천 체류시간: 약 40분~1시간
연계: 덕양전, 왕산 일대, 동의보감촌
산청 전 구형왕릉은 피라미드 닮은 무덤이라는 한 줄로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실제로 가면 가야의 마지막 왕이라는 기록과 왕릉인지 석탑인지 아직 남아 있는 질문, 산비탈을 따라 7단으로 쌓아 올린 돌의 구조가 한 장면에 겹친다.
흙 한 줌 올리지 않은 듯 보이는 거대한 돌무덤 앞에서 1,500년 전 가야의 마지막 시간이 갑자기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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