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한 여행지] 폐광 200m를 걷자 겉옷을 찾았다…한여름 10~15℃ 보령 냉풍욕장

바깥이 35도를 넘겨도 폐광 갱도 안은 10~15℃다. 보령 냉풍욕장에 들어서면 200m 통로를 걷는 동안 땀이 식고, 반소매 차림에서는 겉옷이 생각난다. 차가운 족욕과 양송이 먹거리까지 즐긴 뒤 성주산 숲과 대천해수욕장으로 이어가면 보령에서 하루가 꽉 찬다.

푸른 산 아래 폐광을 활용해 조성한 보령 냉풍욕장 입구
한여름에도 10~15℃ 찬바람이 흐르는 보령 냉풍욕장 입구. 이미지=충남관광

이진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주차장에서 차 문을 여는 순간 뜨거운 공기가 밀려든다. 산자락이라 조금은 낫겠거니 생각하지만 한낮의 햇볕은 아스팔트와 바위까지 달군다. 냉풍욕장 입구로 향하는 짧은 거리에도 이마와 등에 땀이 맺힌다.

그러나 폐광을 본떠 만든 통로 안으로 들어서면 몇 걸음 만에 공기가 바뀐다. 얼굴과 팔을 스치는 바람이 차갑고, 통로를 걸을수록 옷 속에 갇혔던 열기가 빠져나간다. 한여름 반소매 차림으로 들어온 사람이 얼마 지나지 않아 팔을 문지르거나 얇은 겉옷을 꺼내는 이유다.

충남 보령시 청라면에 자리한 보령 냉풍욕장은 폐탄광 갱도에서 흘러나오는 자연 냉기를 이용한 여름 피서 공간이다. 내부 온도는 연중 10~15℃를 유지하며 여행자는 약 200m 길이의 모의 갱도를 따라 걸으며 찬바람을 직접 맞는다. 2026년에는 6월 25일부터 8월 31일까지 운영된다.

가족 여행객들이 보령 냉풍욕장 폐광 통로를 걷는 모습
약 200m 통로를 걸으며 폐광에서 흘러나오는 찬바람을 직접 맞는다. 이미지=충남관광

35도 바깥에서 들어오면 몇 분 만에 땀이 식는다

냉풍욕장은 가만히 서서 송풍구 바람만 맞는 장소보다 걷는 경험에 가깝다. 굴곡진 통로를 따라 이동하면 벽면 전시와 광산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 조명과 포토존이 차례로 나타난다. 길이가 약 200m여서 등산처럼 힘을 빼지 않으면서도 몸 전체가 식을 만큼 머물 수 있다.

입구에서 느끼는 첫 바람도 차갑지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반소매 차림이 서늘해진다. 어린이와 어르신은 바깥과 내부의 급격한 온도 차를 크게 느낄 수 있어 얇은 바람막이나 긴팔 셔츠를 챙기는 편이 좋다. 음주와 흡연, 취사, 돗자리 사용, 반려동물 출입은 제한된다.

빠르게 걸어서 돌아 나오기만 하면 냉풍 체험이 너무 짧게 끝난다. 통로 중간의 전시와 포토존을 살펴보고 찬바람이 강한 구간에서 잠시 쉬어야 이곳을 찾아온 이유가 선명해진다.

찬바람에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보령 냉풍욕장 조명 통로
바람개비와 조명을 이용해 폐광 냉기의 흐름을 느끼게 만든 통로. 이미지=충남관광
얼마나 머물며 시원할 수 있을까냉풍 통로는 20~40분 정도 천천히 둘러보면 충분하다. 족욕과 사진 촬영, 농특산물 직판장까지 이용하면 전체 체류시간은 약 1시간~1시간 30분으로 잡는 편이 알맞다. 두세 시간 동안 누워 쉬는 장소보다 몸의 열기를 확실하게 낮춘 뒤 다음 여행지로 이동하는 냉기 체험형 장소에 가깝다.

석탄을 캐던 바람이 양송이버섯을 키웠다

냉풍욕장이 들어선 청라 일대는 1970년대 충남의 주요 탄광촌이었다. 옛 영보탄광은 산업화 시기 석탄을 생산했지만 1989년 문을 닫았다. 광부가 떠난 자리에는 지하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찬 공기와 폐갱도가 남았다.

주민들은 폐광의 냉풍과 냉수를 이용해 여름철에도 양송이버섯을 재배했고, 탄광 폐쇄로 일자리를 잃은 주민들에게 새로운 소득원이 생겼다. 냉풍욕장 인근 농특산물 직판장에서 양송이버섯과 이를 이용한 먹거리를 만날 수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여행자가 통로에서 맞는 찬바람은 피서용 장치에만 머물지 않는다. 검은 석탄을 캐던 마을이 하얀 양송이버섯을 키우는 마을로 옮겨가는 과정에 같은 바람이 놓여 있다.

여름철 관광객 차량이 주차된 보령 냉풍욕장 주차장
주말 한낮에는 주차장이 붐빌 수 있어 오전 방문이 편하다. 이미지=충남관광

바깥이 더울수록 폐광의 찬바람은 강해진다

여름에는 바깥의 뜨거운 공기와 지하의 차가운 공기 사이에 큰 온도 차가 생긴다. 밀도가 높은 찬 공기가 낮은 쪽으로 흐르면서 폐갱도를 따라 밖으로 밀려나오고 외부 기온이 높을수록 여행자가 느끼는 냉기도 커진다.

겨울에는 흐름이 반대로 바뀐다.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갱도 안으로 들어가 암반과 지하 공간을 식히고, 지하에 머문 냉기는 여름이 되면 다시 바깥으로 흐른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 냉방 순환이 계절마다 방향을 바꾸는 셈이다.

통로 곳곳의 조명과 바람개비는 바람의 흐름을 눈으로도 느끼게 한다. 아이와 함께 간다면 바람개비의 움직임과 입구·내부의 온도 차를 직접 비교해보는 편이 재미있다.

숲과 봄꽃이 어우러진 보령 성주산자연휴양림 입구
냉풍욕장과 함께 묶어 산림욕과 숙박을 즐기기 좋은 성주산자연휴양림. 이미지=충남관광

얼음물 같은 족욕은 짧게 여러 번 즐긴다

냉풍 통로를 빠져나오면 폐광에서 나오는 찬물을 활용한 족욕 공간이 기다린다. 처음부터 오래 담가두기보다 3~5분 정도 발을 담갔다가 빼고, 체온이 돌아오면 다시 넣는 방식이 편하다.

족욕장 주변은 물이 튀고 바닥이 젖기 쉽다. 미끄럼이 적은 샌들이나 아쿠아슈즈, 발을 닦을 작은 수건을 준비하면 편하다. 어린이는 보호자가 곁에서 살피고 급격한 냉수 체험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짧게 이용해야 한다.

석탄박물관과 성주산을 묶으면 폐광 이야기가 이어진다

냉풍욕장과 보령석탄박물관은 약 2km 떨어져 있어 차량으로 수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냉풍욕장에서 찬바람을 먼저 맞고 석탄박물관에서 광부의 작업과 석탄 운반 과정을 살펴보면 폐광의 냉기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긴 백사장과 푸른 서해가 펼쳐진 보령 대천해수욕장 항공 풍경
냉풍욕장과 성주산을 둘러본 뒤 노을과 숙박을 이어가기 좋은 대천해수욕장. 이미지=충남관광

성주산자연휴양림까지 연결하면 숲과 계곡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해진다. 휴양림은 화장골계곡과 산책로,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디지털관광주민증을 제시하면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보령 내륙과 바다를 잇는 하루 코스오전 보령 냉풍욕장 → 족욕과 농특산물 직판장 → 보령석탄박물관 → 성주산자연휴양림과 화장골계곡 → 보령 시내 또는 대천항 저녁 → 대천해수욕장 노을. 냉풍욕장과 석탄박물관은 약 2km, 성주산 일대는 차량으로 10분 안팎, 대천해수욕장까지는 교통 상황에 따라 약 25~30분을 잡으면 여유롭다.

저녁에는 대천해수욕장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대천해수욕장은 약 3.5km의 백사장과 완만한 수심을 갖추고 있으며 해변 주변에 식당과 숙박시설이 밀집해 1박 여행을 이어가기 편하다.

해가 강한 낮에는 냉풍욕장과 성주산을 둘러보고 해가 기울 무렵 대천해수욕장으로 이동하면 하루의 온도 변화가 극명하다. 폐광의 10~15℃ 찬바람에서 시작해 숲 그늘을 걷고 마지막에는 서해 노을과 밤바다를 만난다.

2026 보령 숙박 할인보령시는 2026 여름맞이 대한민국 숙박세일 페스타 사용 지역에 포함된다. 8월 17일까지 참여 온라인여행사에서 선착순 할인권을 받을 수 있으며 1박 상품은 2만~3만 원, 연박 상품은 5만~7만 원을 할인받는다. 캠핑장은 대상에서 제외되며 발급 당일 사용기한과 참여 숙소 여부를 예약 전에 확인해야 한다.

2026년 8월 31일까지, 오전에 가면 한결 여유롭다

보령 냉풍욕장은 2026년 8월 31일까지 운영된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로 안내돼 있으며 주소는 충남 보령시 청라면 냉풍욕장길 190이다.

피서객이 몰리는 주말 한낮에는 주차장이 붐빌 수 있다. 오전 개장 시간에 맞춰 방문하거나 오후 늦게 찾으면 통로와 족욕장을 비교적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보령 냉풍욕장 여행정보주소: 충남 보령시 청라면 냉풍욕장길 190
2026년 운영: 6월 25일~8월 31일
운영시간: 09:00~18:00
내부 온도: 연중 10~15℃
권장 체류시간: 냉풍만 20~40분, 족욕·직판장 포함 1시간~1시간 30분
준비물: 얇은 겉옷, 작은 수건, 미끄럼이 적은 신발
연계 여행: 보령석탄박물관, 성주산자연휴양림, 대천해수욕장

검은 석탄을 캐던 폐광의 공기는 광부가 떠난 뒤 양송이버섯을 키웠고 지금은 한여름 여행자의 땀을 식힌다. 냉풍욕장에서 시작해 석탄박물관과 성주산, 대천해수욕장까지 이어가면 보령은 산과 산업사, 바다를 하루에 만나는 여행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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