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 윤선도 원림, 제주 가던 윤선도가 멈춘 섬…세연정 지나 동천석실까지

전남 완도 보길도에는 정원 하나를 보기 위해 배를 타고 들어갈 이유가 있다. 고산 윤선도는 병자호란 뒤 제주로 향하던 중 보길도의 산수에 매료돼 부용동에 머물렀고, 세연정과 낙서재, 동천석실 등을 만들었다. 지금도 물과 바위, 산과 정자가 한 풍경에 이어져 조선 별서정원의 공간을 그대로 따라 걸을 수 있다.

전남 완도 보길도 마을과 해안, 다도해 항공 전경
보길도는 윤선도 원림과 해안 풍경, 작은 마을이 한 섬 안에 이어져 역사와 섬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전남 완도 보길도에는 정원 하나를 보기 위해 배를 타고 들어갈 이유가 있다. 고산 윤선도는 병자호란 뒤 제주로 향하던 중 보길도의 산수에 매료돼 부용동에 머물렀고 세연정과 낙서재, 동천석실 등을 만들었다.

지금의 보길도 윤선도 원림은 정자 한 채보다 산과 계곡, 연못과 바위, 건축물을 하나의 풍경으로 엮은 조선시대 별서정원에 가깝다.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원림을 제대로 보려면 세연정만 보고 끝내지 않고 낙서재와 동천석실, 이후 보길도 해안까지 연결하는 편이 좋다.

보길도 윤선도 원림 세연정과 연못 전경
세연정은 연못과 바위, 정자가 한 화면에 겹치며 윤선도가 자연지형을 그대로 활용한 별서정원의 핵심을 보여준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제주로 가려던 길에서 섬 하나가 계획을 바꿨다

윤선도는 병자호란 뒤 제주로 향하던 길에 보길도의 산수를 보고 이곳에 머물게 됐다.

이후 부용동 일대에 세연정과 낙서재, 동천석실 등 여러 공간을 만들면서 이곳을 생활과 독서, 풍류의 장소로 사용했다.

한옥 한 채를 짓고 주변에 작은 정원을 만든 것이 아니라 계곡 전체의 지형을 활용해 여러 공간을 흩어 배치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길도 동천석실 암벽 위 정자 전경
동천석실은 바위산 중턱에 자리해 세연정과 달리 짧은 산길을 올라야 만날 수 있는 윤선도 원림의 또 다른 공간이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세연정부터 보면 물과 바위를 왜 그대로 남겼는지 보인다

세연정 앞에는 연못이 있고 그 주변에 큰 자연석이 그대로 남아 있다.

바위를 없애거나 정원을 반듯하게 정리하기보다 원래 있던 물과 돌, 나무를 건축물과 함께 사용했다.

정자 하나를 크게 보는 것보다 연못과 바위, 숲을 함께 보면 윤선도 원림이 자연지형을 이용한 별서정원이라는 특징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보길도 여행의 출발지 가운데 하나인 해남 땅끝 전망 공간
보길도는 해남 땅끝 갈두항에서 노화도 산양진항으로 배를 탄 뒤 보길대교를 건너 들어가는 동선이 많이 이용된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세연정은 정자보다 물과 함께 봐야 한다

윤선도는 세연정에서 책을 읽고 뱃놀이를 즐기며 자연 속에서 생활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못의 수면과 정자, 주변 암석이 하나의 장면을 이루기 때문에 어느 한 요소만 따로 떼어 보면 공간의 매력이 줄어든다.

물이 잔잔한 시간에는 정자와 나무가 연못에 반사돼 사진에서도 원림의 전체 구조가 잘 드러난다.

보길도 세연정 연못과 전통 정원, 산림 풍경
연못과 거대한 자연석, 정자와 주변 숲이 따로 떨어지지 않고 하나의 풍경으로 이어지는 것이 세연정의 특징이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조선 정원인데 화려한 꽃밭이 중심이 아니다

세연정의 핵심은 계절꽃이나 정형화된 화단보다 숲과 물, 바위다.

사람이 자연을 완전히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자연 안에 머물 장소를 추가한 방식에 가깝다.

이런 구조 때문에 세연정은 화려한 정원보다 조선 선비의 자연관과 공간 감각을 보는 장소로 평가된다.

보길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다도해 바다
윤선도 원림을 본 뒤 해안 전망지와 예송리, 보옥리까지 연결하면 보길도의 산수와 바다를 하루 안에 함께 볼 수 있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세연정에서 끝내면 윤선도 원림의 절반만 보는 셈이다

세연정은 접근이 쉬워 윤선도 원림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다.

그러나 윤선도의 실제 생활공간을 이해하려면 낙서재와 곡수당, 동천석실까지 함께 봐야 한다.

세연정이 물과 풍류의 공간이라면 낙서재와 동천석실은 독서와 생활, 은거의 성격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낙서재는 생활의 중심이었던 공간이다

윤선도는 보길도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으며 낙서재 일대는 생활과 독서의 중심 공간이었다.

건물 자체의 화려함보다 주변 산세와 어떤 관계로 배치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세연정과 달리 산과 가까운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원림의 분위기도 점차 조용해진다.

동천석실은 차에서 내리면 바로 나오는 정자가 아니다

동천석실은 윤선도 원림 매표소 주변에서 입구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뒤 산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공식 관광안내 기준 입구에서 동천석실까지는 약 20분 정도의 오르막이 이어진다.

따라서 운동화를 신고 여름에는 생수를 준비하는 편이 좋으며 어르신이나 어린아이와 동행한다면 체력을 고려해야 한다.

높은 바위에 오르면 같은 원림이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동천석실은 산 중턱 바위에 자리해 세연정과 시선의 높이가 완전히 다르다.

세연정에서는 물 가까이에서 정원과 숲을 보고 동천석실에서는 산과 골짜기를 아래로 내려다보게 된다.

서로 다른 높이에서 자연을 바라보게 만든 점이 윤선도 원림 전체를 이해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어부사시사를 알고 바다를 보면 원림 밖의 풍경까지 이어진다

윤선도는 보길도에서 어부사시사와 오우가 같은 작품을 남겼다.

원림만 보면 산속 은거 공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보길도 해안까지 보면 시와 자연이 연결되는 배경이 더 선명해진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바다와 섬의 자연을 실제 풍경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문학여행으로서 보길도의 강점이다.

보길도는 지금도 배를 타야 하지만 섬 안에서는 차로 이동한다

보길도는 해남 땅끝 갈두항에서 노화도 산양진항으로 들어가거나 완도 화흥포항에서 노화도 동천항으로 들어간 뒤 보길대교를 건너 접근할 수 있다.

2008년 보길대교 개통 이후 노화도와 보길도 사이에서는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선박시간과 차량 선적 조건은 계절과 기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여행 당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차량이 있으면 섬 여행의 밀도가 크게 달라진다

보길도 면적은 약 33㎢이고 해안선 길이는 약 41㎞다.

윤선도 원림만 볼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예송리와 보옥리까지 연결하면 이동거리가 길어진다.

차량을 가지고 들어가거나 현지 이동수단을 미리 계획하면 하루 안에 원림과 해안을 함께 보기 훨씬 편하다.

예송리까지 가면 정원 여행이 바다 여행으로 바뀐다

예송리해수욕장에는 몽돌해변과 상록수림이 함께 있다.

세연정의 고요한 연못에서 예송리의 열린 바다로 이동하면 같은 보길도 안에서도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원림과 해안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하루에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보길도 일정의 큰 장점이다.

보옥리 공룡알해변은 섬의 마지막 장면으로 좋다

보옥리 뾰족산 아래 해안에는 크고 둥근 갯돌이 깔려 있어 공룡알해변으로 불린다.

실제 공룡 화석과 관련된 곳은 아니지만 독특한 갯돌과 바다풍경 때문에 보길도의 대표 해안 명소로 알려져 있다.

세연정과 동천석실을 본 뒤 마지막으로 바다를 보는 동선으로 연결하기 좋다.

배까지 타고 들어왔다면 반나절 이상 쓰는 편이 낫다

세연정만 빠르게 보면 한 시간 안쪽에서도 가능하다.

낙서재와 곡수당, 동천석실까지 연결하면 최소 2시간 안팎이 필요하다.

예송리나 보옥리까지 넣고 선박시간을 고려하면 보길도는 반나절에서 하루를 쓰는 일정으로 잡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윤선도가 만든 것은 정자가 아니라 살고 싶은 풍경이었다

세연정에는 물이 있고 낙서재는 산에 기대 있으며 동천석실은 바위 위에 자리한다.

서로 떨어져 있는 공간이지만 모두 부용동의 산과 물 안에서 하나의 원림을 이룬다.

윤선도는 자연을 정원 안으로 끌어온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자연에 사람이 머물 자리를 조금씩 더했다. 보길도 윤선도 원림이 지금도 특별하게 보이는 이유다.

여행정보

장소 보길도 윤선도 원림

지역 전남 완도군 보길면 부용리 일원

국가유산 명승 보길도 윤선도 원림

핵심 공간 세연정, 낙서재, 곡수당, 동천석실

동천석실 접근 입구에서 도보 약 20분 오르막

입도 해남 땅끝 갈두항 또는 완도 화흥포항에서 노화도 입도 후 보길대교 이용

추천 동선 입도 → 세연정 → 낙서재·곡수당 → 동천석실 → 예송리 또는 보옥리

난이도 세연정 일대 쉬움, 동천석실 포함 시 보통

추천 체류시간 원림 약 2시간, 해안 연계 반나절~하루

준비물 운동화, 생수, 여름 모자

주의사항 선박시간과 차량 선적 여부를 방문 당일 확인한다.

문의 완도 관광안내 061-550-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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