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평창에서 해발 1,458m 산 정상에 오르는 데 등산화를 신을 필요가 없는 곳이 있다. 발왕산이다. 드래곤프라자에서 케이블카에 올라 약 18분을 보내면 정상권에 닿고, 문을 나선 뒤에는 나무 데크가 고산 숲속으로 이어진다.
특히 부모님이나 어린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이 산의 성격은 더 분명해진다. 산 정상에 올라가는 과정에서 가장 힘든 고도를 케이블카가 대신하고, 정상부에서는 경사도를 낮춘 데크길을 따라 주목 군락과 전망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18분이면 해발 1,458m, 이 산은 오르는 방법부터 다르다
발왕산 관광케이블카는 모나용평 드래곤프라자 2층에서 출발한다. 편도 거리는 3.7km, 왕복 7.4km다. 8인승 캐빈으로 운행하며 정상까지 약 18분이 걸린다.
케이블카가 고도를 높이면 스키 슬로프와 숲이 아래로 밀려나고 산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짧은 전망용 곤돌라와 달리 18분이라는 시간이 있어 이동 자체가 발왕산 여행의 한 장면이 된다.
부모님을 모시고 갈 때는 정상의 경치보다 이 이동 방식이 더 중요하다. 탑승장에는 접근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마련돼 있으며 보행약자를 위한 편의시설도 갖췄다. 고령자에게 산을 보여주기 위해 먼저 긴 오르막을 걸어야 하는 구조가 아니다.

410m가 더 이어지면서 평창평화봉까지 길이 열렸다
천년주목숲길을 설명할 때는 거리부터 조심해서 봐야 한다. 과거에는 숲길 전체를 총 3.2km의 데크길로 소개했지만 2024년 말 평창군이 무장애 나눔길 사업을 마치면서 정상권 동선에 변화가 생겼다.
새 사업의 기준은 기존 데크 숲길 2.4km에서 발왕산 정상 평창평화봉까지 410m의 데크를 추가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전망쉼터를 포함한 쉼터 2곳과 휠체어 등이 서로 지나갈 수 있는 교행공간 8곳도 마련됐다.
동시에 기존 능선부 일부 숲길은 식생 보호와 복원을 위해 폐쇄됐다. 따라서 과거 안내에 나온 3.2km를 그대로 현재 전 구간의 개방 거리로 받아들이기보다 방문 당일 현장 안내판과 개방 구간을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길 자체는 고령자와 유모차 이용 가족을 염두에 둔 구조다. 천년주목숲길의 데크 경사는 8% 이하로 안내되고 있어 휠체어와 유모차 등 보조기구를 이용한 이동 부담을 낮췄다.

걷기 쉬워도 풍경까지 평범한 길은 아니다
발왕산에서 데크는 수단이고 목적은 그 옆의 숲이다. 정상부 생태숲에는 약 260그루의 주목이 자라며, 이 가운데는 수령이 약 1,800년으로 추정되는 나무도 있다.
거친 고산 기후를 오랫동안 견딘 나무라 줄기와 가지가 반듯하지 않다. 몸을 비틀고 낮게 버틴 오래된 주목이 숲의 표정을 만든다. 살아 있는 나무와 고목이 함께 서 있어 여느 산책숲과는 분위기도 다르다.
발왕산 생태숲은 1977년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됐으며 주목 외에도 산목련, 마가목, 엄나무, 고로쇠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함께 자란다.

이 길이 부모님과 함께 걷기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상 하나를 찍고 되돌아오는 산행이 아니라 천천히 걷다가 오래된 나무 앞에서 멈추고 다시 걷는 방식으로 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스카이워크까지 보면 정상에 왔다는 느낌이 완성된다
숲만 보고 내려오기에는 정상의 시야가 아깝다. 발왕산 기 스카이워크는 해발 1,458m 정상부에 설치된 360도 전망대로, 맑은 날에는 백두대간 산줄기가 여러 겹으로 펼쳐진다.
부모님과 동행한다면 숲길 전체를 무리해서 채우기보다 체력에 맞춰 스카이워크와 천년주목숲길을 나누어 보는 편이 낫다. 케이블카로 이미 정상권에 도착해 있기 때문에 걷는 양을 줄여도 발왕산의 숲과 고산 조망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여름에는 정상부와 산 아래의 날씨가 다를 수 있다. 바람이 강하거나 낙뢰 위험이 발생하면 케이블카가 긴급 휴장할 수 있으므로 출발 전에 당일 운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8월 23일까지 19시 운행, 부모님 할인도 확인할 만하다
2026년 7월 1일부터 발왕산 관광케이블카 요금은 대인 왕복 2만7000원, 편도 2만3000원으로 조정됐다. 소인은 왕복 2만3000원, 편도 1만9000원이다.
하계 피크시즌인 7월 17일부터 8월 23일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행하며 하행은 오후 8시까지다. 평소보다 운영시간이 길어 여름 저녁의 정상 풍경까지 볼 수 있는 기간이다.
부모님과 함께 간다면 할인도 확인할 만하다. 만 70세 이상은 본인 20%, 강원도민도 본인 2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중증 장애인은 본인 무료, 평창군민도 본인 무료이며 해당 신분증이나 증빙서류가 필요하다. 할인은 중복 적용되지 않는다.
발왕산의 매력은 쉽게 오르는 높은 산이라는 한 문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케이블카가 힘든 오르막을 없애고 데크가 산 정상의 숲을 가까이 끌어왔다. 여기에 410m의 무장애 나눔길이 평창평화봉까지 이어지면서 갈 수 있는 사람의 범위도 넓어졌다.
부모님에게 산 정상의 풍경을 보여주고 싶은데 긴 등산은 부담스럽다면 발왕산은 꽤 분명한 선택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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