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여행사 하나투어가 글로벌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선도 기업 세일즈포스 코리아와 손을 맞잡았다. 표면적인 목표는 기업 출장과 국제회의·전시 등 이른바 ‘법인 여행(B2B)’ 사업에 첨단 고객관리 기술을 접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려한 보도자료의 행간을 들여다보면, 이번 협약은 단순한 선언적 의미를 넘어 현재 여행업계가 직면한 데이터 관리의 한계와 새로운 활로 모색이라는 묵직한 과제를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하나투어는 27일, 세일즈포스 코리아와 기업 여행 분야 협력 및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26일 세일즈포스 코리아 본사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류양길 하나투어 영업본부장과 김태권 디지털본부장, 박세진 세일즈포스 코리아 대표가 참석해 협약서에 서명했다.

복잡다단한 MICE 산업, ‘데이터 통합’이 생존의 열쇠

기업의 해외 출장이나 대규모 단체 행사를 의미하는 MICE(기업 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는 일반적인 B2C 패키지여행과는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 단순한 항공과 숙박 예약을 넘어, 기업 고객의 까다로운 예산 통제, 수백 명에 달하는 참가자별 세부 일정, 현장에서 발생하는 돌발 변수와 운영 리스크까지 종합적으로 통제해야 하는 고난도 비즈니스다.

그동안 여행사들의 MICE 부문은 담당 직원의 개인기나 파편화된 수작업 엑셀 데이터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다. 만약 법인 고객의 성향과 행사 운영 히스토리, 현장 결제 데이터가 세일즈포스의 CRM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한곳으로 매끄럽게 통합된다면, 상담부터 기획, 정산, 사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뼈아픈 업무 병목현상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나투어가 노리는 궁극적인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정 솔루션 도입·투자 규모 빠진 ‘속 빈 강정’ 우려도

하지만 업계의 시선이 마냥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이번 양사의 협약이 ‘가능성’을 타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냉정한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보도자료에는 어떤 특정 솔루션을 언제까지 도입할 것인지, 서비스 출시 일정이나 투자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가 전혀 없다.

경쟁 사례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세일즈포스 코리아는 이달 초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의 MICE 영업 조직에 자사의 핵심 CRM 솔루션인 ‘세일즈 클라우드’를 전격 도입한다고 발표하며 구체적인 적용 범위를 확정한 바 있다. 반면, 그룹 계열사인 ‘하나투어비즈니스’를 통해 이미 법인 및 공공기관 출장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하나투어의 이번 발표는, 기존 사업에 외부의 데이터 기술을 얹어볼 수 있을지 조심스럽게 ‘간을 보는’ 탐색전의 성격이 강하다.

‘챕터 2’ 외친 하나투어, 진짜 혁신은 예약·정산 현장에서 증명해야

지난 8월, 하나투어 조좌진 대표는 취임과 함께 중장기 전략인 ‘하나투어 Chapter 2’를 발표하며 AI 기반의 강력한 디지털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세일즈포스와의 이번 밀월 역시 그 거대한 밑그림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류양길 하나투어 영업본부장은 “세일즈포스의 디지털 기술 역량과 하나투어의 여행 전문성을 접목해 기업 여행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MICE 시장을 움직이는 기업 고객들은 화려한 수사나 미래 청사진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결국 관건은 협약식 사진 촬영 이후의 행보다. 하나투어가 세일즈포스의 거대한 솔루션을 기업 출장의 복잡한 ‘예약과 정산’ 실무에 얼마나 빠르고 날카롭게 이식해 낼 수 있을지, 속 빈 강정이 아닌 실체 있는 후속 사업 계획이 공개될 때 비로소 이번 동맹의 진짜 성적표가 매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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