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럽게 잘 닦인 아스팔트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것만이 드라이브의 전부라 믿어왔다면, 거제도 남쪽 끝머리에서 그 생각은 기분 좋게 빗나간다.

검은 아스팔트가 툭 끊기고 타이어 밑에서 잘게 부서지는 자갈과 흙먼지가 바스락거리는 순간, 운전자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가속페달에서 발을 뗀다. 속도를 시속 20~30km로 낮추자 차창 밖으로 다른 세상이 밀려든다. 파도 소리가 바람을 타고 차 안으로 스며들고, 굽이를 하나 돌 때마다 짙푸른 남해 위로 솟아오른 기암괴석 섬들이 한 폭의 진경산수화처럼 겹겹이 층을 바꾼다.

여차몽돌해변에서 홍포마을로 이어지는 약 3.5km의 벼랑길. 거제 여차~홍포 해안도로는 목적지에 빨리 닿기 위해 달리는 길이 아니라, 속도를 잊은 채 풍경 속에 머물기 위해 천천히 굴러가는 길이다.

맑은 바다와 항구를 따라 붉은 곡선 산책로가 이어지는 거제 남부 해안 풍경
거제 남부 해안의 푸른 바다와 마을을 따라 붉은 곡선 산책로가 길게 이어진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산허리를 깎아 만든 벼랑길, 굽이마다 다른 바다가 열린다

거리만 따지면 3.5km는 승용차로 채 5분도 안 걸릴 짧은 구간이다. 하지만 이 길을 실제로 달려본 사람 중 누구도 이 거리를 짧다고 말하지 않는다.

망산(397m)의 가파른 산허리를 비스듬히 깎아 만든 도로는 해안 절벽을 따라 뱀처럼 굽이친다. 도로 한쪽은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거친 숲과 바위가 맞닿아 있고, 반대편 가드레일 너머로는 수직에 가까운 벼랑 아래로 쪽빛 바다가 아득하게 펼쳐진다.

특히 길 곳곳에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비포장 흙길은 이 도로만의 독보적인 정취다. 차체가 가볍게 덜컹거릴 때마다 운전자는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추고, 그 느려진 틈새로 방금 전까지 산자락에 가려졌던 남해의 거대한 파노라마가 한순간에 시야를 가득 채운다.

거제 여차 홍포 해안에서 바라본 남해 다도해와 주변 산세
여차~홍포 해안에서는 산과 바다, 크고 작은 섬이 겹쳐지는 남해 다도해의 입체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바다 위에 흩뿌려진 보석… 대·소병대도 8개 무인도의 군무

여차~홍포 해안도로의 진짜 주인은 망망대해가 아니다. 바다 위에 올망졸망 흩뿌려진 섬들의 합창이다.

차창 밖 남쪽 바다를 응시하면 대병대도 5개 섬과 소병대도 3개 섬을 합친 8개의 무인도가 마치 바다 위를 떠다니는 기암 전시장처럼 늘어서 있다. 여기에 대매물도와 소매물도, 어유도, 가왕도, 가익도, 국도까지 겹겹이 능선을 포개며 다도해 특유의 깊고 입체적인 공간감을 완성한다.

하늘이 푸르게 열리고 시야가 투명한 날에는 수평선 끝자락으로 일본 쓰시마섬(대마도)의 산 그림자까지 아련하게 솟아오른다. 단순히 평평한 수평선을 바라보는 여느 동해안 드라이브와 달리, 섬과 섬 사이로 물길이 열리고 닫히는 이 입체적인 풍경은 오직 거제 남단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축복이다.

거제 남부 해안 절벽과 푸른 남해에 떠 있는 섬 풍경
거제 남부 해안에서는 짙푸른 남해와 해안 절벽,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사진=한국관광공사

2.6km 지점, 시동을 끄고 서야 하는 홍포전망대

여차마을을 출발해 먼지 나는 산길을 2.6km쯤 조심스레 올라섰을 때, 차를 멈추지 않고 지나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목재 데크로 단정하게 꾸며진 ‘홍포전망대(병대도전망대)’가 길목 한편에 서 있기 때문이다.

차 안의 프레임 속에서 나무와 절벽 사이로 끊어졌다 이어지던 풍경이, 전망대 난간에 서는 순간 거대한 180도 통유리창처럼 터져 나간다.

발아래로는 짙푸른 바닷물이 굽이치고, 정면으로는 8개의 병대도 암봉들이 흰 포말을 두른 채 웅장하게 떠 있다. 오른쪽 멀리로는 바다의 귀족이라 불리는 매물도의 실루엣이 손에 닿을 듯 선명하다. 바람에 머리칼을 맡긴 채 그저 멍하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복잡했던 도심의 번뇌가 남해 바닷물 속에 깨끗이 씻겨 내려간다.

거제 여차 홍포 해안도로 주변 산과 마을,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
여차~홍포 일대는 산과 마을, 푸른 바다가 한 화면에 겹쳐지는 거제 남부 특유의 해안 풍경을 보여준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새벽의 붉은 해와 저녁의 노을을 한 길에서 품다

여차~홍포 구간의 또 다른 묘미는 시간마다 얼굴을 완전히 바꾸는 빛의 마술이다.

거제 남단 바다로 툭 튀어나온 지형 덕분에, 이 길은 한자리에서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품어낸다. 새벽녘 여차 쪽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섬과 섬 사이를 뚫고 솟구쳐 오르는 붉은 태양이 남해를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해 질 무렵 홍포마을로 넘어가면 서쪽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섬 뒤편으로 가라앉는 장엄한 낙조가 기다린다.

특히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10월은 이 길을 달리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에어컨을 끄고 차창을 끝까지 내리면 짭조름한 갯내음과 숲의 솔향기가 뒤섞여 차 안을 가득 채운다. 산자락의 나무들이 서서히 가을빛을 띠기 시작하면서 남해의 쪽빛은 한층 더 깊고 투명해진다.

천천히 덜컹거리는 길, 그 속에서 건져 올리는 쉼

여차~홍포 해안도로를 달릴 때 지켜야 할 단 하나의 규칙은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비포장 구간이 섞여 있고 노폭이 좁아지는 구간이 더러 있는 만큼, 과속은 금물이다. 경치에 취해 도로 한가운데에 차를 불쑥 세우는 위험한 행동 대신, 전망대나 길가에 마련된 너른 갓길에 안전하게 차를 대고 감상해야 한다. 가을바람을 맞으며 이 길을 걷거나 자전거로 통과하는 여행자들을 배려하는 여유도 필수다.

여차몽돌해변에 차를 대고 자갈밭을 구르는 파도 소리를 먼저 들은 뒤, 산길을 타고 고도를 높여 홍포로 넘어가는 코스가 가장 이상적이다. 해수면 높이에서 보았던 바다가 어느새 벼랑 아래 까마득한 높이로 내려앉는 입체적인 시선의 전환을 맛볼 수 있다.

아스팔트의 매끄러운 속도전에 지친 날, 거제 남단의 이 흙길로 차머리를 돌려볼 일이다. 덜컹거리는 바퀴 밑에서 속도를 잃어버리는 순간, 차창 밖으로 진짜 바다가 활짝 문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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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레저신문】 名古屋市の2024年観光統計では外国人宿泊客の実人数が約203万人、延べ宿泊者数が約369万人に達した。熱田神宮、名古屋城、国宝犬山城、ジブリパーク、名古屋めしまで揃う一方、アジア大会開幕を目前にした韓国市場向けPRは1000円クーポン中心にとどまる。豊富な観光資源を都市ブランドへ転換できない名古屋の観光マーケティングとメディア戦略を検証す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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