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시장을 여행하는 방법은 장바구니를 채우는 일에만 있지 않다. 남대문에서는 칼국수 한 그릇을 먹고 생활잡화를 고를 수 있고, 동묘에서는 모자와 오래된 물건 사이를 돌아다니며 취향을 찾을 수 있다. 노량진의 회 한 접시는 한강 나들이의 점심이 되고, 공릉동의 간식은 옛 철길을 걷는 출발점이 된다.
서울관광재단이 11월을 맞아 남대문시장, 인현시장, 동묘시장, 노량진수산시장, 공릉동도깨비시장 등 다섯 곳을 소개했다. 도심의 식당 골목부터 동북권의 생활시장까지 위치와 분위기가 다른 만큼, 한 곳을 충분히 둘러보고 가까운 산책길을 잇는 방식으로 일정을 구성하기 좋다.

남대문시장|칼국수 골목에서 생활잡화까지
남대문시장은 먹거리와 장보기를 함께 즐기려는 여행자에게 어울린다. 칼국수 골목에서는 좁은 통로 양쪽으로 식당과 손님이 마주하고, 갈치조림 골목에서는 뚝배기 음식을 고를 수 있다. 호떡처럼 걸으며 먹기 좋은 간식도 있어 식사와 구경을 번갈아 이어가기 편하다.
의류와 주방용품, 침구, 액세서리 등 품목별 상가를 살피는 재미도 크다. 재단은 최근 목욕용품에 관심을 보이는 방문객을 새로운 풍경으로 꼽았다. 때밀이 수건과 헤어 캡, 두피 마사지기 같은 물건은 부피가 작아 생활문화 기념품으로 고르기 좋다. 관광객의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필요한 물건의 가격과 품질을 비교해 보는 편이 시장 구경의 재미를 살린다.
시장 안에서도 도매상가와 소매점, 음식점의 영업시간은 서로 다르다. 첫 방문이라면 낮 시간에 먹거리 골목과 관심 품목 상가를 묶는 일정이 수월하다.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 접근하고, 식사를 마친 뒤 남산 백범광장과 한양도성 방향으로 걸음을 이어갈 수 있다. 시장과 달리 남산 쪽에는 오르막이 있다.

인현시장|충무로 인쇄골목의 저녁 식탁
인현시장은 큰 장터를 돌아다니는 쇼핑보다 골목에서 한 끼 먹는 여행에 가깝다. 충무로 인쇄골목 사이로 식당과 주점이 이어지고, 가게 앞 메뉴판과 주방의 불빛이 좁은 길의 분위기를 만든다. 한국관광공사는 이곳을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 사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장으로 소개한다.
백반과 생선조림, 오징어볶음, 닭볶음탕 등 식사 메뉴를 고르거나 여럿이 나눠 먹는 안주를 주문할 수 있다. 인쇄업 종사자와 인근 직장인의 식당이 모인 배경을 알고 걸으면, 오래된 간판이 단순한 사진 배경과는 다르게 보인다. 점심과 저녁의 분위기가 달라 방문 목적에 맞춰 시간을 고르는 편이 좋다.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이나 2·3호선 을지로3가역에서 접근할 수 있다. 남산골한옥마을을 함께 보고 싶다면 먼저 마을을 둘러본 뒤 시장에서 식사하는 순서도 가능하다. 한옥마을의 운영시간·휴관일은 시장 점포와 별도이므로 방문일에 맞춰 확인한다.

동묘시장|옷더미보다 오래된 물건을 읽는 재미
동묘 일대에서는 구제 의류와 모자, 가방, 시계, 중고 생활용품이 뒤섞인 풍경을 만난다. 정해진 상품 목록을 따라 사기보다 좌판마다 무엇이 나왔는지 살펴보는 과정 자체가 구경이다. 같은 종류의 물건도 사용 흔적과 상태가 달라 직접 보고 고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빈티지 옷은 치수와 얼룩, 지퍼와 봉제 상태를 확인하고, 카메라나 음향기기처럼 작동 여부가 중요한 물건은 시험 가능 여부와 거래 조건을 먼저 묻는다. 모든 점포가 흥정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시 가격을 확인한 뒤 상인과 이야기하면 된다. 사람을 촬영할 때는 먼저 양해를 구하는 편이 좋다.
지하철 1·6호선 동묘앞역에서 시작해 동관왕묘 주변과 구제 상점을 둘러보고, 창신동 문구·완구거리로 이어갈 수 있다. 야외 좌판이 많은 만큼 늦은 밤보다는 밝을 때 방문하는 편이 물건을 살펴보기 좋다. 비가 오는 날에는 좌판과 노점의 운영이 달라질 수 있다.

노량진수산시장|회 포장과 한강 산책을 묶는 법
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 활어 수조와 판매대를 둘러보고 회를 주문하는 과정이 여행의 일부가 된다. 시장에서 고른 수산물을 포장해 한강에서 먹는 ‘회크닉’은 회와 피크닉을 합친 나들이 방식이다. 여의도한강공원이나 노들섬 등을 목적지로 정할 수 있지만 시장에서 식사 장소까지 이동 시간은 따로 잡아야 한다.
주문할 때는 어종과 중량, 총액을 먼저 확인한다. 시장 안 식당에서 먹는다면 상차림과 조리 비용을, 포장한다면 보냉 포장과 소스·용기 포함 여부를 따로 묻는 편이 좋다. 횟값과 식당 이용 비용을 같은 항목으로 생각하면 예상 지출과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판매장과 경매장의 일정도 다르다. 수협 안내상 도·소매 판매는 연중무휴지만 품목별 영업시간이 나뉘고, 경매에는 별도 휴장일이 있다.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에서 시장으로 이동한 뒤 날씨와 일행의 보행 여건을 보고 한강행 교통편을 정한다. 회는 보냉 상태를 유지해 이동을 짧게 하고, 바람이 차거나 비가 오면 시장 안 식당에서 식사하는 일정으로 바꿀 수 있다.
공릉동도깨비시장|간식 뒤 옛 철길을 걷는 오후
공릉동도깨비시장은 주민의 장보기와 여행자의 산책이 만나는 곳이다. 아케이드 아래로 만두와 족발, 손칼국수, 닭강정 등을 파는 점포가 이어진다. 시장 안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 평탄한 숲길과는 보행 느낌이 다르다.
시장 상가 2·3층의 커피그라인더 전시관 ‘말베르크’는 장보기와 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시가 공개한 개관 안내에 따르면 2026년 2월 문을 열었으며, 2층은 카페와 무료 상설전시, 3층은 유료 기획전시로 운영한다. 개관 당시 안내는 2층 매일 오전 9시~오후 8시, 3층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로 구분돼 있어 관람 전 최신 운영 정보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시장에서 나와 경춘선숲길로 접어들면 옛 선로와 주택가, 카페가 나란히 이어진다. 간식을 먹고 가까운 구간을 왕복하거나, 체력이 허락하면 화랑대철도공원 방향으로 산책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시장은 노원구 동일로180길 53 일대이며, 6·7호선 태릉입구역이나 7호선 공릉역을 출발점으로 잡는다.
HISTORY & CULTURE|시장의 역사는 생업과 함께 쌓였다
남대문시장을 설명할 때 쓰이는 ‘600년’은 숭례문 일대에 이어진 조선시대 상업의 뿌리를 강조한 표현이다. 시대마다 달라진 시장의 형태와 오늘날 점포의 역사를 하나의 개장 연도로 단순화할 필요는 없다. 인현시장의 식당은 인쇄골목의 노동과, 노량진수산시장의 판매장은 수산물 유통과 연결돼 있다.
동묘의 이름은 관우를 모신 사당 동관왕묘에서 왔다. 사당 주변의 중고품 거래와 공릉동 옛 철길 곁 장터는 도시의 시설과 사람의 이동이 새로운 상권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방문객에게는 여행지이지만 상인과 주민에게는 일터이자 생활공간이라는 점이 다섯 시장을 잇는다.
TRAVEL GUIDE|다섯 곳 완주보다 한 시장과 한 산책길
먹거리 중심이라면 회현역→남대문시장→남산 백범광장, 골목 저녁이라면 남산골한옥마을→인현시장, 쇼핑 중심이라면 동묘앞역→동묘 구제거리→창신동 문구·완구거리를 추천한다. 한강 나들이는 노량진수산시장과 선택한 한강 거점을, 동북권 산책은 공릉동도깨비시장과 경춘선숲길을 묶는다.
편집부 제안 체류시간은 시장 한 곳과 인근 산책을 합쳐 약 2~3시간이다. 식당 대기와 쇼핑, 교통 이동에 따라 달라지며 다섯 시장을 모두 도는 시간은 아니다. 시장별 영업시간과 휴무는 점포에 따라 다르고, 음식·상품 가격과 주차요금도 별도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시장을 나온 뒤 다른 역에서 돌아가는 동선을 짜기 편하다.
사진을 찍을 때는 통로와 출입구를 막지 않고, 상품을 만지거나 인물을 가까이 촬영하기 전 상인에게 묻는다. 노량진에서 포장한 음식의 용기와 남은 음식물은 방문한 공원의 배출 안내에 따른다. 늦가을에는 해가 지면 체감온도가 낮아지므로 실내 시장 구경과 야외 산책의 순서를 날씨에 맞춰 조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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