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만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여행을 준비할 때는 검색사이트에서 목적지를 찾아본 뒤 숙소와 항공권, 렌터카, 체험상품을 파는 사이트와 앱을 다시 찾아가 가격과 조건을 일일이 검색하고 비교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AI 기술의 발전과 이를 여행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활용하면서 이 과정은 머지않아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9월에 제주도 3박4일 갈 건데 네 식구가 묵을 숙소하고 렌터카, 아이들과 갈 만한 곳 찾아줘.”
이렇게 여행기간과 인원, 예산, 원하는 여행방식을 말하면 AI가 조건에 맞는 정보와 상품을 찾아주는 방식이다. 숙박과 교통, 체험, 예약 기능까지 연결되면 여러 사이트를 오가며 같은 조건을 반복해서 입력하고 비교하던 여행 준비 방식도 크게 달라진다.
놀유니버스가 이런 변화를 겨냥한 여행 특화 AI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놀유니버스는 지난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전담하는 ‘고수요·체감형 대표 AI 에이전트 및 에이전트 도구 개발·육성 지원사업’의 수행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여행 분야 AI 에이전트 1종과 전용 MCP(Model Context Protocol) 도구 8종을 개발한다.
51억원보다 중요한 공고의 한 문장
사업 규모는 약 51억원이다. 하지만 이 금액을 놀유니버스가 전액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NIA 공고에 따르면 정부출연금은 35억8천만원이며, 여기에 사업 수행 컨소시엄의 현금·현물 자체부담금이 더해진다. 총사업비 약 51억원은 정부출연금과 민간부담금을 합한 금액이다.
더 눈여겨볼 부분은 사업비가 아니라 개발 조건이다.
NIA는 AI 에이전트 1종과 MCP 8종을 하나의 여행 특화 패키지로 작동하도록 만들고, 각 AI 에이전트와 MCP가 외부에서도 활용·호출될 수 있어야 한다고 공고에 명시했다.
MCP라는 이름은 어렵지만 역할은 간단하다. AI가 외부의 정보와 서비스에 연결돼 필요한 기능을 불러와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공통 규격이다.
지금까지 여행 AI가 “제주 맛집 알려줘”, “오사카 3박4일 일정 짜줘”라는 질문에 답하거나 여행상품을 추천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면, 앞으로는 AI가 숙박·교통·여행상품 등 실제 서비스와 연결돼 필요한 정보를 직접 찾고 기능을 이용하는 쪽으로 발전하게 된다.
여행자가 직접 숙박앱을 열고, 다시 항공권 사이트로 이동하고, 렌터카와 체험상품을 별도로 찾아보던 과정이 한 번의 요청으로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이미 ‘추천’과 ‘일정 만들기’는 시작됐다
놀유니버스는 지난해부터 여행 준비 과정에 AI를 적극적으로 적용해왔다.
지난해 12월 공개한 ‘AI 노리’는 이용자가 “반려동물과 함께 가기 좋은 제주 펜션 알려줘”처럼 자연어로 질문하면 조건을 분석해 국내 숙소와 레저상품을 추천한다. 놀유니버스는 출시 한 달 뒤 누적 이용자가 7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놀유니버스 자체 서비스 이용실적이다.
지난해 8월 선보인 ‘여행 일정’ 서비스는 여행코스와 상품 추천, 지도와 이동 동선 관리를 한곳에서 제공한다. 회사에 따르면 출시 후 약 6개월 동안 21만개의 여행 일정이 만들어졌다.
지난 7월에는 이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하지 않아도 여행·여가 콘텐츠와 상품을 추천하는 AI 큐레이션 ‘발견’도 공개했다.
AI 노리가 원하는 상품을 찾아주는 단계, 여행 일정이 여러 정보를 묶어주는 단계였다면, 이번 사업은 AI와 외부 여행서비스를 직접 연결하는 단계다.
여행자의 질문에 답하는 AI에서 실제 여행상품을 찾아 연결하는 AI로 역할이 커지는 것이다.

“검색해서 들어오세요”에서 “AI가 찾아갑니다”로
이 변화는 여행업체들의 경쟁 방식도 바꾸게 된다.
지금까지 여행업체들은 소비자가 네이버나 구글에서 검색한 뒤 자사 사이트나 앱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데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였다. 검색 결과의 상단에 노출되고, 앱을 설치하게 하고, 그 안에서 다시 숙소와 항공권을 검색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앞으로 AI가 여행자를 대신해 상품을 찾는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소비자가 모든 여행업체를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AI가 가격과 재고, 상품조건을 읽어 비교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게 된다. 여행업체에는 사람에게 잘 보이는 상품페이지뿐 아니라 AI가 정확하게 읽고 사용할 수 있는 상품정보와 예약 기능을 갖추는 일이 중요해진다.
글로벌 여행업계도 이미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Expedia Group은 자사 API와 연결되는 MCP 기능을 구축해 AI 에이전트가 표준화된 방식으로 여행 데이터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자연어로 조건을 말하면 호텔 등을 찾고, 여행사 직원의 예약 업무에도 활용하는 기능을 구상하고 있다.
AI가 여행상품 검색과 예약 과정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온라인 여행시장의 경쟁은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누가 검색광고를 많이 하고 검색 결과 상단에 올라가느냐뿐 아니라, 누가 AI가 읽고 비교하고 사용할 수 있는 여행상품과 예약 기능을 제대로 갖췄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된다.
아직 ‘누구나 예약’까지 열린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사업이 곧바로 ChatGPT나 다른 범용 AI에서 놀유니버스의 모든 상품을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은 아니다.
NIA는 개발되는 AI 에이전트와 MCP를 외부에서 활용·호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실제로 어떤 외부 서비스에 개방되는지, 인증은 어떻게 하는지, 이용 범위와 비용은 어떻게 정하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8종의 MCP가 각각 숙박·항공·교통·체험 가운데 어떤 기능을 맡는지도 현재 발표자료에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 부분은 실제 서비스가 나올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큰 방향은 분명하다.
여행자가 여러 사이트와 앱을 찾아다니며 상품을 검색하고 비교하던 방식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원하는 여행을 한 번 말하면 AI가 필요한 정보와 상품을 찾아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놀유니버스의 51억원 규모 사업에서 주목해야 할 것도 바로 이 변화다.
얼마를 들여 AI를 개발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여행자가 얼마나 덜 검색하고, 덜 비교하고, 더 간단하게 여행을 준비하고 예약할 수 있게 되느냐다.
그 수준까지 서비스가 완성되면 여행예약 방식은 지금과 전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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