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말 만항재에 올라서면 산 아래와 계절 차이가 먼저 느껴진다.
해발 1330m. 고한과 사북에서 올라오는 동안 남아 있던 여름 더위도 고갯마루에서는 한풀 꺾인다. 바람이 불면 금세 서늘해지고, 도로 주변에는 고원 숲과 늦여름 야생화가 이어진다.
이곳이 운탄고도1330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다.
구글에서 여행레저신문 먼저 보기만항재에서 화절령 쪽으로 길을 거슬러 내려가면 1177갱과 도롱이연못이 차례로 나온다. 지금은 숲이 우거진 트레킹길이지만 수십 년 전에는 광부들이 갱도로 들어가고 석탄을 실은 차량이 오가던 산길이었다.
운탄고도1330 5길의 정식 진행 방향은 반대다.
정선 화절령에서 출발해 도롱이연못과 1177갱, 운탄고도쉼터를 지나 만항재 함백산소공원까지 오른다. 거리 15.70km, 예상시간 약 5시간 15분. 고도는 1067m에서 1330m 사이를 오간다.
운탄고도1330의 숫자 ‘1330’도 만항재의 해발고도에서 가져왔다.

석탄을 실어 나르던 길이 173.2km 트레킹길이 됐다
운탄(運炭)은 석탄을 운반한다는 뜻이다.
정선과 태백의 산허리를 따라 난 높은 임도에는 탄광이 한창이던 시절 석탄을 실은 차량이 다녔다. 폐광 이후 쓰임을 잃은 길과 탄광마을, 철도역, 산업유산을 다시 연결해 영월에서 정선·태백·삼척까지 걷는 길로 만든 것이 운탄고도1330이다.
전체 노선은 영월 청령포에서 시작해 삼척 소망의탑까지 173.2km로 이어진다. 최고점은 만항재 1330m다.
현재 정식 개통돼 트레킹할 수 있는 구간은 1길부터 6길까지다.
7길·8길·9길은 아직 개통되지 않았다.

7길은 GPX까지 나왔지만 아직 개통되지 않았다
7길은 태백 순직산업전사위령탑에서 삼척 도계역까지 18.07km다.
노선과 주요 지점은 이미 마련돼 있다. 1~7길 안내책자가 나왔고 올해 4월에는 2026년판 1~7길 GPX 파일도 공개됐다.
그러나 7길은 아직 정식 개통되지 않았다.
도계유리나라 이후 나한정역으로 이어지는 일부 구간은 2024년 낙석으로 데크가 파손돼 임시 폐쇄됐다. 복구 작업이 이어졌지만 현재도 7길 자체는 미개통 상태다.
GPX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재 완주 가능한 코스로 잡아서는 안 된다.
8길은 삼척 도계역에서 신기역까지 17.73km, 9길은 신기역에서 삼척 소망의탑까지 25.15km다. 두 구간 역시 노선과 거리, 주요 지점은 정해져 있지만 아직 정식 개통되지 않았다.
8길과 9길 전체가 출입금지라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걸은 사람들의 기록도 있다. 그러나 현재 정식 운탄고도 트레킹 코스로 운영되는 구간은 아니다.
영월 청령포에서 삼척 바다까지 이어 걷는 종주를 계획한다면 이 차이를 먼저 알아둬야 한다.

화절령, 이름은 ‘꽃꺼끼재’다
5길은 화절령에서 시작한다.
이곳에는 ‘꽃꺼끼재’라는 이름이 함께 붙어 있다.
봄이면 참꽃과 철쭉이 많이 피어 고개를 넘던 행인과 나무꾼들이 꽃을 꺾어 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예전부터 정선으로 넘어가던 길목이기도 했다.
꽃 이름이 붙은 고개지만 이곳부터 이어지는 산길 곳곳에는 탄광의 흔적이 남아 있다.
화절령에서 길을 잡아 조금 걸으면 도롱이연못을 만난다.

도롱뇽을 보며 갱도에 들어간 남편의 무사를 빌었다
도롱이연못은 탄광 개발 과정에서 생겨난 연못이다.
1970년대 이 일대에서 석탄을 채굴하면서 지반이 내려앉았고 그 자리에 물이 고였다. 이후 연못에는 도롱뇽이 살기 시작했다.
광부의 아내들은 이곳을 오가며 남편의 무사고를 빌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연못 속 도롱뇽이 계속 살아 있으면 갱도도 무사하고, 땅속으로 들어간 남편도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는 마음이었다.
지금은 숲에 둘러싸인 작은 연못이다. 사연을 모르고 지나가면 고원 숲속의 물웅덩이처럼 보이지만, 탄광이 돌아가던 시절에는 가족이 광부의 귀가를 기다리던 장소였다.

조금 더 가면 광부들이 들어가던 1177갱이 나온다
도롱이연못을 지나면 1177갱이 나온다.
민영탄광 가운데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던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개발한 최초의 갱도다. 고한·사북 일대 탄광 개발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177갱이 개발된 뒤 화절령 주변에는 크고 작은 탄광들이 들어섰다.
광부들은 이곳을 통해 땅속으로 들어갔고 산에서 나온 석탄은 운탄길을 따라 밖으로 실려 나갔다.
지금은 갱도 일부가 복원돼 있고 입구에는 도시락을 든 광부 조형물이 서 있다.
주변 숲만 보면 이 높은 산에서 한때 대규모 탄광산업이 돌아갔다는 사실을 짐작하기 쉽지 않다. 갱도 입구가 그 시절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도롱이연못에는 광부를 기다린 가족의 이야기가 남았고, 1177갱에는 광부들이 일터로 들어가던 흔적이 남았다.
두 장소가 차례로 이어지는 것이 5길의 가장 큰 특징이다.
15.7km, 해발 1000m 위에서 5시간 넘게 걷는다
5길은 화절령에서 함백산소공원까지 15.70km다.
예상시간은 약 5시간 15분이다. 전체 구간이 해발 1000m를 넘고 초반과 중반에는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임도 구간이 많아 좁은 암릉이나 급경사가 계속되는 산악등산로는 아니다. 대신 고지대에서 다섯 시간 넘게 걷는 장거리 코스다.
고도가 높아 산 아래보다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해지면 체감온도도 빠르게 떨어진다. 여름에도 얇은 바람막이를 하나 챙기는 편이 좋다.
식수와 간식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코스 중간에 약수터가 있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음용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다섯 시간 넘게 걷는 동안 식수나 먹을 것을 바로 구할 곳도 많지 않다.
비 예보가 있다면 우의나 방수 재킷이 필요하다. 고지대에 안개가 짙어지면 넓은 임도에서도 갈림길을 지나칠 수 있어 휴대전화에 GPX 파일이나 오프라인 지도를 받아두는 편이 안전하다.
만항재에 도착했는데 차는 화절령에 남아 있다
5길에서 코스 거리만큼 중요한 것이 차량 회수다.
원점회귀 코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화절령에서 출발하면 만항재 함백산소공원에서 끝난다.
함백산소공원에서 만항정류장까지 약 1.2km를 더 내려가야 한다. 걸어서 약 25분이다. 이후 버스와 철도를 이용해 고한·사북 쪽으로 돌아갈 수 있다.
사북역에서 다시 화절령까지도 약 5.3km 떨어져 있다.
자가용 한 대를 출발점에 세워뒀다면 트레킹이 끝난 뒤 다시 차를 찾으러 이동해야 한다. 택시를 이용하거나 일행이 차량 두 대를 출발점과 도착점에 나눠 두는 방법이 편하다.
트레킹 상품의 이동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5길을 하루 일정으로 잡는다면 15.7km를 걷는 시간뿐 아니라 종점에서 차량이나 숙소까지 돌아가는 시간도 함께 계산해야 한다.
만항재에서 6길을 이으면 태백 탄광촌으로 내려간다
함백산소공원은 5길의 종점이면서 6길의 출발점이다.
6길은 함백산소공원에서 태백 순직산업전사위령탑까지 16.79km, 약 5시간 34분이다. 고도는 1330m에서 621m까지 내려간다.
코스 초중반 이후에는 완만한 내리막이 많다.
태백선수촌과 지지리골 자작나무숲을 지나 산을 내려오면 한때 탄광으로 번성했던 상장동 일대가 나온다.
마지막은 순직산업전사위령탑이다.
석탄산업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산업전사들을 기리는 장소다. 5길에서 1177갱과 광부들의 작업 현장을 봤다면 6길에서는 탄광촌과 산업전사들의 흔적까지 이어서 볼 수 있다.
5길과 6길을 하루씩 나눠 걸으면 운탄고도의 고원 풍경과 탄광산업의 역사를 함께 볼 수 있다.
9월부터 식당·카페·숙소가 ‘운탄스테이션’으로 연결된다
올가을에는 운탄고도 이용객을 위한 새로운 거점도 생긴다.
강원관광재단은 9월부터 11월까지 영월·정선·태백·삼척에서 ‘운탄스테이션’을 운영한다.
지역의 식당과 카페, 숙박시설, 체험시설을 운탄고도 여행자가 쉬고 먹고 묵을 수 있는 거점으로 지정하는 사업이다.
참여업체 모집은 8월 23일 마감됐다. 서류와 전문가 심사를 거쳐 최종 참여업체를 선정한다.
운탄고도에서는 숙박과 식사가 특히 중요하다.
5길과 6길만 해도 각각 다섯 시간이 넘고, 4길은 예미역에서 화절령까지 28.76km에 예상시간이 9시간 26분이다.
여러 구간을 이어 걸으려면 걷는 길만 정해서는 일정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디서 저녁을 먹고, 어디에서 자고, 다음 날 출발점까지 어떻게 갈지를 함께 정해야 한다.
9월 이후 운탄고도를 찾는다면 운탄스테이션 최종 지정 업체와 제공 서비스를 확인해볼 만하다.
개통된 1~6길도 공사와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
1~6길이 정식 개통돼 있어도 모든 구간을 항상 같은 노선으로 걸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3길에는 임도 구조개량 공사가 진행되는 구간이 있다. 8월 20일에는 공사에 따른 우회 노선 안내도 새로 나왔다.
운탄고도는 임도와 산길을 길게 통과한다. 집중호우와 낙석, 산불 통제, 임도 공사가 생기면 중간 구간의 통행 상태가 달라진다.
15~20km를 걸은 뒤 통제구간을 만나 되돌아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길다.
출발하는 날 현재 통행 상태와 우회 노선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9월 만항재, 바람막이와 물은 이유가 있다
9월은 만항재와 운탄고도 고원 구간을 걷기 좋은 시기다.
한여름 더위가 한풀 꺾이지만 5길은 대부분 해발 1000m 이상이다. 해가 가리거나 바람이 강해지면 산 아래보다 체감온도가 빠르게 내려간다.
얇은 바람막이를 챙기고 충분한 식수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장시간 GPS와 지도를 확인해야 하므로 휴대전화 보조배터리도 유용하다. 비 예보가 있으면 방수 장비를 추가한다.
그리고 출발하기 전에 한 가지를 더 확인해야 한다.
걸어서 만항재에 도착한 뒤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다.
여행정보
지역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정선군·태백시·삼척시
전체 길이 약 173.2km
출발·종점 영월 청령포~삼척 소망의탑
최고점 만항재 해발 1330m
현재 정식 개통 1~6길
현재 미개통 7~9길
7길 순직산업전사위령탑~삼척 도계역, 18.07km. 노선과 2026년 GPX 파일은 공개됐으나 미개통
8길 삼척 도계역~신기역, 17.73km. 미개통
9길 신기역~삼척 소망의탑, 25.15km. 미개통
5길 화절령(꽃꺼끼재)~함백산소공원(만항재)
5길 거리 15.70km
5길 예상시간 약 5시간 15분
5길 고도 1067~1330m
5길 주요 지점 화절령 → 도롱이연못 → 1177갱 → 운탄고도쉼터 → 하이원CC 갈림길 → 약수터 → 함백산소공원
5길 시작점 주차 정선군 사북읍 사북리 462-18 일대
5길 종점 주차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산214-25 일대
종점에서 이동 함백산소공원→만항정류장 약 1.2km, 도보 약 25분
사북역→화절령 약 5.3km, 택시 또는 별도 이동수단 이용
정선콜택시 033-592-0000
6길 함백산소공원~순직산업전사위령탑
6길 거리 16.79km
6길 예상시간 약 5시간 34분
준비물 트레킹화, 식수, 간식, 얇은 바람막이, 우천 장비, 보조배터리, GPX·오프라인 지도
현재 통행 주의 3길 임도 구조개량 공사에 따른 우회 노선 등 출발 전 최신 통행정보 확인
운탄스테이션 2026년 9~11월 영월·정선·태백·삼척에서 운영
문의 운탄고도1330 통합안내센터 033-375-0111
여행레저신문 Copyrights ⓒ The Travel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