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안을 먹는 데서 여행하는 시대로…KLDEX가 펼친 말레이시아의 ‘과일 문화’

호텔 냉장고에서 눈치를 보던 김치와 두리안은 강한 향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수마트라·보르네오의 숲에서 시작된 두리안이 정화 함대 기록, 무상킹 농장, 쿠알라룸푸르 KLDEX를 거쳐 말레이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여행 콘텐츠로 성장하는 길을 따라간다.

파항주 벤통 부킷팅기 DSR 두리안 농장에서 갓 연 무상킹의 황금빛 과육
파항주 벤통 부킷팅기의 DSR 두리안 농장에서 갓 연 무상킹. 짙은 황금빛 과육과 크림 같은 질감이 선명하다. 현장 사진 기반 재구성=여행레저신문

수마트라·보르네오의 숲에서 정화 함대의 기록, 무상킹과 농장 체험까지…강한 향을 역사·문화·관광의 언어로 바꾸다

【쿠알라룸푸르=여행레저신문】 두리안의 껍질이 갈라지자 짙은 노란색 과육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림처럼 부드러운 살을 한입 베어 물면 단맛이 먼저 퍼지고, 곧이어 치즈와 견과류를 떠올리게 하는 묵직한 풍미가 남는다.

향은 강렬하다. 처음 만난 사람은 한 걸음 물러서고, 익숙한 사람은 그 향만으로도 품종과 숙도를 가늠한다. 두리안을 둘러싼 호불호가 언제나 코끝에서 시작되는 이유다.

한국인에게는 김치가 비슷한 기억을 지닌다. 여행가방 속 김치와 호텔 냉장고 속 두리안은 한때 주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음식이었다. 문을 여는 순간 향이 객실 안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두 음식은 식탁에서 밀려나지 않았다. 직접 맛본 사람들은 향 너머에 숨어 있던 깊은 맛을 발견했다. 김치는 세계적인 발효음식으로 자리를 넓혔고, 두리안은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과일이 됐다.

김치의 향 속에 발효와 김장문화가 담겨 있듯, 두리안의 향 속에도 열대우림과 농부, 품종과 계절, 수백 년의 해상교류가 들어 있다.

쿠알라룸푸르에 문을 연 두리안 체험센터 KLDEX에 들어서면 그 긴 이야기가 한 꺼풀씩 열린다. 말레이시아는 지금 두리안을 ‘맛보는 과일’에서 ‘여행하는 문화’로 넓히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도심 고층건물 사이에 자리한 KLDEX 정면 외관
쿠알라룸푸르 도심에 자리한 KLDEX. 두리안 박물관과 전시, 시식, 식음·판매 공간을 결합해 과일을 문화관광 콘텐츠로 확장했다. 여행레저신문

세계시장에는 태국, 두리안의 뿌리에는 수마트라와 보르네오

세계시장 지도에서 두리안을 찾으면 태국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태국은 대규모 재배와 선별, 포장과 수출을 발전시키며 두리안을 세계 소비자에게 널리 알렸다.

식물의 지도를 따라가면 출발점이 달라진다.

오늘날 가장 널리 재배되는 두리안의 학명은 ‘두리오 지베티누스(Durio zibethinus)’다. 영국 왕립식물원 큐는 이 종의 자생 범위를 수마트라에서 보르네오까지로 기록한다. 자바와 말레이반도, 태국과 필리핀, 베트남 등은 재배와 이동을 통해 분포가 넓어진 지역으로 분류한다. 두리안의 식물학적 뿌리가 수마트라와 보르네오의 습윤한 열대지역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태국은 두리안을 세계적인 수출상품으로 성장시켰고, 말레이시아는 무상킹과 D24, 블랙손처럼 맛과 질감의 개성이 선명한 품종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넓혔다.

두 나라의 경쟁은 원산지를 둘러싼 다툼보다 각자의 강점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읽을 때 더 흥미롭다. 태국은 대량생산과 유통에서 앞섰고, 말레이시아는 품종과 산지, 완숙 과육이 지닌 풍미를 강조하며 다른 길을 열었다.

두리안이라는 이름에도 말레이 세계의 흔적이 담겨 있다. 말레이어에서 가시를 뜻하는 ‘두리(duri)’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단단한 껍질을 뒤덮은 수많은 가시가 과일의 이름이 됐다.

두리안은 오랫동안 숲과 마을의 계절을 알리는 과일이었다. 열매가 익어 떨어질 무렵이면 가족과 이웃이 모였고, 과육의 색과 향, 단맛과 쌉싸래한 끝맛을 비교했다. 농장마다 나무의 나이와 토양, 비와 햇빛의 조건이 달랐고 그 차이는 맛으로 이어졌다.

와인을 이야기할 때 포도밭과 빈티지를 함께 말하듯, 두리안에도 산지와 계절, 나무와 농부의 시간이 들어 있다.

정화의 함대가 두리안을 중국의 기록으로 옮겼다

두리안의 역사는 15세기 명나라의 대항해와 만나는 순간 한층 넓어진다.

정화는 1405년부터 1433년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대규모 함대를 이끌고 동남아시아와 인도양을 항해했다. 함대는 말라카와 수마트라, 자바를 비롯한 여러 항구를 오가며 외교와 교역, 문화교류의 길을 넓혔다.

정화의 배에는 통역과 기록을 맡은 마환이 동행했다. 그는 항해지의 정치와 종교, 생활과 음식, 교역품을 살펴본 뒤 이를 《영애승람》에 담았다. 1433년의 인도양과 동남아시아 세계를 전하는 대표적인 중국 기록이다.

마환은 두리안을 현지 발음에 가까운 이름으로 옮겨 적었다. 열매의 겉면에는 긴 가시가 돋아 있고, 익으면 땅으로 떨어지며, 안쪽에는 여러 칸의 과육이 들어 있다고 묘사했다. 향은 매우 강하지만 과육은 달고 씨는 익혀 먹을 수 있다는 설명도 남겼다. 약 600년 전 중국인 항해자가 맡고 맛본 두리안의 모습이 오늘날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흥미롭다.

정화와 두리안을 연결하는 설화도 말레이 세계의 화교사회에 전해진다.

선원들이 두리안의 맛에 빠져 귀항을 미루고 싶어 했고, ‘계속 머문다’는 뜻과 비슷한 중국어 소리에서 오늘날 중국어 명칭인 ‘류롄’이 생겼다는 이야기다. 역사 기록의 중심에는 마환의 관찰이 자리하고, 정화가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는 세대를 건너온 문화적 설화로 이어진다.

기록과 설화를 함께 놓으면 두리안의 이야기는 더 풍부해진다. 마환의 글은 15세기 해상교류의 흔적을 보여주고, 정화의 설화는 그 만남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어떻게 자라났는지를 들려준다.

두리안 한 알이 말레이 세계와 중국을 이어온 바닷길의 증거가 되는 순간이다.

두리안 나무와 역사 안내판을 따라 걷는 KLDEX 실내 전시 공간
두리안 나무와 품종의 기원, 재배 역사를 따라 걷도록 구성한 KLDEX 실내 전시. 박물관형 해설이 두리안을 하나의 문화 이야기로 넓힌다. 여행레저신문

강한 향은 단백질보다 황화합물과 에스터가 만든다

두리안을 두고 ‘식물성 단백질 덩어리’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묵직한 질감과 높은 포만감, 동남아시아에서 기운을 채워주는 과일로 여겨온 문화가 그런 이미지를 만들었다.

영양 성분을 살펴보면 두리안의 특징이 더 분명해진다. 생두리안 100g에는 약 147㎉의 열량과 탄수화물 27.1g, 지방 5.3g, 식이섬유 3.8g이 들어 있으며 단백질은 약 1.5g이다. 두리안의 묵직한 힘은 단백질보다는 탄수화물과 지방, 식이섬유가 함께 만드는 높은 에너지 밀도에 가깝다.

강한 향의 주역도 단백질보다 휘발성 황화합물과 에스터다.

두리안 향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황 계열 성분이 양파와 발효식품을 떠올리게 하는 강한 향을 만들고, 에스터 성분이 달콤하고 과일다운 향을 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림 같은 질감과 달콤한 향, 톡 쏘는 냄새가 한 과육 안에서 동시에 느껴지는 이유다.

김치와 두리안의 향이 생겨나는 과정은 서로 다르다. 김치는 배추와 무, 마늘과 젓갈이 유산균 발효를 거치며 신맛과 감칠맛, 고유한 향을 만든다. 두리안은 열매가 익어가면서 황화합물과 에스터를 비롯한 여러 휘발성 성분을 만들어낸다. 김치 발효에서는 유산균이 중심을 이루며, 채소에서 얻는 식이섬유와 비타민, 무기질도 함께 섭취하게 된다.

서로 다른 음식이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닮았다. 향에서 한 번 주춤하고, 한입을 맛본 뒤 평가가 달라진다.

잘 익은 김치는 산미와 감칠맛, 매운맛과 아삭한 식감을 함께 보여준다. 두리안에서는 달콤함과 쌉싸래함, 치즈와 견과류를 떠올리게 하는 풍미가 부드러운 과육 속에서 이어진다.

첫인상은 코가 만들지만, 다시 찾게 하는 힘은 맛이 만든다.

KLDEX 실내 매장에 품종별 두리안이 진열된 프리미엄 판매 공간
무상킹과 블랙손 등 여러 품종을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KLDEX 판매·시식 공간. 산지와 숙도, 질감과 끝맛을 설명하며 선택을 돕는다.

KLDEX, 두리안을 먹기 전에 이해하는 공간

2026년 7월 4일 쿠알라룸푸르에 문을 연 KLDEX는 두리안을 문화관광의 언어로 바꾸려는 말레이시아의 새로운 시도다.

말레이시아관광센터 MaTiC가 자리한 잘란 암팡에 들어선 KLDEX는 약 1,900㎡ 규모다. 두리안 박물관과 과수원 체험공간, 몰입형 극장, 가이드 시식, 식음시설과 판매공간을 한 지붕 아래에 모았다. 말레이시아 관광예술문화부와 말레이시아관광청도 이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이곳의 중심은 두리안 판매대보다 이야기다.

박물관에서는 두리안의 기원과 재배지역, 품종과 농업의 변화를 보여준다. 재현된 과수원에서는 나무가 자라고 열매를 맺는 환경을 살펴볼 수 있다. 극장에서는 연극과 음악, 춤과 영상으로 말레이시아의 문화 속에 자리한 두리안을 풀어낸다. 시식은 전시와 공연을 거친 뒤 향과 질감, 단맛과 여운을 직접 비교하는 순서로 이어진다.

두리안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이 과정은 친절한 안내가 된다.

길거리 판매대에서 갑자기 강한 향과 마주할 때보다 산지와 품종, 농부의 이야기를 먼저 접하면 과일의 맛이 훨씬 또렷하게 다가온다. 무상킹의 짙은 노란색 과육과 크림 같은 질감, 단맛 뒤에 남는 쌉싸래한 여운도 하나의 품종이 가진 개성으로 이해하게 된다.

D24와 블랙손, 무상킹을 조금씩 나눠 맛보면 두리안의 세계가 더욱 넓어진다. 커피나 와인을 시음하듯 향의 강도와 과육의 밀도, 단맛과 끝맛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KLDEX의 공식 홈페이지는 박물관과 극장, 시식, 식음공간의 운영정보를 안내한다. 공연 편성과 이용시간은 프로그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가장 최근 공지를 살펴보면 일정을 짜기 한결 수월하다.

KLDEX 냉장 진열대에 품종별로 놓인 황금빛 두리안 과육
품종마다 색과 크기, 질감이 다른 두리안 과육. 여러 품종을 조금씩 비교하면 단맛과 쌉싸래한 여운, 과육의 밀도 차이가 또렷해진다. 여행레저신문

도심에서 역사를 배우고 농장에서 시간을 만난다

KLDEX에서 역사와 품종을 익힌 뒤 두리안 농장으로 향하면 여행의 깊이가 달라진다.

농장에서는 두리안 한 알이 만들어지는 시간을 직접 만난다. 나무가 열매를 맺기까지 기다린 세월과 토양, 강우량과 햇빛, 수확과 숙성의 차이가 과육의 색과 질감, 향으로 이어진다.

껍질이 열리는 순간 농부는 과육의 색과 씨의 크기, 숙도와 품종의 특징을 설명한다. 같은 무상킹도 어느 농장, 어느 나무에서 자랐는지에 따라 조금씩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바로 이 지점에서 두리안은 농산물을 넘어 여행이 된다.

도심의 KLDEX가 두리안 문화로 들어가는 입구라면 농장은 그 문화가 살아 움직이는 현장이다. KLDEX와 농장, 지역식당과 가공업체를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하면 짧은 시식이 하루 또는 이틀짜리 미식여행으로 확장된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두리안의 역사를 배우고, 산지에서 나무와 농부를 만난 뒤, 저녁에는 두리안 디저트와 현지 음식을 맛보는 일정이다. 여행자는 과육 한 조각을 먹고 돌아가는 대신 그 맛이 태어난 풍경까지 기억하게 된다.

한국 여행상품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KLDEX 관람과 품종별 시식, 농장 방문과 현지 식사를 묶으면 말레이시아를 처음 찾는 여행자도 부담 없이 두리안 문화에 들어갈 수 있다.

김치가 먼저 보여준 세계화의 길

김치가 세계인의 식탁에 자리 잡은 과정도 향을 익숙한 경험으로 바꾸는 시간이었다.

처음부터 큰 포기김치를 통째로 권하기보다 고기와 곁들이고, 볶음밥과 만두, 찌개와 샌드위치에 활용하면서 김치의 산미와 감칠맛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했다. 발효의 원리와 유산균, 김장문화가 함께 알려지면서 외국인의 관심은 강한 향에서 맛과 문화로 옮겨갔다.

김치는 향을 지우며 세계적인 음식이 된 것이 아니라, 그 향이 태어난 이유와 맛, 공동체의 문화를 함께 전하며 세계인의 식탁에 올랐다.

KLDEX가 두리안의 역사와 품종을 먼저 보여주고 시식으로 이어가는 방식도 같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

방문객은 향을 참아내는 체험보다 산지와 숙도, 질감과 끝맛의 차이를 발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여기에 농장과 농민, 지역음식과 가공품이 연결되면 두리안은 한 번 먹어보는 과일에서 말레이시아를 여행하는 문화콘텐츠로 성장한다.

김치가 ‘한국의 반찬’에서 한국의 발효문화와 공동체를 보여주는 음식으로 넓어졌듯, 두리안도 ‘냄새 강한 열대과일’에서 말레이시아의 숲과 농업, 해상교류와 지역문화를 전하는 이야기로 넓어질 수 있다.

DSR 타이코 오너와 말레이시아관광청 DDG가 전략적 파트너 인증서를 들고 있는 모습
DSR 타이코 버하드의 다토 응 리안 포(Dato’ Ng Lian Poh·왼쪽) 최고경영자와 새뮤얼 리 타이 훙(Samuel Lee Thai Hung·오른쪽) 말레이시아관광청 부청장(프로모션 II)이 ‘Visit Malaysia 2026’ 전략적 파트너 인증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여행레저신문

수출 과일에서 국가 문화콘텐츠로

말레이시아 두리안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말레이시아와 중국은 2024년 신선 두리안 수출을 위한 식물검역 의정서를 체결했고, 같은 해 8월 첫 신선 두리안이 중국으로 향했다. 냉동 과육과 냉동 통과일 중심이던 수출이 신선 과일로 확대되면서 산지와 품종, 수확과 유통 관리의 가치도 함께 커졌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무상킹이라는 품종명 하나보다 그 뒤에 있는 이야기를 얼마나 깊게 전하느냐에서 갈린다.

어느 지역에서 자랐고, 어떤 농부가 길렀으며, 나무의 나이와 수확 시기가 맛에 어떤 차이를 만들었는지 보여줄수록 두리안은 프리미엄 농산물과 문화관광 상품의 가치를 함께 얻는다.

KLDEX는 그 이야기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중심지가 될 수 있다.

D24와 무상킹, 블랙손을 비롯한 말레이시아 품종의 유래와 지역별 명칭, 농부의 경험과 재배법, 두리안을 둘러싼 음식과 설화를 체계적으로 모으면 한 세대의 기억이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KLDEX 역시 개관 목적 가운데 하나로 말레이시아 품종에 얽힌 이야기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을 제시했다.

정화와 마환의 이야기도 중요한 문화관광 자산이다.

15세기 중국 함대가 말라카해협과 수마트라, 자바를 오갔고, 그 배에 탄 기록자가 두리안의 이름과 맛을 글로 남겼다는 사실은 오늘날 중국 여행자에게도 매력적인 서사가 된다.

정화의 항로를 지도와 영상으로 보여주고, 마환의 기록과 후대 설화를 함께 소개하면 두리안은 약 600년 해상교류의 상징으로 살아난다. 역사에서는 신뢰를 얻고, 설화에서는 상상력을 만난다.

KLDEX의 블랙손 두리안과 품종 특징을 소개하는 가로형 전시
짙은 단맛과 쌉싸래한 여운으로 알려진 블랙손 두리안. KLDEX는 과육의 색과 질감, 향과 맛의 차이를 품종별로 설명한다. 여행레저신문

처음에는 향, 마지막에는 말레이시아가 남는다

두리안의 뿌리는 수마트라와 보르네오의 숲에서 시작됐다.

말레이 세계의 사람들은 계절마다 나무 아래에서 익은 열매를 기다렸고, 바다를 오간 상인과 이주민은 두리안을 여러 지역으로 옮겼다. 정화의 함대를 따라 항해한 마환은 그 이름과 맛을 중국의 기록에 남겼다.

태국은 재배와 유통을 발전시키며 두리안을 세계인의 과일로 키웠고, 말레이시아는 무상킹을 비롯한 고유 품종과 완숙 과육의 깊은 맛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넓혔다.

이제 KLDEX가 그 긴 시간을 한자리에 모으고 있다.

박물관에서 과거를 만나고, 극장에서 이야기를 듣고, 시식장에서 품종을 비교하고, 농장에서 나무와 농부를 만난다. 두리안 한 알이 역사와 문화, 농업과 관광을 잇는 여행이 되는 순간이다.

김치는 발효의 향과 함께 세계인의 식탁으로 갔다. 그 향이 품고 있던 맛과 건강성, 김장과 공동체의 문화가 알려지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

두리안도 그 길을 걷고 있다.

수마트라와 보르네오의 숲에서 시작된 뿌리, 정화의 항해와 마환의 기록, 농부가 길러낸 품종과 KLDEX의 문화적 해석이 함께 전해질 때 두리안의 향은 말레이시아를 기억하게 만드는 향기가 된다.

처음에는 코가 문을 닫는다.

이야기를 알고 한입을 맛본 뒤에는 기억이 문을 연다.

KLDEX의 역할은 바로 기억의 문을 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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