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불갑산 상사화축제 9월 18일 개막…수백만 송이 붉은 꽃길 10일간 무료

일주문~불갑사 꽃무릇 숲길…보물 대웅전·천왕문과 1908년 호랑이 이야기, 밤에는 달빛야행·미디어파사드

영광 불갑산 숲 아래 붉게 만개한 꽃무릇 군락과 산책길
영광 불갑산 숲 아래를 붉게 채운 꽃무릇 군락. 축제 기간에는 일주문에서 불갑사까지 붉은 꽃길이 이어진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불갑사 일주문을 지나 산문 안으로 들어선다.

몇 걸음 가지 않아 눈길이 발밑으로 내려간다. 큰 나무 아래가 온통 붉다. 잎은 보이지 않고 가느다란 꽃대만 빽빽하게 솟아 있다. 그 끝마다 붉은 꽃이 피었고 길은 그 사이로 이어진다.

숲 아래 빈 땅이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꽃이 그득하다.

구글에서 여행레저신문 먼저 보기

영광 불갑산의 9월이다.

올해 제26회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9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 동안 불갑사 관광지 일원에서 열린다. 입장료는 없다.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꽃길걷기와 공연·체험이 이어지고, 해가 지면 미디어파사드와 달빛야행이 시작된다.

꽃구경이라면 굳이 정상까지 오를 필요도 없다. 일주문에서 해탈교를 지나 불갑사로 들어가는 길만 천천히 걸어도 붉은 군락을 충분히 볼 수 있다.

큰 나무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고 그 아래로 꽃이 이어진다. 햇볕을 받은 곳은 밝은 주홍빛이고 숲 안쪽에서는 붉은색이 한층 짙어진다.

그런데 눈앞을 가득 채운 이 붉은 꽃은 정확히 말하면 상사화가 아니다.

꽃무릇이다.

영광 불갑산 꽃무릇 군락 사이를 걷는 탐방객
큰 나무 아래 빽빽하게 핀 꽃무릇 사이로 불갑사 방향 산책길이 이어진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꽃과 잎은 한 번도 만나지 않는다

꽃무릇은 석산이라고도 부른다. 9월 무렵 붉은 꽃을 피운다.

축제 이름에 들어간 상사화는 같은 수선화과 상사화속 식물이지만 다른 종이다. 상사화는 한여름인 8월 무렵 연한 분홍빛 꽃을 피운다.

피는 때도 다르고 꽃 색도 다르다.

하지만 둘 다 꽃과 잎이 한자리에 있지 않는다.

상사화는 잎이 먼저 나왔다가 지고 난 뒤 꽃을 피운다. 꽃무릇은 반대로 꽃이 진 뒤 잎이 올라온다.

불갑산 꽃무릇 앞에 앉아 아래를 한번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붉은 꽃대를 받쳐줄 것 같은 푸른 잎이 하나도 없다.

상사화라는 이름은 꽃이 필 때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 꽃이 없어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끝내 만나지 못한다는 뜻에서 비롯됐다.

아이와 함께 왔다면 길게 설명할 것도 없다.

“꽃 밑에 잎이 있나 한번 찾아봐.”

아이도 곧 꽃대 아래를 들여다본다.

그 붉은 길을 계속 따라가면 나무 사이로 기와지붕이 나타난다.

불갑사다.

고창 선운사나 함평 용천사처럼 오래된 절 주변에서도 꽃무릇 군락을 자주 볼 수 있다.

꽃무릇 알뿌리에는 독성이 있다. 예전에는 이 성질을 이용해 나무기둥이나 탱화 등에 벌레가 생기는 것을 막는 데 활용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지금은 사람들이 꽃을 보러 절을 찾아오지만 옛 절집에서는 쓰임새가 따로 있었던 꽃이다.

꽃무릇과 오래된 절이 함께 있는 풍경에는 이런 사정도 있었다.

영광 불갑사 전각 주변에 만개한 붉은 꽃무릇
불갑사 전각과 돌담 주변까지 붉은 꽃무릇 군락이 이어진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붉은 꽃길 끝, 불갑사에는 보물 여섯 건이 있다

불갑사에 들어서면 ‘불갑’이라는 이름부터 한번 짚어볼 만하다.

‘갑(甲)’은 첫째, 으뜸이라는 뜻이다.

불갑사에는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384년 중국 동진을 거쳐 백제에 불교를 전하면서 이곳에 절을 세웠다는 전승이 있다. 그래서 불교가 전해진 뒤 처음 세운 절이라는 뜻에서 불갑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한다.

다만 정확한 창건 시기는 확인되지 않는다.

조선 선조 때인 1608년 무렵 강항이 쓴 글에는 불갑사의 법당을 수리할 때 ‘정원 원년 개조’라는 글씨가 나왔다는 전언이 실려 있다. 정원 원년은 785년이다. 적어도 통일신라 때 이미 절을 고쳐 지을 정도의 역사가 있었다는 기록이다.

꽃에 눈을 빼앗겨 절문 앞에서 돌아서기는 아깝다.

국가유산포털에서 현재 불갑사 관련 보물로 확인되는 것만 여섯 건이다.

영광 불갑사 대웅전, 영광 불갑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영광 불갑사 석가삼존상 및 16나한상 복장전적, 영광 불갑사 목조사천왕상 및 복장전적, 영광 불갑사 천왕문, 영광 불갑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시왕상 일괄 및 복장유물이다.

가장 먼저 볼 곳은 대웅전이다.

불갑사 대웅전은 1985년 보물로 지정됐다. 정면 3칸, 옆면 3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18세기 이전에 세운 것으로 본다. 기와에서 ‘건륭 29년’이라는 글씨가 발견돼 1764년 한 차례 크게 고친 것으로 추정하며 1909년에도 수리가 있었다.

지붕도 한번 올려다보자.

용마루 한가운데 작은 탑처럼 생긴 장식이 올라가 있다. 스투파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우리나라 절집에서는 흔히 보기 어렵다.

법당 안으로 눈을 돌리면 또 하나 특이한 점이 보인다.

대웅전 건물은 서쪽을 향해 있는데 안에 모신 삼불은 남쪽을 바라보고 있다. 정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부처의 정면보다 옆모습이 먼저 들어온다.

그 불상도 보물이다.

정식 명칭은 ‘영광 불갑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이다.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세 불상을 모신 목조 삼불좌상으로 1635년에 만들었고, 2003년 보물로 지정됐다.

천왕문도 그냥 지나갈 곳이 아니다.

천왕문 자체가 2024년 보물로 지정됐다. 안에서 사방을 지키는 목조사천왕상은 복장전적과 함께 한 해 앞선 2023년 보물이 됐다.

그런데 이 사천왕상에서는 뜻밖의 일이 하나 있었다.

1998년 태풍 때 천왕문 앞의 나무가 쓰러지면서 사천왕상이 피해를 입었다. 수리하기 위해 내부를 조사하다 불상 몸속에 넣어둔 오래된 책들이 발견됐다.

같은 무렵 명부전의 지장·시왕상과 팔상전의 석가삼존상·16나한상에서도 복장전적이 수습됐다. 이 자료들은 2006년 ‘영광 불갑사 불복장 전적’으로 묶여 보물로 지정됐고 당시 3종 259점으로 정리됐다.

이후 지정 체계도 달라졌다.

사천왕상과 그 안에서 나온 복장전적 33종 46책은 2023년 ‘영광 불갑사 목조사천왕상 및 복장전적’으로 함께 보물이 됐다. 2024년에는 명부전의 ‘목조지장보살삼존상·시왕상 일괄 및 복장유물’도 보물로 지정됐다. 존상 27구와 후령통 14점, 복장전적 117점이 포함돼 있다.

불갑사의 국가유산은 건물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불갑사와 주변 산지는 2024년 ‘영광 불갑사 산지 일원’이라는 이름으로 명승이 됐다. 절 뒤쪽에는 1962년부터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는 ‘영광 불갑사 참식나무 자생북한지’도 있다.

꽃무릇을 보러 들어왔다가 불상과 오래된 책, 조선시대 건축과 명승까지 한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절이다.

불갑사를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서 호랑이 조형물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말자.

1908년 이 산에서 진짜 호랑이가 잡혔다.

영광 불갑사 보물 대웅전 전경
1985년 보물로 지정된 영광 불갑사 대웅전. 경내에는 대웅전과 천왕문,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등 여러 국가유산이 남아 있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1908년 이 산에서 진짜 호랑이가 잡혔다

1908년 2월 불갑산 덫고개에서 한 농부가 놓은 덫에 호랑이 한 마리가 걸렸다.

전설이 아니다.

기록과 박제가 남아 있다.

당시 잡힌 호랑이는 몸통 길이 약 160㎝, 무게 약 180㎏에 이르렀다고 전한다. 일본인 하라구치 쇼지로가 사들여 일본에서 박제한 뒤 1909년 목포 심상소학교, 지금의 유달초등학교에 기증했다.

그 박제는 지금도 유달초등학교에 남아 있다.

불갑산의 호랑이 조형물도 여기서 나왔다.

지금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들고 붉은 꽃 사이를 걷는 산이다. 하지만 118년 전에는 이 숲을 실제 호랑이가 돌아다녔다.

아이와 함께 왔다면 호랑이 앞에서 한마디면 된다.

“여기 진짜 호랑이가 살았대.”

조금 전까지 꽃만 보고 걷던 아이가 그때는 나무 사이도 한번 쳐다본다.

신화나 조선시대 설화 속 호랑이가 아니다. 20세기 초 이 산에서 잡혀 지금도 박제로 남아 있는 호랑이다.

영광 불갑산 꽃무릇 산책길을 걷는 가족
일주문에서 불갑사 주변까지는 가족과 부모님이 꽃구경을 하며 천천히 걷기 좋은 구간이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해가 기울면 꽃길에 불이 들어온다

불갑사를 둘러보고 축제장 쪽으로 내려오면 어느새 해가 기울기 시작한다.

올해 축제는 밤 9시까지 열린다. 상사화 미디어파사드와 달빛야행도 주요 프로그램에 들어 있다.

꽃의 붉은색을 제대로 보려면 밝을 때 걷는 것이 좋다. 아직 해가 남아 있을 때 일주문을 지나 불갑사까지 다녀오고, 내려오는 길에 조명이 켜지면 같은 꽃길을 한 번 더 볼 수 있다.

부모님이나 어린아이와 함께라면 여기서 욕심낼 필요도 없다. 일주문에서 불갑사 주변까지 천천히 왕복하면 된다.

정상까지 가려면 얘기가 달라진다.

불갑사에서 동백골과 해불암, 연실봉, 구수재를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는 약 7.3km다. 3~4시간을 잡아야 하고 경사가 있는 구간도 있다.

꽃구경을 하러 왔다면 산 정상보다 꽃 앞에서 오래 서 있는 쪽이 낫다.

사진을 찍으며 걷다 보면 짧은 길도 한두 시간은 금방 간다.

불갑사 입구까지 내려오면 식당들이 보인다. 보리밥과 산채음식을 내는 집이 여럿 있다. 보리밥에 나물을 넣어 고추장과 참기름으로 비비고, 여럿이 왔다면 파전 하나를 곁들이면 된다.

영광에서 하루를 더 보내려면 법성포까지 가도 좋다.

불갑산에서 꽃을 보고 법성포에서 굴비로 저녁을 먹은 뒤 백수해안도로에서 서해로 떨어지는 해를 보면 하루 일정이 맞아떨어진다.

해 질 무렵 영광 불갑산 꽃무릇 군락과 불갑사 야간 풍경
축제 기간 밤에는 꽃길 주변 조명과 달빛야행, 미디어파사드가 이어진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주말에는 꽃보다 차가 먼저 몰린다

주말에 갈 생각이라면 마지막으로 주차부터 생각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다시 열린 2022년 축제에는 열흘 동안 40만3028명이 찾았다. 가장 많이 몰린 날에는 하루 방문객만 7만4520명이었다.

꽃이 절정인 주말에는 인산인해라는 말이 크게 과하지 않다.

불갑사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차가 길게 늘어서고 주차 자리 찾기도 만만치 않다. 올해도 셔틀버스가 운행될 예정이다. 세부 승강장과 회차별 시간표는 방문일이 가까워지면 공식 안내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주말 자가용이라면 아침 일찍 들어가는 방법이 가장 편하다.

사람이 몰리기 전에 일주문과 불갑사 꽃길부터 걷고 나오거나, 오후 늦게 들어가 꽃과 야간행사를 함께 보고 나오는 방법도 있다.

9월 불갑산에서는 애써 정상까지 오르지 않아도 된다.

일주문을 지나 큰 나무 아래를 붉게 채운 꽃 사이로 천천히 걷는다. 가까이에서는 정말 잎이 없는지 들여다보고, 오래된 절집 주변에 왜 꽃무릇이 많은지도 알아본다.

꽃길 끝에서는 보물이 여럿 남은 불갑사 안으로 들어간다. 대웅전과 천왕문을 보고, 태풍 때문에 불상 몸속에서 오래된 책이 발견된 이야기도 듣는다.

내려오는 길에는 118년 전 이 산에서 잡힌 호랑이 이야기가 남아 있다.

배가 고프면 보리밥 한 그릇 먹고 나온다.

오후 늦게 왔다면 조금 더 머물러 꽃길에 불이 들어오는 것까지 보면 된다.

올해 그 붉은 길을 축제와 함께 걸을 수 있는 날은 9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이다.

여행정보

축제명: 제26회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

기간: 2026년 9월 18~27일

운영시간: 10:00~21:00

장소: 영광군 불갑사관광지 일원

입장료: 무료

대표 동선: 일주문 → 해탈교 주변 꽃길 → 불갑사

주요 행사: 상사화 꽃길걷기, 상사호 in Love 콘서트, 상사화 미디어파사드, 상사화 달빛야행

불갑사 주요 국가유산: 대웅전,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천왕문, 목조사천왕상 및 복장전적 등

꽃구경 중심: 일주문~불갑사 주변 1~2시간

산행 포함: 불갑사~동백골~해불암~연실봉~구수재 원점회귀 약 7.3km, 3~4시간

추천 시간: 한적하게 보려면 평일·이른 시간, 야간행사는 해 질 무렵 이후

먹거리: 불갑사 입구 보리밥·산채음식, 법성포 굴비

주말 교통: 셔틀버스 운영 예정. 임시주차장·승강장·시간표는 방문 전 공식 안내 확인

문의: 061-350-5269

Previous article군산서 서쪽 70㎞, 숲길 끝에 114년 흰 등대…서해 먼바다 어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